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28. 돌아오다.
40여일의 여행을 끝내고 필리핀에 돌아왔다.
역시 여행이란 돌아올 집이 있기 때문에 즐거운가보다. 오랜만에 내 집에 온 편안함을 만끽하고 싶다.
필리핀에서 여행을 떠나던 날 수없이 약속 시간과 장소를 강조했지만 그래도 행여나 싶어 아침에 Mell에게 국제전화를 걸었다. 그가 공항으로 우리를 픽업하러 나오기로 되어 있는데 만남의 장소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다.
공항은 NAIA 1 이고 Arrival Area의 Duty Free 앞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을 재 확인했다. 그는 연신 OK, OK 대답했다.
NAIA 1 공항은 NAIA 2나 3에 비해 공항 여건상 만나는 게 수월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무거운 짐을 끌고 나왔는데 기다리고 있어야 할 그가 보이지 않는다. 다른 곳으로 간 건 아닐까 불안하다.
Mell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데 로컬 전화는 로드가 떨어져서 안 되고 한국 휴대폰을 꺼내어 수첩의 번호를 확인하고 있는데 공항직원이 다가왔다. 그는 친절하게도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한다. 너무나 고마워서 번호를 주며 설명을 했더니 그가 자기 전화로 연결을 한다.
따갈로어로 멜과 통화를 하면서 우리의 위치를 설명해 주고나서 20분만 기다리면 그가 이곳으로 온다고 한다.
너무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는데 아뿔사! 손을 내민다. 돈을 달라는 것이다. 나는 아예 필리핀 돈은 없고 한국 돈만 있다면서 2천원을 건넸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미국 달러도 괜찮다고 한다. 나는 이쪽저쪽 주머니를 뒤지는 시늉을 하다가 100페소를 꺼내어 이것밖에 없다고 주었다. 그는 아주 불쾌한 표정으로 받는다. 내가 얼마를 주느냐고 물었다면 아마 최소 500페소는 받으려 했을 것이다.
예전에도 한 번 그런 경험이 있다. 출국카드를 쓰는데 친절하게도 자기가 써 주겠다고 다가온 공항직원에게 당한 적이 있다. 나도 충분히 쓸 수 있는 걸 구태어 자기가 써 주겠다기에 그게 친절인 줄 알고 맡겼다가 300페소를 달라고 해서 실랑이 끝에 겨우 100페소를 준 적이 있다.
20분 쯤 후에 Mell이 차를 갖고 왔는데 어이없게도 그는 공항 밖의 시내 Duty Free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화를 낼 수도 없고...
어찌됐건 집에 와보니 인터넷이 전혀 안 되고 따라서 인터넷 전화도 불통이다. 그간에 이곳 코리안 빌리지의 옆집들도 다들 안 된다고 한다.
인터넷과 전화가 안 되니 마치 원시인들의 마을로 다시 돌아온 것 같이 막막하다.
이웃들도 몇 번씩이나 사람이 와서 인터넷 연결 시도를 했는데도 이 모양이라고 한다. 다시 또 사람을 불렀다, 아무래도 이번엔 좀 애를 먹을 것 같아 겁이 난다. 낮에 온다던 사람이 저녁 늦은 시간에 왔고 그래도 어찌어찌해서 밤 10시가 넘어 우리 집만 성공을 했다.
너무나 여러 날 블로그의 빈자리가 아쉽고 또 방문해주시는 분들께 죄송해서 급한 대로 밤 늦게나마 이렇게 사정을 말씀 드리기로 한다.
늘 좋은 이야기를 찾아냈는데 때로 이렇게 암담한 생활도 하고 있다.
첫댓글 IT는 한국을 떠나면
어데를 가나 답답하다.
심지어는 일본이아 미국을 가도
한국과는 큰 차이가난다.
그야말로 한국은 IT 천국이라 할 수 있다.
아직도
김선석 소식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