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으로도 해서는 안되는 일이 있다. 서로가 극과 극으로 대치하고 있다고 해도 결코 일어나선 안되는 일이 있다. 핵발전소는 그런 일만 만들어 낸다. 공동체를 파괴하고 인간성을 파괴하고 자연을 파괴하고 미래를 파괴한다. 그렇게 만든 핵발전소와 전기, 전기를 옮길 초고압 송전탑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수도권에 사는 우리는 모두 죄인이다. 이런 사실을 몰랐다는 것조차 죄인이다.
부산의 끝에 위치한 고리 핵발전소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 부산시민에게는 위협이다. 이 고리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는 부산에서 모두 자급하는 것이 아니다. 거리상으로도 극과 극인 수도권을 위해 옮겨진다. 새로 건설된 신고리핵발전소는 더욱 그러하고 우리나라에서 핵사고의 위험이 가장 큰 고리핵발전소 1호기가 30년 수명을 넘기고도 가동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먼거리를 옮겨야하니 돈이 많이 들고 부담이 크니 그들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초고압 송전탑을 건설한다. 감이 안오는가? 아주 조금 과장해서 고층 아파트 크기이다. 핸드폰, 가전제품의 전자파의 위해성을 우려하는데 하물며 이 거대한 괴물, 송전탑은 오죽하겠는가? 나는 소리가 너무 귀에 거슬리고 머리가 아팠다.
이 송전탑 아래에서는 모든 생명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당연 농사도 예년 같을 수 없고 그곳에 사는 주민들도 멀쩡하게 생활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보상도 제대로 해주지 않고 온갖 인권유린이 행해진다. 작년 이곳의 할아버지 한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 그리고 여전히 공권력의 비호와 정부의 묵인하에 마을은 황폐해지고 그곳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고통받고 있다.
이런 만행을 막는 길은 우리가 알고 행동하는 것이다. 핵발전소 없는 세상, 송전탑이 없는 세상 내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전기를 쓸 수 있는 권리 내가 필요한 만큼의 전기만 쓰려는 노력, 산업전력의 터무니없이 낮은 요금을 인상하라는 목소리를 높이자. 야간 도심의 불필요한 전기를 끄고 공공기관의 어이없는 전기 낭비를 줄이도록 감시하자.
한세상에 있음에도 내 일이 아니라고, 나의 안락을 위해 눈감는 것은 죄악이다. 그래서 수도권에 사는 우리는 모두 죄인이다. 이런 사실을 몰랐다는 것조차 죄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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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햇살아래 흩어지다 원문보기 글쓴이: 굴뚝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