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생을 ‘믿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스스로 많이 질문하면서 살아온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그런 고민(?)과 자문(?)을 많이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비슷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제 설교의 결론을 보면, 대부분 '믿음'을 강조하는 것으로 끝맺는 것을 봅니다. 그래서 어떤 교우는 ‘목사님 설교는 맨날 똑같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내가 잘못되었나 생각하다가도, 나 뿐 아니라 돌아가신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목사님도 그런 말을 들었다고 해서 조금 위로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복음의 결론은 오직 믿음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 보면, 3절에 “네 발바닥으로 밟는 곳은 모두 내가 너희에게 주었노니”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전에는 무심코 지나간 이 구절이 요즘 제 눈에 크게 보이고 있습니다. 왜 그냥 발이 아니라, ‘발바닥’을 강조하셨을까?... 그리고 발바닥으로 땅을 밟으려면 ‘신을 벗어야’ 하는데, 이에 다른 성구에서 자주 보이는 ‘네 신을 벗으라’(출3:5, 수5:15 등)의 말씀이 함께 떠올랐습니다. 서로 연결되니까요.... 자, 그러면 신을 벗어서 맨발이 되고, 발바닥으로 밟으라는 (참고로 본문을 자세히 보면, 실제로 발바닥으로 행진을 하거나, 전쟁을 치루라는 뜻은 아니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는 본문도 없습니다. 다만 모세와 여호수아가 하나님을 개인적으로 만날 때 지시되었고, 이스라엘에게 하나님께서 말씀하실 때 언급된 부분입니다.) 말씀은 하나의 명령으로 연결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님은 왜 그렇게 말씀하셨을까요? 모세에게도, 여호수아에게도,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에게도.
1. 거룩
돌고 돌아서... 이 말씀의 첫 번째 의미는 누가 뭐래도 회개와 거룩임을 인정하게 됩니다. 본문이 그것을 언급하시기 때문입니다.
출 3:5 하나님이 이르시되 이리로 가까이 오지 말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여러 주석과 설교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내용입니다. 죄를 지적하는 말씀입니다. 회개하고 나오라는 것입니다. 신을 신고 다녔던 과거의 모든 곳과의 단절, 즉 철저한 회개를 언급합니다. 세상에서 살았던 모든 것에 대해서, 하나님 앞에 나올 때 회개하고 나오라는 것입니다. 회개는 세상과의 단절입니다.
죄악과 세상으로 얼룩진 지나온 모든 삶에서 벗어나서, 이제는 거룩하신 하나님의 나라로 들어갈 것을 명령하십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무엇보다도 거룩한 나라요, 거룩한 땅입니다. 거룩이란? 오직 하나님 앞에서 그분을 경배하며, 그분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삶을 말합니다. 구별된 삶입니다.
2. 순종
당시의 시대적 배경에 있어서, 신발은 자유자나, 자녀에게만 허용되는 것입니다. 종이나 노예들은 신발을 싣지 못했다고 합니다. 즉, 신발은 권한을 의미합니다. 자유를 의미합니다.
눅15:21~22 아들이 이르되 아버지 내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사오니 지금부터는 아버지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감당하지 못하겠나이다 하나 아버지는 종들에게 이르되 제일 좋은 옷을 내어다가 입히고 손에 가락지를 끼우고 발에 신을 신기라
여기에도 보면, 죄악의 노예처럼 살아왔고, 이제도 아버지에게 “나는 더 이상 아들이라 칭하지 마옵소서”라고 말하는 종과 같은 존재에게 아들됨의 지위를 회복시키시는 아버지의 사랑을 보게 됩니다.
그러니 반대로 수1:1~4 본문에서 신발을 벗고 맨발 즉, 발바닥으로 행하라는 것은 자유의 포기와 상실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 나올 때 우리는 그분의 종으로, 그분의 노예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룻기에서도 동일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보아스에게 그의 친척이 신을 벗어줌으로서 권한을 위임하는 것을 봅니다. 소유권과 가계에 대한 책임을 위임하는 것입니다. 룻 4:7~8 옛적 이스라엘 중에는 모든 것을 무르거나 교환하는 일을 확정하기 위하여 사람이 그의 신을 벗어 그의 이웃에게 주더니 이것이 이스라엘 중에 증명하는 전례가 된지라. 이에 그 기업 무를 자가 보아스에게 이르되 네가 너를 위하여 사라 하고 그의 신을 벗는지라
이처럼 신을 벗을 때 그의 자유와 우리의 모든 권한을 하나님께 위임하고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과 생명의 모든 권한은 하나님께 달려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신을 벗고 맨발로 걸으므로 증명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행위는 믿음과 순종을 나타내는 가장 강력한 행위입니다. 어떻게 믿음과 순종이 없이 맨발로 걸을 수가 있겠습니까? 오직 믿음과 순종으로만 가능한 행위입니다.
이사야서에도 보면, 하나님께서 이사야에게는 신발 뿐 아니라 의복까지 다 벗으라고 말씀했고, 이사야는 그 말씀에 순종한 내용이 나옵니다.
사20:2 그때에 여호와께서 아모스의 아들 이사야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갈지어다 네 허리에서 베를 끄르고 네 발에서 신을 벗을지니라 하시매 그가 그대로 하여 벗은 몸과 벗은 발로 다니니라
일반적으로 이사야가 입었던 옷은 선지자들의 예복으로 여겨졌는데(왕하1:8; 슥13:4; 마3;4 히11:37). 이 옷을 바로 갖춰 입기 위해서는 허리에 띠를 둘러야 했습니다. 특히 의복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였던 동방(이스라엘 포함)에서는 이 옷(겉옷)을 벗는 자체만으로도 벌거벗은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삼하6:20, Delitzsch). 속옷 이외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더구나 신분과 안전을 의미하는 신발도 신지 않은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나선다는 것이 “참으로 수치스러운 일”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야 선지자는 주의 명령에 전적으로 순복하였던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이러한 순종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것입니다. 그러한 자세와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그것이 순종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발바닥으로 걷는 심정으로, 그런 마음과 자세로 살고 있습니까?
3. 능력
상식적인 관점에서 볼 때, 신발은 우리의 발을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벗을 때, 우리의 안전과 기동력은 떨어지게 됩니다. 그런데도 벗으라, 맨발로 걸으라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의 안전을 책임지시키겠다는 말씀입니다. <안전>에 대한 약속입니다. 그래서 성경에는 염려하지 말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씀이 가장 많이 나오는 약속중의 하나입니다. 두려움이라는 단어는, 한글개역성경 전체에서 무려 422번이나 나옵니다.
창15:1 이 후에 여호와의 말씀이 환상 중에 아브람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아브람아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네 방패요 너의 지극히 큰 상급이니라
신을 벗고 발바닥으로 걷는다면, 우리의 약함을 통해서, 하나님의 능력으로 행하심이 극대화될 것입니다. 약함과 능력... 이 진리가 가장 대조적으로 나타나는 말씀입니다. 가나안 정복이라는 엄청난 일은, 결코 이스라엘의 인간적 능력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이 말씀대로 이스라엘이 요단을 건너갈 때에도 하나님이 행하시는 기적과 능력이 나타났습니다.
수4:14 여호와의 언약궤를 멘 제사장들이 요단 가운데에서 나오며 그 발바닥으로 육지를 밟는 동시에 요단 물이 본 곳으로 도로 흘러서 전과 같이 언덕에 넘쳤더라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기적으로 살아갑니다. 하나님의 능력으로 살아갑니다. 주님의 말씀대로, 가장 약한 발바닥으로 걸어갈 때, 즉 순종할 때 이러한 기적은 계속될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런 <약속>을 모세, 여호수아와 이스라엘에게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계십니다.
신11:24 너희의 발바닥으로 밟는 곳은 다 너희의 소유가 되리니 너희의 경계는 곧 광야에서부터 레바논까지와 유브라데 강에서부터 서해까지라
수1:3 내가 모세에게 말한 바와 같이 너희 발바닥으로 밟는 곳은 모두 내가 너희에게 주었노니
하나님께서 친히 이 약속을 실현시킬테니, 너희들이 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오직 우리는? 믿고 순종하고 따라가면 됩니다. 이 약속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유효합니다.
제가 아무리 성경을 봐도, 이런 의미가 너무 강렬합니다. 부정할래야 할 수가 없습니다. 이 약속은 저 개인의 삶속에서도 증명이 되고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까지 말입니다. 당연히 미래도 그렇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가 이 땅에서 하나님의 백성,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간다는 뜻은 무엇입니까? 바로 "신을 벗고 발바닥으로 이 땅을 밟으며" 살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즉,
하나님 앞에서 거룩하게 살며,
우리의 권한을 그분에게 드리며,
오직 그분의 능력으로 살아가는 것!
바로 그것입니다. 이 위대한 삶에 승리하시길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