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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실제 범죄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허구를 가미해 재구성했습니다."
에피소드 8. [대통령 친조카 살인사건 - ⑤]
S# 24. 저녁 8시경. 서소문로 수사본부 사무실.
김 팀장이 피곤한 기색으로 사무실에 들어와,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마신다.
박 형사 (혼자 사무실을 지키던 박형사가)
수고하셨습니다.
강력 팀장 (의자에 다리를 쭉 피고 앉는다)
와~. 경인고속도로 왜 그렇게 막혀?
오줌보 터지는 줄 알았네.
박 형사 (김 팀장을 보며)
거기야 원래 상습 정체구간이잖아요.
강력 팀장 다른 친구들은 아직이야?
박 형사 예. 다들.
식사는요?
강력 팀장 (상체를 일으키며)
응. 아직. 박 형사는?
박 형사 저도 아직이에요.
다른 팀원들 기다리는 라고.
(시계를 보고) 시켜야죠. 뭐 드시겠어요?
강력 팀장 음. 지금 하도 피곤해서 따뜻한 국물 있는 걸로.
짬뽕. 짬뽕이나 먹어야겠다. 박형사 공기밥 하고.
박 형사 예.
박 형사가 중화루에 짬뽕과 볶음밥을 시킨다.
박 형사 어떻게 일은?
강력 팀장 음. 아이구. 힘 들다.
인천하고 부천 돌아다녔는데 딱히 이 사람이다 싶은 사람이 없네.
아직, 30여 명이나 남았으니.
20여 분 후에 식사가 배달되고, 하나 둘씩 사무실로 복귀한다.
강력 팀장 (식사를 하며)
고생했어. 식사는?
김 형사 아직이요.
박 형사 (식사에 딸려온 요쿠르트를 마시며)
뭐 먹을래? 내가 시켜줄게.
김 형사 저도 짬뽕이요.
박 형사가 중화루에 식사를 시킨다.
S# 24. 저녁 9시 무렵.
식사를 마친 팀원들이 회의탁자에 둘러 앉는다.
강력 팀장 그럼. 현재로서는 노정식이 가장 유력한 용의선상에 있네?
유 형사 팀장님. 그리고, 문 경위가 설득력 있는 가설(假設)을 얘기하더라고요.
강력 팀장 가설? 어떤?
유 형사 오승환 박사가 ‘빅데이터’를 연구한 거뿐만 아니라,
‘비트코인’도 연구한 것 같다는.
강력 팀장 그래. 문 경위 그 가설 좀 자세히 설명해 봐.
문 경위 예. 제가 오늘 만난 노정식의 친구로부터
흘러가는 이야기로 노정식이 금년 초에 이 친구에게 찾아와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돈을 벌 거라는 얘기를 하면서
이 친구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는 진술을 들었을 때,
제 머리 속을 스쳐지나 가는 것이 있었습니다.
강력 팀장 무슨 생각?
문 경위 범인의 ‘살해동기’ 인데요.
강력 팀장 살해동기가 왜?
문 경위 삼합회 회령 휘하의 비밀살수조직까지 동원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살인사건에서
내년에 있을 우리나라 대선을 좌지우지하려는 조직이
자신들의 목적을 훼방 놓는
오승환 박사의 ‘빅데이터 알고리즘’ 연구만을
중지시키기 위해 오승환 박사를 살해했을까라는 의문입니다.
유 형사 문 경위 생각은 그 조직과 오승환 박사의 죽음에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감춰진 살해동기가 따로 있다는 의견입니다.
강력 팀장 가만, 가만.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의 죽음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살인의도가 있다는 거야?
유 형사 아까, 낮에 편의점에서 얘기를 했는데요.
문 경위!
문 경위 ‘빅데이터’ 연구와 ‘비트코인’간에는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강력 팀장 (화들짝 놀라며)
그래?
문 경위 엄청난 저장용량의 컴퓨터와
대용량 컴퓨터들의 원활한 작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전기(電氣)’ 입니다.
강력 팀장 ‘대용량 컴퓨터’와 ‘전기’?
문 경위 먼저, 오승환 박사가 연구한 ‘빅데이터’를 설명드리면,
지금 세계에는 하루에도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 즉 데이터가 쏟아지고 축적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국한시켜 설명하자면,
작년 한해 약 280억 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가 생산, 소비됐다고
‘IT 동아’에 나와 있습니다.
우리나라 5,000만 국민 모두가 560편의 DVD급 영화를 본 셈이죠.
카카오톡으로만 하루에 약 40억 개의 메시지가 이동하는 실정이고요.
박 형사 문 경위.
그 280억 기가바이트가 뭐야?
문 경위 ‘기가바이트’는 컴퓨터의 저장 장치에서 사용하는 용량의 단위에요.
각각의 용량은 한 단계씩 넘어갈 때 마다 1,024 배 된다고 보시면 되고요.
즉 1,024 KB = 1 MB 이고 1,024 MB = 1 GB, 1,024 GB가 1 테라바이트TB,
1,024 TB = 1 페타바이트와 같은 겁니다.
김 형사 문 경위님.
컴퓨터 문외한에게 그렇게 설명하시면 어떡해요.
박 형사님.
영화 좋아하시죠?
박 형사 당근이지.
김 형사 영화를 예로 들면요.
일반 화질의 2시간짜리 영화 한편의 경우,
1.36GB~4.3GB 정도에요. 그럼, 4.3GB 기준 영상 216편
HD급 고화질은 10GB 영상 기준 93편 정도입니다.
‘1테라비이트(TB)’는
실제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은 931GB 인데,
24시간 일주일치 녹화한 고화질 CCTV라고 생각하시면 되고요.
‘1페타바이트(PB)’는
무려 30만 편의 영화를 담을 수 있는 용량이에요.
그러니깐,
280억 기가바이트(GB)는 실로 어마어마한
대용량인 거죠.
박 형사 오케이. 이해했어.
문 경위 규모만 엄청나게 커지는 게 아니에요.
가격으로 환산해보면
용량 단위가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구축 비용은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요즘 ‘아마존’에서 거래되는 하나에 100달러 정도하는 1TB 하드디스크로
‘요타바이트(YB)’를 구성하려면 구축 비용이 무려 100조 달러.
전세계의 GDP가 61조 달러 정도니깐,
정 경위 제가 ‘빅데이터’에 대해 부연 설명 드리면,
최근 들어 이러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관리, 제어함으로써
산업 전반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어요.
문 경위 대통령 친조카인 ‘오승환’ 박사가
바로 이 분야의 손 꼽히는 전문가고요.
우리나라는 국무총리 산하에 위원회를 두고
국가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이고요.
그럼, 왜 ‘빅데이터’가 국가성장동력 이냐면,
빅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활용한다면
기업이나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거죠.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공개되면서 이를 통해
경제 예측이나 비용 절감, 여론 감지, 트렌드 분석 등이 가능하기 때문인데,
정 경위 예를 들어, 포털 사이트의 검색 기록을 토대로
독감이나 바이러스 유행 지역을 의료기관보다 빨리 파악할 수 있고,
또한 SNS를 통해 선거 결과를 예측하거나 유권자 반응을 예상할 수도 있다는 거죠.
문 경위 살해된 오승환 박사가 연구한 것이
우리나라 대선을 왜곡시키려는 제3조직의 SNS 계정 생성과 이를 통한 여론조작,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선호하는 대선후보를 종국에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것이고,
오 박사는 이를 저지하려는 알고리즘을 연구 중이다가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되고요.
본론으로 들어가서,
강력 팀장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본론?
그럼 지금까지 서론이야?
문 경위 이러한 데이터 분석 기술을 적용하려면
모든 데이터를 한 곳에 저장할 수 있는 대용량 저장기술이 필요해요.
저장장치 역시 최근 들어 저장능력은 향상되고 가격은 떨어지면서
빅데이터 저장이 더욱 용이해졌죠.
10여 만 원짜리 1 테라바이트(TB) 하드디스크 10개 정도로
약 1억 권 이상의 서적 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그리고 더불어
비연속성, 비연관성 데이터를 분류하여 분석 처리하는
'마이닝(mining)기법'을 통해
데이터 간의 연관성까지 부여하면 비로소 가치 있는 ‘정보’로서 재탄생되는 겁니다.
그리고, 여기서, 진짜 본론인
‘빅데이터’와 ‘비트코인’의 공통 분모인
‘대용량 저장기술’과 ‘전기’가 나오는 것이고요.
박 형사 이제 겨우 ‘빅데이터’ 설명이 끝난 거야?
문 경위 (힘들어 하는 팀원들을 보며 미소 지으며)
예.
비트코인을 얻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채굴(mining)’.
비트코인은 복잡한 암호를 푸는 계산 과정을 마쳐야 발행되거든요.
이 암호의 난이도는 계속 높아져요.
왜?
2100만 개의 비트코인만 발행되니깐요.
사람들이 채굴을 하면서 점점 발행량이 줄어들어
화폐 가치하락 즉, 인플레이션을 방지하는 목적인 거죠.
이게 일반 화폐와 극명하게 다른 점이에요.
그리고, 이 과정이 마치 금을 캐는 것 같다고 해서 채굴이라고 부르고요.
정 경위 두 번째로는
남이 채굴한 비트코인을 사는 겁니다.
우리 돈으로 이미 천 만원을 넘었습니다.
세 번째는
비트코인을 받고 물건을 파는 겁니다.
미국에는 속속 비트코인을 받는 오프라인 상점이 생긴다고 합니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려면 앞서 말한 대로 복잡한 암호를 해독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 PC 1대로 암호를 풀려면 5년이 걸린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채굴 풀(mining pool)’이 생겼는데.
유 형사 ‘채굴 풀’?
그런 것도 있어?
문 경위 채굴 풀은 비트코인 암호를 풀어내기 위해 사람들이 만든 단체에요.
자기 컴퓨터의 계산 성능 일부를 암호 해독 과정에 보태고,
비트코인이 채굴되면 계산에 기여한 비율만큼 비트코인을 나눠받습니다.
컴퓨터 성능이 좋을수록 더 많은 비트코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 형사 근데, 채굴은 쉬워요?
문 경위 채굴 방법은 간단합니다.
‘계산 시작’ 버튼만 누르면 끝입니다.
계산은 컴퓨터가 알아서 하니깐.
제 친구가
며칠 내내 노트북을 켜두고 채굴을 한 적이 있어요.
일주일 동안 채굴했다고 하는데
박 형사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얼마 벌었어?
문 경위 0.00000063비트코인, 즉 63사토시요.
사토시는 비트코인에서 가장 작은 단위로, 1천만분의 1 비트코인인데,
비트코인의 창시자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를 기리는 의미에서
그의 이름을 따온 거에요.
비트코인으로 돈을 벌려면
초당 수 기가해시 단위로 계산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친구 노트북이
초당 200킬로해시였으니, 5천 배 이상 빨라야 한다는 소리이고요.
김 형사 (정색을 하며)
결론적으로 문 경위님 생각은
대통령 친조카인 오승환 박사가
낮에는 국정수행과제인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연구하고,
밤에는 연구용 대용량 슈퍼 컴퓨터를 이용해서 ‘비트코인’을 채굴했다는 얘기네요.
강력 팀장 (깜빡 깜빡 졸다가, 기겁을 하는 표정으로 문 경위를 쳐다보며)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