24년 6월 35세 동생이 프랑스에서 ALK-를 확진 받았어요.
이 카페에 있는 관련 글을 다 검색해서 읽고, 새로운 글들 찾아읽고 많은 분들께 도움받았습니다.
치료가 잘 되었다는 글에 많은 위로를 받았던 터라, 저도 어떤 분께는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씁니다.
1) 확진
동생은 파리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던 중에 목, 어깨 통증이 심하게 왔어요.
손끝까지 저린 느낌이라 저희 가족은 목 디스크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회사를 통해 프랑스 병원에서 MRI를 찍었는데 갑자기 조직검사에 pet 검사까지 추가되었어요.
병원비만 몇 천만원이라(보험으로 많이 해결되었지만) 과잉진료라고 생각했는데 ALK라고 하셨습니다.
동생이 연락이 왔기에 바로 한국들어오라고 하고 언니인 제가 유명하다는 병원에 다 전화예약을 시도했습니다.
진행이 빠른 병이고, 나이도 젊은 편인데 의료파업으로 신환을 받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확진을 받았다고 하니 금방 예약이 되었습니다. 여의도와 ㅇㅅ병원 예약을 바로 내주에 예약했고
동생의 귀국일정을 며칠 늦추고 조직 슬라이드까지 다 가지고 오게 했어요.
부모님은 며칠 새 많이 늙으셨고, 동생이 겁 먹을까 동생에게는 아무 검색도 하지 말라고 하고
언니인 제가 여기 저기 찾아보고, 공부했습니다.
2) 여의도 병원 첫 진료
저희 가족은 부산 거주 중이라 아버지, 저, 동생 이렇게 자료를 들고 서울에 올라가서 첫 진료를 봤어요.
조금 더 큰 병원인 ㅇㅅ병원에서 조직 검사를 다시 받고 싶었는데
여의도가 이틀 빨랐습니다.
교수님께서 바로 입원을 하는게 좋겠다고 하셔서 고민하다가 ㅇㅅ병원 예약 취소를 하고
입원 후 조직검사, 골수검사, CT, Pet 다시 다 했어요.
크로스 체크가 중요할 것 같아 ㅇㅅ도 가보고 싶었지만 지체되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
아예 마음을 굳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잘했던 결정이었어요.
지방에서 입원없이 항암하는 건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요.
3) 한국 확진
불행 중 다행으로 Alk- 결과가 동일했어요. 파리 병원과 한국 병원 크로스체크가 된 셈이니까요.
스텔라님이 알려주신 그대로 약을 쓰게 되었습니다.(정말 감사합니다)
골수에는 다행히 침범은 없었지만 목 뼈에 침윤이 있었어요.
아빠가 동생 확진 이후 신경과 약까지 드실 정도로 약해지셔서 제가 주 보호자로 나서기로 했습니다.
바로 브렌툭시맙으로 6차를 받기로 했어요. 뼈에 침윤이 있어 뇌전이를 막기 위해 3차는 척수 항암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4) 항암 부작용
항암의 부작용은 탈모, 오심, 두통, 근육통, 우울감이었어요,
동생은 원래 굉장히 건강한 체질이고, 둔한 편입니다.
목 뼈가 부러질 정도로 약해져있다는데도 만 보씩 걷던 친구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항암 부작용도 덜 느꼈어요.
1차~3차에서는 오심이 제일 심한 부작용이었습니다.
척추 주사로 두통이 심해지긴 했는데 척추 항암 후에는 최대한 누워있으려고 노력했어요.
블러드 패치 시술까지는 안해도 되었습니다.
5~6차는 그런 오심도 사라지고 근육통만 남았습니다.
머리는 1차 이후 바로 빠지기에 밀었고요, 오심에 좋은 약은 다 썼어요.
변비약, 근육 진통제도 복용했고, 항문이 약해진 것 같아 좌욕도 했고요.
우선 잘 먹으려고 노력하고 항암 후 며칠 지나면 매일 7천보씩 걸으려고 노력했어요.
기본적인 체력이 있고, 잘 먹어서 그런지 6차가 그런대로 잘 흘러갔던 것 같아요.
오히려 정말 바쁘게 살던 아이가 휴직하고 몇 년만에 가족들과 함께 살면서
이 시간에 자기만 멈춰있는 것 같다고 너무 힘들어해서
미술도 배우고, 외국어 자격증도 따려고 노력하고 바쁘게 살았습니다.
제 아이인 조카에게도 영어도 알려주며 정상적인 활동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교수님께서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환자들 중 부작용이 적은 환자들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천운으로 동생이 그런 케이스였던 것 같아요.
5) 중간 검사 및 최종 검사
3차 항암 후 중간 검사 때 완전 관해 판정을 받았어요.
저는 사실 악몽도 꾸고, 너무 걱정했는데 동생 앞에선 한 번도 안 울었거든요.
중간 검사 듣고 동생 앞에서 엉엉 울었습니다.
최종 검사를 이번주 월요일에 했는데 다행히 깨끗하다고 하셨어요.
저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 방사선이나 추가 항암이 가능한지 여쭤봤는데
부산에서 예방적 차원 방사선을 받을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내일 모레 방사선 치료를 위해 개금ㅂㅂㅇ예약을 잡아두었습니다.
6) 마치며
동생의 발병 소식을 듣고
아 당분간 행복을 느낄 일이 없을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하고
남편 앞에서 오열했었어요.
그런데 발병 소식 - 항암 1차 사이가 가장 괴로운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항암 하면서, 오히려 가족이 끈끈해지기도 했고
동생도 본인의 건강에 신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원래 잠이 굉장히 불규칙 했고, 식사를 거르고 커피나 쿠키를 먹는 일도 잦아 온 가족의 걱정거리였거든요..
심한 워커홀릭이어서 발병 소식을 듣자마자 직원들이 산재라고 화를 낼 정도였다 합니다.
그래도 발병 소식 듣고 한번도 잘못 될 것이라 생각 안하고, 탈모 걱정만 할 정도로 긍정적이라
치료가 잘 끝난 것 같아요.
사실 이제 시작이라는 것도 잘 압니다.
방사선 15~20회를 마치고 나면 복직도 하고, 다시 외국에도 나가야 할 거고요,
5년 간은 검사할 때마다 무섭겠지요. 하지만 재발 걱정은 안해보려고 합니다.
그래도 감사할 일이 많습니다.
이렇게 적은 부작용으로 치료를 우선 마치게 되었고요.
여의도 ㅅㅁ 병원 교수님들은 정말 천사셨고요.
방사선 교수님도 정말 친절하시더라고요.
슬의에 나오는 교수님 같았어요.
제 딸이 몸이 약해 부산에 대학병원만 세 군데 다니는데... 이렇게 친절한 병원은 처음이었습니다.
읽으시는 림프종 환자 분들께 많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첫 발병 소식 듣고 걱정하며 검색하시는 분들께
치료가 순탄하게 지나가서 관해 받는 케이스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다들 치료 잘 받으시고, 건강한 삶으로 돌아가실 수 있기를 빕니다.
첫댓글 좋은결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건강유지 잘 하시길.
감사합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그리고 동생분께서 이렇게 좋은 언니를 둔것도 큰 복이네요. 궁금한것이 있는데 서울 병원에서 부산 소재 대학의 방사선과를 연결시켜주신건가요 아니면 방사선 치료 받아도 좋다는 얘기 듣고 언니분께서 직접 찾고 예약하신건가요? 저희도 아버지 치료 끝내면 거주중인 부산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고싶어서 질문드립니다.
교수님이 처음에 부산대 연결해주셨는데 통화해보니 기계 노후화로 대기가 길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교수님께 그냥 서류만 받아서 제가 하나 골라 부산 시내 대학병원 예약했어요. 교수님 서류만 있으면 다 받아주시는 것 같아요.
@아무것도아니어라 아하 그렇군요 혹시 어떤서류인지 말씀해주실수있으신가요? 의뢰서 같은건지 아니면 진단서같은건지 궁금합니다.
@pillow 의뢰서입니다. 여의도도 지금 기계 수리로 3-4개월 방사선 치료가 불가하다고 하더라고요. 방사선은 제가 먼저 가능한지 여쭸고 부산 의뢰는 교수님이 먼저 제의해주셨어요. 매일 가는 거라 연고지가 낫다고 하시면서요.
@아무것도아니어라 방사선과 교수님이랑 진료보게 해 주셔서 여의도 성모 교수님과 진료봤어요. 부산은 시내 대학병원이 모두 방사선이 가능하다고 하셔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예약했습니다.
@아무것도아니어라 답변감사합니다! 지방분이라 입원항암 할수있는 병원 선택하신게 정말 잘한선택이라고 저도 완전 공감합니다. 앞으로도 쭉 관해유지!!!! 좋은 결과 공유해주신것도 감사합니다
@pillow 감사합니다. 아버님 치료도 잘 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치료가 잘되셔서 다행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처음에 조직 슬라이드 꼭 챙겨오라고 이야기해주신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건강유지 잘 하십시오!^^
치료 잘되어서 다행입니다. 저희 어머니도 6차 항암하고 지금 정기검사만 다니고 있는데 재발 걱정이 계속되더라구요ㅠㅠ 완치 판정 받는 그날까지 다들 잘 유지하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