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바람 핑계대고 집에서 오랫만에 농사일기 적습니다.
비오는 날 사이사이 동네 이웃집 어르신들 못자리 돕고 있는 모습이예요.
하우스가 아니라 논에서 못자리하는 일은 처음 도와보았습니다.
모가 자라면 위에 덮은 비닐과 보온덮개를 벗겨내고
햇볕을 쐬어주지만 비가 많이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불면
모가 망가질까봐 나가서 다시 비닐을 덮어주고 보온덮개를 덮어 타지 않게 해주어야 합니다.
하우스에 비해 정말 손이 많이 가겠더라구요.
어린 아이를 기르는 것처럼
일년중 어르신들이 가장 농사에 정신을 곧추 세우고 있는 때인 것 같아요.
아랫집 할아버지 할머니의 논이예요.
못자리한 사진은 바빠서 못찍었고
모판 나르러 와서야 좀 틈이 생겨 찍고 나르고 찍고 나르고 했어요.
삽으로 논의 물길을 만들어 놓은 다음 물을 대고 그 위가 평평하도록 긁어줍니다.
모판을 나르기 전에 아래 푸대자루를 길게 늘어놓아서 모판이 자라는 동안 뿌리가 모판 밖으로 나와 활착하지 못하도록 하는 거예요.
모판안에 있을 때 맨바닥에 모판을 깔면 뿌리가 활착해버려서 나중에 모판을 떼어내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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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cafe/231D6649553E057C2A)
그리고 모판을 하나하나 나르는데.
논이 수렁이라 저같이 어설픈 사람음 못들어갑니다.
주황색 장화는 물장화인데 허리춤에 묶어두는 끈이 있어요.
그래서 수럭에 빠져도 금새 발을 뺄 수 있는데
일반 장화를 신고 들어가면 저같은 경우는 장화는 그대로 있고 발만 빠져 나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14BDF50553E05AC32)
아저씨들이나 저희 신랑은 일반장화를 신고도 잘 걸어다닙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702144F553E05D20C)
바람이 불지 않았으면 미니 하우스처럼
대나무활대를 꽂아놓고 그 위에 비닐과 부직포를 씌우는데
다행하게도 그날 바람이 많이 불어서. ㅎㅎ
활대를 꽂는 작업은 생략되고 그 위에 그냥 비닐과 부직포만 덮어둡니다.
부직포가 날아가지 않게 흙으로 한삽씩 덮어줍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36ACC4B553E060412)
![](https://t1.daumcdn.net/cfile/cafe/25193250553E062806)
다 덮으면 이런 포스.
모를 기르는 건 매년 하우스에 해오던 우리집일만 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유치원에 아이들 보내고 품앗이 했는데
논에 바로 못자리 하는 일이 훨씬 멋지긴 하지만
정말 허리 끊어집니다.
이제 우리집 못자리.
종자소독을 온탕으로 하는 지라 이웃집과 같이 종자를 소독을 못해
작년에 구입한 종자소독 & 종자 발아기.
처음에는 커다란 고무다라이에 담아서 종자소독을 했는데
볍씨 양이 많아지니 물에 담그면
온도가 너무 급하게 떨어지고 계속 온도를 맞추기 어려움이 있어서
온탕소독기계에다 물을 데워 온탕소독했어요.
온탕침법으로 소독된 종자들.
올해는 논을 많이 늘려 소작을 하는 관계로
볍씨도 많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3364E4D553E074213)
이것은 발아된 볍씨입니다.
소독한 종자를 건져서 물기를 찌웁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0F984D553E07432D)
아래의 사진이 토종볍씨 자광도 종자.
볍씨는 노란데 낱알이 붉어서 쌀밥을 하면 붉은 밥이 된다고
떡을 해도 은은한 붉은 빛이 돌아서 그 빛깔이 아름답다고 이복자선생님께서 말씀하셨죠.
문헌들을 찾아보니 예전에 임금님 수라에 오르던 쌀이라고 하네요. 기대만발.
![](https://t1.daumcdn.net/cfile/cafe/2519784D553E074424)
아래의 볍씨는 토종찰볍씨, 자치나.
![](https://t1.daumcdn.net/cfile/cafe/2249444D553E074506)
토종볍씨는 저희들끼리 모판작업을 합니다.
씨가 바꾸면 곤란하기도 하고 양이 많지는 않기 때문에
저희 둘이 하려고 아이들을 데리고 왔는데
이 녀석들 볍씨 파종기를 보더니 난리가 났습니다. 고장내는 건 아닌지
씨앗을 가지고 장난할까봐 노심초사.
![](https://t1.daumcdn.net/cfile/cafe/2724314D553E07451E)
하지만, 이 녀석들은 신이 났군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213CA54D553E07470F)
이제 나이가 좀 들어서 장난을 덜 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건, 저만의 착각
장난의 수위가 더 깊어지고 노련해지고 사고의 덩어리도 커지네요.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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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둘이라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
![](https://t1.daumcdn.net/cfile/cafe/2773BB47553E074A08)
일반볍씨는 모두 모여서 합니다.
상토를 미리 넣어 놓지 못해서 어르신들께 혼났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457F747553E074A19)
역시 볍씨 뿌릴 때는 사진촬영을 못했네요.
저 상자위에 물을 뿌리고 그 위에 볍씨를 파종한다음 다시 흙을 뿌리고
아래와 같이 상자를 켜켜이 올립니다.
친구 기동씨가 우리집에 커피마시러 놀러오려다가 딱 걸려서
노역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장가가야 하는 48세 아저씨. 기동씨.
나라면 쭈욱 자유롭게 살겠는데
이 양반은 정말 결혼이 하고 싶은가봐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ㅎ
이제 다 했다.
볍씨가 너무 발아가 많이 되어서 하루 온종일 못자리를 했는데
동네 어르신들이 하루종일 못자리하긴 처음이라면서 아이고 허리야 다리야를 외치셔서
친구 기동씨가 회 한접씨를 쏘았습니다.
하우스라 실감나지 않지만
곡우, 엄청나게 비가 왔고
빗소리 들으면서 신나게 파종했어요.
곡우에 비오면 그 해 풍년이 든다는 소리와
곡우에 볍씨를 뿌리면 좋다는 이야기가 다 들어맞았으면 하는 바램을.
한가지 질문은.
토종벼역시 논에 기계가 들어가거나 유기비료라도 외부비료가 들어가면
토농회에선 판매할 수 없는 거지요?
벼는 도무지 손제초 엄두가 안납니다.
우렁이의 힘을 빌려 농사짓게 될 것 같아요.
그냥, 유기농에 준하는 농사를 지으려구요. 벼농사는.
늘 쓰고 보면 부끄러워집니다.
그래도, 천천히 장거리전으로 가려구요.
지치거나 포기하면 안되니까요.
첫댓글 저도 올 해는 벼를 조금 심어봐야겠습니다.
벼농사법은 보리수네 님께 배워야겠습니다. 벼 자연재배엔 천천히 도전을 해봐야 할 것같습니다.~~^^
벼농사는 자연재배라고 할 수는 없어요 우렁이제초 할것이고
기계로도 모심기 할거거든요
@보리수네집 보리와 벼 윤작으로 직파에 한 번 도전 해 볼려고요.
다행히 멧돼지가 뒤집어서 평평하게 만들어 놓은 논 60여평이나 될까?
손 모 한 번 심어 볼려고요. 그리고 밀이나 보리 직파 해 보고..., 암튼 해 보는거죠뭐.
성공한 사례들도 있다고 하니 잘 따라 해봐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