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없이 주차하면 / 최종호

[최종호]

생각 없이 주차하면 / 최종호

“내가 좀 도와드릴까요?” 며칠 전에 우리 아파트 옆 라인을 지나다가 물건을 배달하는 분에게 건넨 말이다. 그는 20리터짜리 생수 꾸러미 다섯 개를 실은 수레를 경계석 위로 끌어올리려고 애쓰고 있었다. 혼자서는 어찌할 수 없어 보여 건넨 말이었는데 그는 괜찮다고 하면서 힘주어 앞부분을 당겼다. 그 순간 우르르 쏟아지고 말았다. 인도 위에 수레를 놓고 다시 싣기 시작하자 나도 거들었다. “차를 저렇게 세우면 물건 실어나르는 데 힘들어요.” 휠체어도 다닐 수 있도록 턱을 낮게 만들어놓은 길 앞에 차를 세워 두어 생긴 일이다. 아마 차 주인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리라고 전혀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래된 아파트는 어느 곳이나 주차장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편이다. 지을 당시에는 주차난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지금이야 대부분 지하에도 차를 세울 수 있도록 잘 짓는다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내가 사는 곳도 마찬가지다. 두 동이 있는데 앞쪽에는 비교적 여유가 있다. 하지만 뒤쪽에는 저녁에 이중으로 차를 세워 놓기 일쑤다. 집과는 가까워 편리하기는 하지만 여기에 차를 세워 놓았다가 낭패를 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쩌다 아침 일찍 집을 나올 때면 비좁은 공간을 곡예 운전하며 빠져나오든가 그도 안 되면 차주에게 전화해서 빼달라고 해야 한다. 그래서 어지간해서는 그곳을 이용하지 않는다. 아내는 아무렇게나 세워 둔 차를 보고 지나면서 투덜거린다. 빈 곳이 있는 데도 습관처럼 자기 편리하게 행동한다고.

지난 1월 초의 일이다. 청주에 사는 조카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일찍 집을 나서면서 집에 모아둔 종이상자를 버리고 가려고 분리수거장으로 갔다. 그런데 창고 앞을 큰 차가 가로막고 있었다. 차를 대지 못하도록 하는 곳인데 그날은 노약자를 목욕시켜주는 이동차가 자리 잡고 있었다. 간격이 워낙 좁아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꼭두새벽이라 캄캄했다. 다른 차 사이를 겨우 지나서 창고 쪽으로 가다가 경계석에 걸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그 차는 다음날에도 그대로 있었다. 월요일에 관리사무소에 전화하여 항의했다. 그 뒤로는 아예 장애물을 가져다 놓아 주차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공동주택에서 생활하려면 서로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한데도 이를 잘 지키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이 있다. 주차할 공간이 있는 데도 이중으로 세워 놓는 것도 같은 부류들이 하는 짓이다. 차를 밀어 옮길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브레이크를 당겨놓아 꼼짝도 하지 않으면 차 주인의 품성이 의심된다. 그는 잠깐 일 보려고 그럴지 모르지만 그사이 누군가에게 방해될지 모른다. 주차하지 말라고 한 곳에 어쩔 수 없이 세워 놓았더라도 다음날 일찍 차를 옮기면 서로 좋을 텐데 그대로 놔두는 것은 역지사지하는 마음이 적어서일 것이다. 시민 의식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퇴직하기 전에 같이 근무했던 교무실 직원은 이중 주차한 자를 밀다 손목을 다쳐 휴직을 고민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을 데려다주고 출근하느라고 마음이 급했단다. 혼자서 있는 힘을 다해 차를 옮기고 빠져나왔는데 그 이후 손목이 아파 병원에서 치료를 여러 번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조금만 무리하면 병이 도진다며 몇 달을 입원해서 치료하면 낫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단다. 그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무심코 한 내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를 줄 수도 있기에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팝나무]

아파트는 어디나 주차난이 심각하더라고요.
학교 앞이 주차금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저 역시 고통받다가 이사했답니다.
어서 이사하시지요. 하하!

[최미숙]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많아요. 고쳐줄 수도 없고 똑같이 당해봐야지 방법이 없어요.

[황성훈]

이중 주차한 차 밀다 사고가 나면 민 사람 책임이라는 법도 이상한 것 같아요.

서로 배려하면 좋을텐데요. 운전이나 주차하는 걸 보면 그 사람의 성품이 보이지요.

[곽주현]

내 아파트는 지하 주차장이 있어도 꼭 금지 구역에 주차하는 사람이 있어요.
심지어 지하로 들어가는 내리막 통로에 주차하는 사람도 있어 너무 황당해요.

[박선애]

맞아요. 조금만 걸으면 떳떳이 주차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도 자기만 편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꼭 있어요.

[작은미소로]

배려하는 마음은 더불어 살아가는데 가장 소중한 것 같습니다. 교훈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