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군산의 바다 / 배달메 낮에도 자느라 눈이 자주 붓던 군산의 바다가 언제부턴가 저리서서 밤새도록 출렁인다 이젠 군산의 바다도 가난한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처럼 방바닥에 등 붙여볼 날이 없다 이미 20세기 초에 밤에도 서서 출렁거려야 함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측은하여 해달 별들이 흐느끼는 때도 있건만, 가난으로 어머니가 우실 때 생각에 잠겨 담뱃대만 빨던 우리 군산의 아버지들처럼 바다는 그렇게 생각에 잠겨 만년을 내다보고 파도를 친다 탓하지도 않는다 가장 낮은 곳에 터 닦은 채, 홍수 때면 토사구팽 당한 폐수와 오물이 산더미처럼 몰려와도 모두 사위처럼 맞이한다 제 마당인양 수백 척의 배들이 횟집 조리사가 생선의 포를 뜨듯 마구 돌아다녀도 그들에게조차 절대 탓하는 법이 없다 살점 뜯기면서도 젖부리 물려 칠팔 명의 자식을 키웠던 우리의 어머니들처럼 평생토록 그렇게 뜯기면서도 새우와, 고래와, 산호초와, 미역과, 다시말 키운다, 모래도, 섬도, 나도 기른다
우리 조상들이 수한壽限을 못 채우고 떠난 걸 알면서도 폐수와 오물 다 마시며, 생명체와 무생명체를 기른다 가시는 자신이 드시고 고기만 발라 먹이던 보름달 미소 우리의 어머니들처럼 손발톱이 문드러지고 오장육부가 썩어가면서도 군산의 바다는 훤하게 우리 모두를 먹이고 기른다. 2015. 11/25 군산 외항 밤바다를 보고서 쓰다
* 위에서, 다시말: 다시마를 발라 먹이다: ‘가시를 제거하고 고기를 먹이다’ 의 뜻(주로, 군산의 어른들이 쓰는 말)
*상기 시는 바다를 소재로 한 시이지만, 우리 옛 부부들(부모님들)의 생활상이 그려진 시로 우리 바다의 삶도 인간의 삶과 같음을 시사했지요.
그런데 '19년 오늘 생각하니 오식도동의 GM과 현대조선소의 철수로 군산의 바다가 다시 옛날 불황 때로 되 돌아가는 듯 하여 매우 걱정이군요. 아래는 군산의 여명(20 여년 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