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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스크랩 고령화가족; 천명관 지음
민욱아빠 추천 0 조회 17 12.12.03 13:5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어머니란 존재를 생각해본다.  '어머니'라는 호칭에 이미 함축되어 있는 가족이란 테두리, 그 안에서 여인은 한없이 포근하고 희생하는 상으로 보여진다.  어릴적 기억과 자의식이 형성되어가면서부터 존재하는 어머니란 여인의 모습은 내가 속한 가족의 하나의 기둥으로서 포근한 의지처였을 뿐이다.  어머니에게서 '여자'를 느끼는 건, 극히 의도적이지 않으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어머니는 세상의 많은 여인들이 보여주는 그런 삶과는 무관한 사람이어야만 했다.  아버지와는 사랑으로 만나서 결혼한 것이고 남편과 가족만을 바라보며 행복해야 했다.  바람을 피우거나 자신만을 위한 행동을 한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여성의 삶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지워지는 이해의 경계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경계가 일으키는 갈등을 받아들이는 것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쉬워지긴 하지만, 이 소설에서도 나오듯 우리는 어머니의 삶에 대해 그닥 관심을 두지 않기에 우연히 알게 되거나 이야기로 직접 듣지 않으면 어머니는 그렇게 가족안의 고정된 이미지로 존재하고 만다.


  작가는 복잡한 가족사를 통해 어머니란 존재를 한 여인의 삶으로 바라보기를 권유한다.  내게는 언제나 이상적인 의지처이지만 한 여인으로서 가족이라는 테두리는 때론 감옥같기도 하고 그래서 잠깐이라도 탈출하고 싶은 담장이었을지 모른다.  결혼이라는 제도로 이성에 대한 관심을 저당잡히고, 자식이라는 존재로 여자로서의 매력과 감성의 풍부를 거세당해야만 하는 삶이 때론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혼 전에는 나름 아름답고 매력있었지만 어떤 연유에서 지금의 가족을 이루게 된 자신의 늙어버린 현실이 때론 후회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시간을 이어나가지 않으면 안될 삶, 아무리 나이들고 늙어도 눈에 밟히는 자식들을 챙기면서, 뒤늦게나마 자신의 인생을 조심스럽고 조용하게 챙겨본다.  


  자식들의 복잡하고 구질구질한 처지와 사건들의 충돌사이에서 소설의 말미까지 조용히 중심을 잡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잔잔하면서 인상적이다.  나이든 자식들의 구질구질한 사건들의 충돌은 결국 어머니의 과거를 상기시키고 그 의미를 이해하게 만드는데, 그 과정은 어머니를 '여자'로서 이해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현란한 말솜씨는 없지만 적당한 재미를 유지하며 어머니를 통한 여자의 삶을 다시금 바라보게 만드는, 구조와 관점유도의 매력이 살아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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