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온의 마음정원 58
아름다운 순간들
그렇게 길었던 무더위도 가고, 높고 푸른 하늘, 시원한 바람이 스치는 가을이 돌아왔습니다. 제게 인생에서 정말 아름다운 순간이 언제였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요즘의 하늘을 꼽겠습니다.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 하늘의 이 산뜻한 공기를 온몸 깊숙이 들이마시고, 내쉬며 이 순간 더없이 행복합니다.
얼마 전엔 북한산 능선을 따라 걷는 등산도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발이 불편해서 3년이나 북한산 등반을 하지 못했는데, 아직 다 낫지 않았지만 그래도 별 지장없이 산행을 했습니다. 북한산의 늘어선 봉우리들, 족두리봉, 향로봉, 비로봉, 사모바위, 승가봉, 나한봉 등등을 바라보며 솔내음 가득한 산길을 걷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두 발로 걸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가슴 가득 숨을 담고 뱉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두 눈으로 저 봉우리들을 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제가 애써 기르지 않았는데도, 산길 따라 튼튼하게 자란 나무들과, 작은 풀들과, 나비와 곤충들, 단단한 흙길과 멋진 바위들이 늘어서 있는 것에 큰 감사 드립니다.
이렇게 감사드리다 보니, 저를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 이 세상을 멋지게 창조하고 신비로이 조화를 부리시는 조물주님께 크게 깊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