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윤의 <도시인의 월든> 이라는책을 읽었다.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졸업하고 동아일보 기자로 4년간 일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교육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가족과 함께 서울 생활을 접고 미국 북서부 작은 마을의 오래듼 집에서 두 아이와 남편과 함께 8년 째 살고 있다. 그는 데이빗 소로의 책 <월든> 을 자주 펼치며 산다. 여백이 많은 삶에서 직접 통밀을 빻아 빵을 굽고 제철의 블랙베리를 채취하기도 하지만 주로 가만 있기를 좋아하고 때때로 이런저런 책을 뒤적거린다.
참 평화로운 삶을 즐긴다. 특히 아이들과 즐겁게 놀아가며 살아가는 작가의 삶이 부럽다. 아직도 나는 세상일에 관심이 많고 그 사이에서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망설이고 방향을 잡기 바쁘다. 지금도 아이에 대한 어느정도의 바라는 게 있다. 그리고 책이나 글에 대한 욕심도 있다. 돈에 대한 욕심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어쩔 때는 울기도 하고 깔깔대며 웃기도 한다. 냄비처럼 감정이 왔다갔다 난리가 아니다. 핸드폰으로 인터넷 뉴스를 확인하고, 티비 리모컨을 돌려가며 재미있는 것만 쏙쏙 골라본다. 꽃 욕심이 많아 거실과 베란다. 두 방, 식탁에까지 화초로 메꾼다. 글을 잘써서 다른 사람들한테 칭찬받고 싶어한다. 그리고 식구는 물론 아는 사람들로부터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으려고 애쓴다. 참 모든 부분에서 욕심꾸러기다.
이 책을 읽으면서 <월든> 의 저자 소로의 삶과 지은이의 삶을 보면서 진정한 평화를 추구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가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 20 쪽 ㅡ 책에서 즐거움을 얻고 배움을 어디기도 하시만, 어디까지나 책과 문자는 내가 세상을 스스로 바라보는 수단이어야 하지 내가 복종하는 절대적인 무엇이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나는 보지 못해도 나와는 다른 사람들은 보공 있는 이 세상의 풍요를 포착할 수 있다.
다행히 모두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믿는 것도, 혹은 그 많이 읽는다는 것에 대해 모두가 같은 기준을 가진 것도 아니다. 타고난 성형이 책과 거리가 먼 사람이 과연 억지로 읽어야 할까? 뭐든 노력을 하먼 어느 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차라리 타고난 자신만의 방법을 더 개발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와 동시에 자신 역시 다른 사람의 방법을 인정하는 것이다.
*47 쪽 ㅡ 일단 믿음을 가지고 산다. 살다 보면 기존 믿음에 반대되는 사실을 발견하거나 그런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면 기존의 믿음에서 물러나 이런 경험에 비춰 다시 나의 일성과 선호를 평가해 보는 것이다. 평가를 하는 것만으로도 좋다. 다시 원래의 믿음으로 돌아가더라도 절대로 똑같진 알을 떼니까.
* 192 쪽 ㅡ 다이어트도 주식뚜자도 공부도 결국 단순하게 버티는 것이다. 특별한 기술이나 엄청난 노력보다 아마 더 중요한 건 그냥 무심하게 기다리면서 계속하는 것이다. 그 결과가 무엇이건 간에, 불안이나 기대에 발목잡히지 않고 하고 싶을 만큼, 납득할 수 있는 만큼 지속하는 것이다.
* 196 쪽 ㅡ 왜냐하면 나로서는 엄청난 야망이 있기 때문이다. 남들은 인정하지 않지만 나는 나름대로 목표도 분명해ㅗ 그 목표를 향해서 하루하루 자아를 실험하며 살고 있다고 느낀다. 그건 바로 집안일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이토록 열과 성을 다한 일은 없다.그렇다고 타사 튜더 같이 동화 갇은 아늑함을 추구하는 건 아니다. (할 수도 없다) 나의 야심한 목표는미렇다.
하나, 단 한순간도 집안일이 버겁다거나 힘들다고 느끼지 않겠다. 소꿉놀이하듯이 언제나 즐겁고 재미있게 하겠다.
둘째, 그 누가 예고 없이 찾아와도 5분 안에 집안 구석구석을 공개할 수 있을 만큼 언제나 깔끔하고 정돈되어 있어야 한다. '집을 치워야 하는데, 어떡하지?' 하는ㅇ부담을 어느 날에도 갖이많겠다.
셋, 외식이나 가공식품은 편의가 이리라 재미로만 이용한다.
넷, 스스로 한다. 언제 이사를 해도 직접 짐을 씨고 풀며 이것을 하루 안에 가뿐히 해결하도록 한다.
다섯, 처음 방문한 사람이나 초등학교 아이도 쉽게사용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살림살이를 운용한다. 가족들끼리 집안일을 떠넘길 필요가 없게끔 말이다.
쉽지 않다. 사람인데 어떻게 맨날 집안일이 즐거울 수가 있을까? 그만큼 내 야심과 목표는 원대하다. 게다가ㅇ하루이틀을 이렇게 살겠다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이렇게 살고 싶다. 그러려면 나는 '안 하기'를 노력해야 하다.
* 200 쪽 ㅡ 글쓰기도 그렇다. 더 좋은 글을 쓰거나 더 많은 사라의 공감을 일으키는 글을 쓰는 목표가 아니다. 다만 글을 쓸 때 쉽고 즐거우며 의심 없이 이렇게 생각한다. '아, 역시 난 글을 잘 써' 여기서 쓰이는 '잘' 이라는 부사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의미와는 다르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글을 쓸 때 내가 즐거우면 목표를 달성한ㅇ것이다.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집안일과 달리 글쓰기는 즐거울 때까지만 쓰면 되고 죽을 때까지 써야할 필요도 없다.
* 250 쪽 ㅡ 저자(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와 고학자 데이비드 웬그로. 의 책 <모든 것은 새벽> ) 들은 이런 역사적 증거들을 제시하면서 묻는다. 인간이란 어떤 준재인가? 인간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다만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다른 시도를 해보고, 다양한 가치를 추구할 수 있고, 그런 상상을 할 수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중략) 남편과 내가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야기하다가 내리는 결론은 항상 같다.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방탕하게 살자.' 그러면서 우리 스스로도 웃는다. "방탕하게 살자면서 매랄 집밥 해먹고, 재활용, 재사용하고, 술도 커피도 끊고, 운동하고, 이게 뭐냐?""
저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가 원하는 방탕한 삶은 인간 본연의 모습이다. 그것은 바로 상상의 나래를 상상할 수 없는 것까지 펼쳐서 많은 것들을 시도해ㅇ보는 것, 그리고 아닌ㅈ것은 바꾸고 괜찮은 것도 더 이상 괜찮지 않게 되면 바꾸는 '유연성' 인라는 걸 새로이 알게 됐다. 그러니까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나 공부를 않하는 것 등, 그 어떤 것이 바람직하거나 나쁘다고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다는 관점이다. 공부도 해보기도 하고 안 해보기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하고 안 마시기도 하는 그 자유가 좋은 것이다.
저자들은 자유에 대해 이렇게 정리한다. 유럽인들에게 자유는 물질적, 기술적으로 남들 위에 올라섬으로써 그들을 부리는 데에서 나온다. 주 타인의 자유를 희생해서 얻어지는 자유라는 뜻이다. 반면 원주민들에게 있어서 자유는 자발적으로 복종하기도 하고, 자발적으로 떠나기도 할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유가 모든 사람의 자유와 연결되는, 그런 자유 말이다.
*264 쪽 ㅡ 이런 특성을 가진 사람이 또 하나 있다. <월든> 을 쓴 헨리 데이비드 소로다. 물론 이건 나의 주관적인 해석이다. 소로는 딱히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연필 공장도 운영해 보고 개인 교사로 일하기도 했으며, 학교도 세워보고, 측령사로 일한 적도 있지만 여건상 하다 알았다. 숲에 든ㅅ어가서 산 것도 2년 남짓이었고, 작가라고 하기에도 애매했다. 작가와 강연자로서 이름을 날릴 때 에머슨이 소로가 작가로 자리 잡게끔 다양한 기회를 마련해 주었지만, 그에 부응할 만큼 적극적이지도 않이서 에머슨을 안타깝게 했다.
대학교 때 처음 <월든> 을 읽고서 독특하긴 한데 어쩐지 끌리지 않아서 제쳐두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도대체 이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인 거야? 이 사람처럼 하면 뭐가 된다는 거지? 하지만 40대가 되면서 이 책을열렬히 좋아하게 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뭐가 되지 않고도 열심히 살아갈 수 있다는 그 이유에서 끌렸다. 20대에만 해도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면서 실제로 그렇게 되려고 애를 썼기 때문에 소로를 피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40다가 되면서 '되고 싶은 게 아무것도 없는 나' 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나는 치명적인 나의 약점을 끌어안기 위해 <월든> 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성경을 쓰고, 착을 읽고?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음악을 듣고, 화초를 기르고, 절제된 먹거리를 준비하고 영위하는 삶이 항상 조직적이고 규칙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라왔다.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견딜 수 없는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나는 조금씩 방탕해져도 된다는, 어긋남도 괜찮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피곤하면 성경도 안 쓰고 책도 읽지 않고 글도 안 쓸 수 있어야 한다. 느긋하게 자다가 밥 먹을 시간도 잊는 센스! 푹 쉬는 자신감도 생겨야지. 이 책을 읽은 건 참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