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가슴마다 (35편)
/ 모네타
해순이는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온다
사랑스런 지우를 찾아 내려갔던 일은
모두 해순이 뜻과는 상반되는
결과로 돌아오고 마음에는 서글픔만 남는다
모두 자기 욕심 때문에 일어난 일
조금만 참았더라면 지우를 허망히
놓치는 일이 없었는 데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과거의 기억들이
가슴을 너무 아리게한다
정말 운명의 장난인지
아니면 시기하는 귀신의 질투때문인지
서울에 도착하면 반드시 자기 딸
지우는 찾겠다고 거듭 다짐하며
마음을 혼자 달래본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 근처 성당을 찾은
해순이는 성당앞에 있는 성모 마리아상
앞에서 길게 기도를 한다
믿지는 않았지만 지금 자기를 도와줄 사람은
오로지 하나님과 마리아님밖에 없다는
절실한 마음 때문이다
너무 간절히 조용히 읊조리는 기도의 소리에
지나가던 수녀님이 보시고 곁에서
같이 기도해준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지만
자매님의 얼굴에 염원하는 간절한 표정이
보이고 두 손을 꽉 잡고 울면서 갈구하는
모습이 가던 길을 멈추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기도에 열중한 해순이는
전혀 모르고 거듭 허리를 굽히며 소원을 빈다
같이 기도를 하던 수녀님도 해순이의
절실한 기도가 방해를 받을까봐
도와주는 기도가 끝나자 자리를 뜬다
기도가 끝난 해순이는 지우를 찾으러
사당동 동사무소를 찾아간다
가는 길을 모르고 더군다나 동사무소의
위치를 알 수가 없어 택시를 탔다
1시간 후 택시는 동사무소앞에 도착하고
해순이는 동사무실로 들어가 전입과
전출 담당 공무원에게 면회를 신청하여
물어볼려고 한다
그런데 창구 직원은 업무 시간에는 면회를
할 수 없고, 밀린 민원도 많으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한다
1시간정도 지나자 전출입 담당 직원이
해순이가 앉아 있는 자리로 온다
해순이가 보니 앳된 얼굴의 여자이다
“손님은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
창구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늦어 죄송합니다“
아주 깍듯하게 인사를 한다
“죄송합니다
바쁘신데 시간을 내어달라고 해서요
급한 일이어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어서요“
“아 그러세요
무슨 용무인지 말씀해 보세요
지금은 주민들이 없어 한가합니다
하지만 길게 면회할 시간은 없습니다
주민들이 또 오면 저는 업무를 보아야 합니다“
그 말을 들은 해순이는
담당 직원이 갈까보아 급히 말한다
“저 오래 전이지만 해남에서 여기 사당동으로
전입해온 사람을 찾고 싶은 데요“
“그러세요
세대주나 호주의 성함이 무엇인지요“
“예 xxx이라고 하는데 호주인지 아니면
세대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음----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그런데 혹시 전입한 날짜는 아시는지요“
“그건 정확히 잘 모르지만
한 2년쯤 되었을까 합니다“
“그럼 찾기가 너무 힘든데
그동안의 문서를 다 찾아보아야 합니다
혹시 없을 수도 있고요
오늘은 힘들거 같으니 내일 오시면
제가 퇴근 후 찾아보겠습니다“
“예 알았습니다
내일도 이 시간에 오면 되는지요“
“글쎄요
제 시간은 주민들이 없어야 합니다
내일 이 시간에 한가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해순이는 잘 알겠다며 내일 이 시간에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하며 동사무소를
나서고 밖에는 태양빛이 뜨겁다
계절은 벌써 초여름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마음에는 한기가 서려 얼음이 어는데
날씨는 해순이 마음과는 상관이 없는 듯
모든 사물들을 용광로처럼 데우고 있다
어쩠거나 모든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은
해순이가 아니라 동사무소 여직원이다
지우가 사는 곳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돈이라도 듬뿍 주고 싶고 시키는 일이라면
무조건 해주고 싶어진다
다음 날 같은 시간에 동사무소를 찾아
면회 신청을 한다
그런데 오늘은 동사무소에 사람들이 무척 붐빈다
해순이는 조용히 전출입 직원앞에 서서
그 직원이 알아볼 때까지 있다가
눈이 서로 마주치자 면회실로 향한다
한참이나 지나서야 담당 직원이 피곤한
기색으로 들어온다
“손님 제가 어제 늦게까지 문서철을 찾아
보았는데 전출입 갔다는 기록만 있고
전입간 주소는 없었습니다
아마 먼저 일 보았던 직원의 실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
“ 무슨 말씀이시지요
전출 기록 날짜가 있으면 딩연히 전입주소도
있어야 되는 것 아닌지요“
“으---음
문서철을 찾아보니 지금부터 1년 전에는
전출입 날짜만 기록하게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확인해 보아도
모두 전입간 주소나 전입온 주소가 기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제가 방금 직원의 실수라고 말했으나
사실은 기록의 의무 사항은 없습니다“
“그러면 알 수가 없다는 말인지요
제가 너무 사정이 급해서 그러니 다시 한 번
찾아보아 주시는 어떨런지요“
“글쎄요 다시 찾아보아도 별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죄송합니다
현재로서는 이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네요“
“그럼 먼저 업무를 본 직원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있는지요
가르쳐 주신다면 제가 찾아가 보겠습니다“
“그 직원은 정년퇴직을 하여 현재 근무하지
않습니다
저는 근무한지 1년 남짓해서 그 직원의
주소도 이름도 잘 알지 못합니다
정 알고 싶으시다면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다른 직원한테 물어보겠습니다“
“예 그리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해순이는 일어서서 머리를 허리 아래까지
굽히며 간절히 요청한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 여직원이 다시 들어와서
해순이에게 말한다
물어보았는데 퇴직한 그 여직원은 3달 전
아들이 사는 캐나다로 초청 받아 갔다고 한다
영구이민이니 다시 한국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인다
미안하다며 주민들이 많이 기다린다며
여직원은 자기 창구로 돌아가고
허탈한 해순이만 면회실에 앉아있다
같은 서울 하늘아래 살면서 만날 수 없고
생이별에 서글퍼 해순이는 눈물만
떨어뜨리다 간신히 몸을 추스려 집으러
돌아온다
이 넓은 서울에서 이름만 가지고는 찾을
수도 없어 가슴이 무너진다
돌아오는 길에 하늘만 보고 지우를 불러본다
시내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다가도
지우가 엄마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 뒤돌아보고,
저 멀리 보이는 남산에서 엄마를 애타게 찾다
지쳐 우는 지우의 모습도 보인다
사방에서 엄마를 찾는 지우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데 돌아보면 아무도 없다
해순이는 반쯤 넋이 나간 채로 집에 들어서
방에 누워 버린다
할머니는 어디 가시고 없다
자리에 누우니 천정이 빙글빙글 돌고
현기증이 난다
프랑스에서 다친 병의 후유증이다
그러자 해순이는 힘겹게 일어나 핸드백에서
약을 꺼내 먹으며 정신을 차릴려고
애쓴다
만일 이대로 쓸어지면 영영 지우를 찾을 수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이다
몸 건강히 아프지말고 살아야
언젠가는 지우를 만날 수가 있지
눈물이 다시 고개를 처든다
정말 한시도 잊은 적이 없는 지우이다
그리고 늘 죄책감으로 살았던 유학시절이다
다시 앞에만 나타나 준다면
그동안 못해 준 것도 다 해줄 수가 있는데
참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이 자신이고
팔자도 정말 상팔자이다
그러다 먹은 약기운에 쓸어져
깊은 잠에 빠져버린다
주검처럼 긴 잠에 빠져버린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고맙습니다
오늘도 즐건 날이시길요
울어라열풍아~~~ 정말 울고 싶은 맘이겠네요,,,노래한자락 따라 불러봅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소서
한동안 못들어왔는데 오늘에야 반가이 보고있습니다 ^^
고맙습니다
한동안 안 보이셔서
궁금했었는데
오늘도 멋진 마무리 하시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