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속의 ‘중세’…동유럽 5개국 역사기행
먼저, 로마공화정의 정치가이자 문필가인 키케로(Cicero)의 ‘우정론(友情論)’ 한 대목으로 시작하자.
우정은 착한 미덕을 바탕으로, 서로 조화를 이루며, 안정적이고 서로 믿음을 가질 때에만 가능하다. 좋은 글을 보면 친구와 나누고 싶고, 멋진 곳을 친구와 함께 보고 싶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친구가 먼저 생각나고, 슬픈 일이 있거나 기쁜 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친구가 아니겠는가.
우리 전라고 6회 동창들의 ‘회갑기념 동유럽 여행 프로젝트’는 ‘멋진 곳을 친구와 함께 보고 싶다’는 키케로의 ‘우정론’ 구절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겠다. 왜 있잖은가? 좋은 곳을 가면 ‘다음엔 꼭 아내와 아니면 친구들과 같이 와야지’ 다짐하던 기억, 한두 번씩 있으리라. 번번이 그 맹세를 지키지는 못하지만. 그래서 중국 관광의 백미(白眉)라는 장가계(張家界), 면산․태항산, 계림․양삭, 베트남․캄보디아, 오사카․교토․나라, 대만, 운대산․소림사, 백두산 등을 갔더란다. 많을 때에는 14쌍, 적을 때는 서너 쌍이 여름만 되면 몸이 들뜨기 10여 년, 2007년부터 시작된 ‘꽃보다 친구여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동부인(同夫人)을 하니, 뒤탈날 일도 하나 없다. 친구 좋고, 부인 좋고, 일석이조(一石二鳥) 관광투어에 우리 모두 행복한 10년. 여행은 이렇게 친구들끼리 덩케덩케, 얼싸덜싸, 어우렁더우렁 다녀야 제격이 아닌가 말이다. 아무리 금실이 좋다한들 패키지투어에 끼워 둘이만 손잡고 다니면 무슨 재미랴. 그것도 한두 번이지.
‘2017 신년하례회’(매년 1월 첫 번째 토요일 저녁)때 ‘덕인회(德麟會․1973년 덕진동에서 74년 인후동으로 교사를 옮겼던 재학시절을 기념한 친한 친구 10명의 모임)’가 중심이 되어 동유럽 여행 제안이 있자, 순식간에 13쌍이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잡아놓은 날’은 기어코 오게 마련. 8개월 후가 까마득했는데, 어느새 8월 9일. 대망(大望)의 날이 밝았다. 우리는 인천공항 3층 출국장 A카운터 스타벅스 앞에서 9시 30분, 거의 오차없이 12쌍이 모였다(오호, 통재라. 1쌍은 한 달 전에 불가피하게 빠졌다). 광주, 전주, 군산, 용인, 판교, 서울 등에서 ‘코리아 타임’도 없이 모여들었다. 여기저기서 “오매, 존 거!” “오랜만이다. 잘됐다” 악수행진이 이어지고, 여행사 서연희 대표가 축하인사를 건넸다. 한 친구는 친구 부인과 손을 맞잡고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처럼 무릎을 연신 구부리며 “어이-최사장, 문사장, 방가방가” 인사를 하여 일행을 웃겼다. 언제라도 친구들을 만나기만 하면 좋고 정겹다. 형수(우리는 친구의 부인을 무조건 ‘형수’라고 부르는 미덕을 오래 전부터 갖고 있다)들도 대부분 아는 얼굴, 몇 번씩 여행한 경험도 있으니, 얼마나 이무러운가? 유붕자원방래 불역열호(有朋自遠方來 不亦說乎·멀리서 벗들이 와 만나니 이런 즐거움이 어디 있으랴). 그리고 무엇보다 7박 9일, 이만한 삶의 일탈(逸脫)이 어디 쉬운 일인가? 어디 이런 모임, 이런 여행이 흔한 일일까?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은 스페셜 이벤트. 첫째 날 한 친구는 건배사로 “(이런 모임) 흔치 않아” “흔치 않아” “흔치 않아”를 세 번 연창(連唱)했다. 그렇게 우리의 동유럽 5개국(체/폴/슬/헝/오) 순례는 시작됐다. 대한항공 육중한 비행기가 뜬다. 도대체 무슨 ‘재주’로 이 물체는 떠서 한밤중 ‘길 없는 길’을 찾아가는 걸까? 비행기 탈 때마다 드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이런 해외여행이 언제라도 가능하니, 대한민국, 참으로 좋은 나라다. 승객 314명 만석이란다. 보통 시속 1000km, 고도 1만m, 현지와의 거리는 8000km가 넘고 시차 7시간. 비행시간 11시간. 휴우- 발에 쥐도 안 나고 과연 제대로 갈 것인가? 영화를 두 편 봐도 아직도 한참 남았다. 아이구-. 테마(主題)별로 환상의 7박 9일 이모저모를 되새김질하여 보자.
★ 동유럽 5개국은 어떤 나라?
△체코: 체코공화국(The Czech Republic). 1989년 11월 벨벳혁명(무혈 민주화혁명)으로 소련 위성국에서 민주체제로 전환됐으며, 93년 슬로바키아와 분리독립했다. 한반도의 1/3 크기, 인구 1000만명. 수도는 프라하(Praha․체코어로는 Prague). 중세(中世)도시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서부의 보헤미아․동부의 모라비아분지로 크게 나뉜다. 평지와 산악이 우리나라와 반대 7:3. 카를4세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되자 수도를 프라하로 옮겼다.
△폴란드: 한반도의 1.4배 영토에 인구 3800여만명. Poland는 폴스카로 ‘낮은 땅의 나라’라는 뜻. 동유럽이라고 하면 질색한다. ‘중부 유럽’ 호칭을 선호한단다. 1989년 자유민주체제로 환골탈태. GNP 1만 4천여달러이나 행복지수는 선진국 수준이다. 수도 바르샤바. 홀로코스트(holocaust․나치가 1933∼45년 12년 동안 자행한 대학살. 유대인 등 600여만명 희생)의 현장 아우슈비츠(폴란드어로 오시엥비침)가 있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 지동설(地動說)의 코페르니쿠스, 노벨상 퀴리부부, 요한 바오로2세 교황의 조국이다.
△헝가리: 한반도의 5분의 2 크기로 인구는 1000만명. 마자르인이 97%을 차지한다. 카톨릭국가, 1980년말 자유민주체제로 전환됐다. 수도는 부다페스트. 사계절이 뚜렷하다고 한다. 아름다운 다뉴브강이 부다와 페스트, 두 지역을 정확히 나눈다. 컴퓨터 엑셀파일의 엑셀, 큐빅을 고안한 큐브, 퓰리처언론상을 제창한 풀리처의 고국이다. 노벨상 수상자만 13명에 이른다.
△오스트리아: 1867년부터 합스부르크 왕가가 제국을 건설하여 중부 유럽을 지배했다. 하이든, 모차르트, 슈베르트, 브람스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배출한 음악의 나라. 인구 750여만명. 1955년 영세중립국으로 독립했으며 대부분 게르만족이다. 수도 빈(Wien, Vienna). 다뉴브강(10개국에 걸쳐 흐르는 2850여km의 국제하천. 헝가리는 몰다우강, 체코는 블타바강, 두나강)이 흑해로 흘러간다.
△슬로바키아: 중고교 시절 ‘체코슬로바키아’로 배웠으나, 1993년 국민투표를 통해 체코와 평화적으로 분리되었고, 2004년 유럽연합에 가입했다. 체코, 폴란드, 우크라이나, 헝가리, 오스트리아에 둘러싸인 완전한내륙국가. 인구는 550만여명. 동구권의 '4대 용'으로 변신이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