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방화 싱글즈를 보았다.
(요즘도 우리 영화를 방화라 부르나요 ??)
한국 영화는 많이 보지는 않는편이지만 엄정화양이 나온다고 해서 보게 되었다.
처음의 느낌은 설정은 그런대로 좋았다고 본다.
사실 엄정화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볼까 말까 고민했던 이유가 엄정화 친구로 나오는
여배우 (장진영?) 때문이었다.
나중에 "반칙왕"에 나왔다는 걸 알았지만 난 왠만한 숏컷은 무조건 점수를 주는
편인데 이렇게 안어울리는 여자 처음 봤으며 속칭 "단발머리 사랑" 의 회장인 (?)
나로서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론 진영씨에게 미안)
또하나의 이유는 3 명의 친구의 에피소드가 균형있게 전개 되리라 기대하진 않았지만
엄정화가 주인공이 아니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난 어려서 부터 엄정화의 표정중 아무런 생각없는 표정과 허탈해 하거나 우울해 하는
표정에 뻑이 가있다. 바로 전 영화 "결혼은 미친짓이다" 에서 주로 나오던 (?) 표정
역시 나를 설레이게 한다. 그런데 엄정화가 주인공이 아니라니...
영화 좋아하는 후배가 말했다.
"형이 항상 이야기 하는 거 있잖어. 한국 영화 역시 자막 없으면 안 본다고..
그런데 이 영화는 녹음 하난 정말 잘 되 있어. 함 바바" 라고 부추켰다.
지금도 집에서 한국 영화를 보게되면 예전 내가 어릴때 다방 의자 2 개 같다놓고 보는
비디오방 처럼 헤드폰을 쓰고 보아야 한다.
도데체 어느나라 한국말인지 모르게 지나가는 대사들이 싫어서 이다.
영화를 보면서도 일정하고 잘 잡힌 배우들의 목소리 녹음이 아주 좋아 보였다
(그런데 왜 엄정화가 주인공이 아니냐구 !!)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상한 생각이라기 보다는 영화의 제목과 조반과 중반까지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영화 같았다. 다시 말하지만 영화를 다 본 후의 느낌이라고 말했다.
결국은 30 대 초반의 3 명의 친구들의 사랑과 인생에 대한 드라마였다.
아니 그것은 알수 있었다.
흔히 일본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결말이 깨끗하고 미래지향적인 그런거 말이다.
하지만 싱글즈는 엔딩을 보고 나서야 무슨 이야기 인줄 알았다.
그렇다면 중반 부분 부터 늘어지는 템포는 의도적인 것인가? (분명히 의도적인
것은 아닐것이다. 아니 의도적이랄 만큼의 사건 또한 주변인의 에피소드이고)
이영화를 보기전 러브레터 와 고스트 스프. 피크닉. 4 월 이야기로 국내 신진 영화
감독들의 모델이 되는 이와이 슌지 의 " 불꽃놀이 아래서 볼까? 옆에서 볼까? " 란
영화를 보았다. 이미 보신 분들이 많이 계실것이고 내가 하는 이야기가 어떻게
나가리란 것을 눈치 빠른 회원님들은 아셨을 것이다.
친구에게 쪽지가 왔다.
"불꽃 놀이 앞에서 보는 것하고 옆에서 보는 것 하고 다르게 보이냐?"
왠 김밥 옆구리 터져 빠져나간 시금치가 부르는 소리냥 ???
"글쎄.. 불꽃 놀이는 폭약의 원리 때문에 어디서 봐도 똑같이 보일껄?"
하도 말도 안되는 소리라 과학적인(?) 설명을 하진 않았다. 그런데 바로
"앞에서 보면 우리가 항상 보는것이고 옆에서 보면 납작하게 보이지 않냐??"
".... (이런 말도 안되는)"
나중에 알았다.
이와이 슌지의 영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이영화는 싱글즈와 거의 비슷한 구조의 영화이다.
다만 설정이 초등학생이 주인공들이고 이들의 친구들은 불꽃놀이를 옆에서 보면
둥글게 보이는지 납작하게 보이는지 방학 숙제를 걸고 내기를 한다
그 불꽃 놀이 축제를 하는 하루 동안 일어나는 사랑의 이야기 이다.
겉 표면만 보면 초등학생들의 두근 거리는 첫 사랑 이야기이며 성장 드라마 란것을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이와이 슌지가 젊었던 시절 후지 TV 에 찍고 방영했던
드라마중 하나를 영화화 한것이고 카메라 역시 드라마 촬영용으로 찍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중에 친구의 설명을 듣고 기절 할 뻔 했다.
30 대를 주인공으로 하나 초등학생을 주인공으로 하나 사랑 이전에 이성에 대한
강한 호기심을 불꽃놀이에 비유하는 친구의 이야기가 처음에는 들어 오지 않았다.
요즘 그렇게 상징을 들어내면서 이야기 구조를 짜 나가는 영화를 본 기억도 없지만
불꽃 놀이에 대한 상징을 들었을땐 정말 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자 (기회가 된다면 말이다)
이 영화 또한 다 보고 나서 멍 했던 기억이 난다.
도데체 어떤것이 실제 사건 일까?
물론 두개중 하나는 실제 사건이고 영화에서 나오듯이 "내가 그날 수영에서 이겼다
면 어떻게 되었을까?" 로 중반부 부턴 다른 설정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까 프래쉬 포워드 기법으로 한 사건에 두가지 미래적 결말이 영화를 만든
의도로 보인다. 이 영화는 주인공이 누가 되어도 상관이 없게 비춰진다.
항상 주인공을 위주로 보던 우리네 영화적 습성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어느 주인공을 통해 그 사람의 많은 부분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중 어느 한 사람이 자신과 같다란 공감대가 중요한것이다.
아주 이런 점이 얄미울 정도로 칭찬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두 영화를 보면서 직접 느끼시기 바란다.
한국영화계에 바라는 것은 실험 영화나 명화를 만들라는 부탁이 아니다.
분명 싱글즈는 잔잔할수도 있고 예리한 풍자를 섞을수도 있고 나이는 먹지만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젊은 사람들의 주변 이야기 일 뿐이다.
"에잉.. 그냥 저거 둘이 결혼 하고 저 것들 둘이 지금 살면 되는데..."
결국은 남의 이야기로 간주해 버리고 참견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영화도 그 누가 주인공이 될 지언정 관객들은 그 자리에서 어색하다.
그럼 이 영화는 성공작 일까?
그런 대답은 내가 할 문제는 아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엄정화를 주인공으로 하란 말야 !!)
카페 게시글
OPEN GALLERY
영화
싱글즈 & 불꽃놀이 아래서 볼까? 옆에서 볼까?
다음검색
첫댓글 숏컷이 저렇게 잘 어울릴 수도 있낭? 영화보는 내내 글케 생각했는데. ^^
생각엔 지금이 한국영화의 전성기이기도 하지만 또 굉장히 위험한 시기가 아닌가해요. 그런데는 이런영화도 있을듯합니다.(본건아니니 맞지 않을수도..)
아래서 보면 더 재미 있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