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여행] 강원 오지마을 '부연동'
|
짙은 녹음에 포근히 안긴 부연동 계곡, 졸졸졸 요란한 물살과는 달리 물속은 잇단 태풍으로 산천어를 잃은탓에 바람 잃은 깃발처럼 사뭇 적막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곧 치어들을 방류한다고 하니 어린생명들로 넘실댈 부연동 계곡을 기대해본다. |
예년에 비해 일찍 시작된 더위. 시원한 곳이 그리워진다. 산도 좋고 물도 좋지만, 번잡함은 참을 수 없다. 어린시절 시골외가에서 보내던 여름방학 같은 휴가를 다시 누려볼 수는 없을까. 오지로의 여행을 택한다. 강원 강릉시 오대산자락에 위치한 부연동마을이 목적지다.
국내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토종꿀이 이 곳에서 재배된다. 표고버섯, 곰취나물, 오디, 산나물, 감자 등 무공해 자연산 먹거리와 때묻지 않은 청정함으로 똘똘 뭉친 계곡과 개울이 있다. 재작년부터 연이어 불어 닥친 태풍 루사와 매미로 인해 계곡이 패이고 망가졌지만 최근 복구가 거의 마무리돼 옛모습을 되찾고 있다. 불가능할 것 같은 과거 여행이 가능한 곳이다. 추억을 한 가득 담고 돌아올 수 있는 의미있는 여행이다.
마을에 들어서면 우선 맑디맑은 부연천이 반긴다. 오대산 신배령 문푸레골에서 발원, 양양군 법수치, 어성전을 지나 양양 남대천을 거쳐 동해로 빠지는데, 오염되지 않은 청정수 그 자체다.
20가구 올망졸망 모여 사는 오대산 자락 청정마을
|
부연토종꿀생산단지. 비싸도 없어서 못판단다. | 마을을 가로지르는 냇가를 따라 100여개의 텐트를 칠 수 있는 야영장이 마련돼 있다. 물이 깊지 않아 아이들을 동반한 물놀이에 제격이다. 4㎞ 가량 이어지는 계곡은 산천어 천지였으나 태풍때 모두 사라졌다. 조만간 치어가 방류된다니 산천어가 다시 뛰노는 광경을 머지 않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마을에서 걸어서 1시간 가량 내려가면 조그만 폭포가 나온다. 폭포 아래에 가마솥(釜) 모양의 움푹 패인 연못(淵)이 나온다. 부연동이라는 마을 이름이 유래한 곳이다.
야영장에서 1.5㎞ 떨어진 약수터는 탄산약수로 유명하다. 철분 성분이 많고 탄산 함유량이 많아 맛이 알싸하다. 이 물로 밥을 지으면 색깔이 검다고 한다. 위장활동과 이뇨작용을 촉진, 빈혈이나 변비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
표고버섯재배단지. 참나무에 주렁주렁 붙은 버섯을 보는 것도 재밌다. | 부연동마을 주민은 20가구에 60여명. 4㎞ 가량의 도로를 따라 집들이 띄엄띄엄 떨어져있다. 생계를 꾸려나가는 주요 수단은 토종꿀, 표고버섯, 감자, 곰취나물 등의 채취. 모두가 웰빙음식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토종꿀이 유명하다. 피나무, 음나무, 층층나무 등 벌꿀의 재료로 쓰이는 나무들이 많아 질좋은 꿀을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현재 7가구가 토종꿀을 재배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품질인증을 받은 꿀이다. 양양 관할이던 이 곳이 강릉으로 귀속된 것도 꿀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 마을 출신으로 20년전 외지에서 다시 돌아와 꿀을 재배하고 있는 강대선(69)씨는 “대다수 꿀은 농협에서 수거해가지만 직접 구매할 수도 있다”며 “1통(2.5ℓ)에 10만원 정도로 양봉꿀의 몇배 가격이지만 없어서 못 판다”고 말한다.
벌꿀과 함께 표고버섯 재배도 주요 수입원이다. 참나무에 주렁주렁 맺힌 버섯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1㎏에 1만~1만5,000원. 감자, 곰취나물, 옥수수 등 무공해 먹거리는 시중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지만 캐기가 바쁘게 관광객들의 손으로 넘어간다.
전교학생 3명의 부연분교에서 옛추억 회상
|
신왕초교 부연분교의 학생은 모두 3명.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여념이 없다. | 작은 마을이지만 학교도 있다. 학생은 모두 3명. 이런 곳의 학생들은 무엇을 하며 보낼까. 궁금해진다.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학교를 방문하는 것도 재미있다. 단층 건물에 소나무담장이 둘러싸고 있다. 어디서 본 듯한 분위기다 싶었는데, 몇 년전 모 이동통신회사의 CF배경이 된 곳이라고 한다.
교실에 들어서니 컴퓨터시간이다. 조주형(6학년), 지두현(5학년), 동현(3학년)형제가 스타크래프트에 몰두하고 있다. 오지마을이지만 도시의 학교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교육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모든 정경이 푸근하게 다가온다. 영화속으로 빠져든 느낌이랄까. 시간이 멈춘 곳, 그 곳이 바로 부연동이다.
출처 :한국일보
부연동] 어떻게 가나
가는 방법이 쉽지는 않다. 영동고속도로 진부IC에서 6번 국도를 따라 오대산 방향으로 진행, 진고개정상을 거쳐 오대산휴게소를 지나 횟골 부근에서 좌회전, 59번 국도를 따라 부연동으로 들어간다. 진부IC에서 1시간 가량 걸린다. 아직까지 비포장 국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4륜구동이면 좋겠지만 일반 승용차가 다닐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교행이 불가능한 길 옆은 천길 낭떠러지이니 운전조심!
강릉 주문진에서 하월천리 산길을 따라 가다가 진고개 방향으로 나있는 59번 도로를 이용해도 된다. 어느 길을 이용해도 해발 800㎙이상의 고지까지 올랐다가 내려가야 한다.
마을 앞은 철갑령과 전후재가 버티고 섰고, 뒤로는 신배령과 두로봉이 마을을 감싸고 있다. 어렵게 산길을 넘으면 너른 평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수도권에서 가면 진부와 평창을 지나는 길이 빠르지만 행정구역은 강릉시 연곡면 삼산3리에 속한다.
계곡소리 들으며 야영… 황기 토종닭, 옥수수막걸리 별미
[부연동] 뭘 먹고 어디서 잘까
다섯 가구가 민박을 치고 있으며, 이중 두 곳은 식당을 겸한다. 부연약수터 민박식당(033-661-4133), 부연휴양촌(661-0978). 대표 먹거리는 황기를 비롯한 각종 약재로 삶아내는 토종닭. 옥수수막걸리를 곁들이면 더욱 맛있다. 곰취나물, 감자 등의 반찬이 딸려 나오는 산나물비빔밥도 일품. 4인1실 기준 1박에 3만~4만원 가량. 별도의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없는게 흠.
보다 깨끗한 시설을 원한다면 최근 문을 연 가마소펜션(661-9233)을 찾으면 된다. 1박에 7만원선. 100여개의 텐트를 칠 수 있는 공간이 계곡옆에 있다. 텐트 1동에 1만원선. 여름 성수기에는 마을 입구에서 쓰레기 수거비 명목으로 입장료(2,000원)를 받는다. |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