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개념(2021.10.22.)
문화결정론과 문화진화론의 입장
레스리 A.화이트 저/ 베스 딜링함 교열/ 이문웅 역
일지사
1986.1.16. 목 김영복 기독교문화를 위한 기초개념을 알고자 종로에서
역자 서문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또는 전문학술용어로서 문화라는 말을 흔히 쓰고 있다. 한국문화, 중국문화, 미국문화 등으로 문화라는 용어를 쓸 때 누구나 다 그 의미를 알고 있는 것 같지만, 구체적으로 과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물으면 다양한 대밥을 얻게 되고 다시 애매모호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더욱이 문화인, 문화 주택, 문화 영화, 문화 유산, 문화재, 문화촌, 문화 훈장, 문화 시설, 문화비, 문화부, 문화 민족, 문화병, 문화 혁명 등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말들이 문화의 개념을 규정하려는 우리들의 노력에 더욱 혼란을 가져오게 한다.
문화는 실제로 관찰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사회성원들의 머릿속에, 또는 문화현상을 다루는 연구자들의 머릿속에서 존재하는 관념만으로 이루어진 것일까? 문화는 인간만이 가지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동물들도 문화를 가지고 있을까? 언뜻 보기에는 별로 중요한 질문도 아닌 것 같지만 사회 문화현상을 설명하려는 사회과학자들이나, 인간사회의 제현상을 다루고 이야기하는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 및 지식인들에게는 문화의 개념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문제의 하나라고 역자는 생각한다.
본역서는 뒤늦게나마 문화의 개념을 규정해 보려는 인류학자 Leslie A. White(1900~1975)의 노력을 중심으로 그의 문화학을 소개하려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제1부 문화의 개념은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White의 The Concept of Culture(with Beth Dillingham)를 완역한 것이다. 여기에 역자는 White의 문화의 개념을 더욱 충실하게 소개하는 의미에서 그보다 앞서 미국인류학회지인 American Anthropologist)vol.61:227-251, 1959)에 위와 꼭 같은 제목으로 발표한 그의 한 논문을 전역하여 추가하였다.
또한 제 2부에서 역자는 이 책이 White의 수많은 저서들 중에서 한국의 학계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것인만큼 그의 생애와 업적을 소개할 필요성을 느끼고 그의 사후 American Anthropologist에 실린 추념문 두편과 저작목록을 본역서에 전재하였다. 위의 두 편의 추념문은 White으; 학문적인 배경을 아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며, 특히 그의 제자 Beth Dillingham에 의해서 작성된 저작목록은 관심 있는 학자 및 학생들에게 그의 학문에 접근하는 데에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역자가 Leslie A. White와 그의 학문을 접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1970년 1월에 그는 그가 40년간 재직해 온 미시간대학에서 은퇴하여 라이스대학의 방문교수로 옮겨왔고, 드 닷이 역자는 2년째 라이스대학에서 수학하고 있었다. 대형강의실에서 가진 그의 명강의 The Mind of Primitive Man은 시간마다 학생들과 관심 있는 교수들로 들어설 틈이 없을 정도로 채워졌고, 의의 이론에 대한 찬반으로 열띤 토론이 있었으며, 그는 곧 캠퍼스내의 거의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었었다. 그곳에서 그는 70회 생일을 맞았지만 그의 학문에의 열의는 마치 이제 막 학위를 받은 젊은 학자에 못지않을 정도로 높았고, 강의시간 외에는 주로 그의 연구실에서 그의 마지막 관심사였던 현대자본주의사회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었다.
아마도 인류학사상에 Leslie A. White의 이론만큼 열띠게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예를 찾아보기는 힘들 것이다. 그의 이론은 대부분이 인류학계의 기성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고, 그런만큼 그는 적이 많았다. 20세기 전반기에 미국인류학게의 주류를 이루었던 보아즈학파에 대한 그의 철저한 비판은 이를 더욱 부채질하였고, 이것이 또한 그가 보아즈학파의 학자들간에 그의 저작들이 널리 읽혀지지도 않았고 무시된 이유인지도 모른다. 그의 학문적인 양심은 확고했었고, 그는 또한 다른 사람의 이론을 비판하면서도 자기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학자였다. 그가 그렇게도 즐겨 쓰던 문화의 기능에 관한 그의 견해가 잘못된 것임을 그의 사후에 출간된 한 저서에서 솔직히 인정하고 있는 점은 그의 학문적 양심의 일면을 잘 말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이제 그의 이론은 인류학게에서 널리 받아들여졌고, 또한 소장학자들에 의해서 활발히 수정 보완되고 있는 점에서 Leslie A. White의 학문적인 경력은 인류학사상에 한 중요한 부준을 차지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의 이론이 한국의 사회과학계에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는 아직 미지수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의 견해가 하나의 독단으로 간주되어, 아예 터부의 낙인이 찍혀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자기와는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곧 한국사회과학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하나의 기초적인 태도가 아닐까 역자는 생각한다.
1977.9 이문웅
제1부 문화의 개념
서언
1961년 필자는 코로라도 대학교의 하기인류학강습소의 소장 젝 켈소 교수의 초청으로 2주동안 강의한 적이 있다. 그 강습소는 국립과학재단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 세운, 고등학교 및 전문학교 교사들에게 인류학의 여러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강습시키는 곳이었다. 1961년 여름에는 34명의 교사들이 참여하였다.
방문교수들의 강의는 모두 녹음되어, 문자화시켜 단행본으로 출판할 예정이었지만, 그 게획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말았다. 필자의 여덟 번에 걸친 강의는 녹음되어서 문자화시켰지만 출판화 계획의 포기로 그대로 남겨져 있었ㄷ.
약 1년 전 베스 딜링함 박사가 이 강의의 원고를 읽고 전문학교 및 대학의 강의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두 사람이 모두 그 강의 내용이 수정되어, 구어체로 강의한 것을 문어체의 논문으로 바꾸어야겠다는 점에 일치하였다. 딜리함 박사가 이 수정의 작업을 담당하였고, 어떤 점에선 그 강의의 내용을 발전시켰다. 그는 또 이 강의들에서 언급한 많은 점들에 관한 참고문헌을 찾아 붙였다.
이 강의들은 이류학이론이란 제목으로 주어졌지만 실은 주로 문화의 개념과 문화과학에 치중되었다. 또한 인류학의 비생물학적인 분야에서의 진화론 및 반진화론에 관한 약간의 강의도 포함되었다. 이 강의들은 인류학 및 다른 전공분야에 있는 학생들을 문화학에로 주의를 돌리려는 의도로 계획되었다. 문화학은 구스타브크렘의 종합문화과학의 출판으로서부터 시작되었지만 아직까지도 과학계에서는 약간 새로운 것이다. 우리는 본서에서 이 분야에 더욱 깊은 연구를 원하는 독자를 위하여 수많은 참고문헌을 제시하였다.
1972년 5월 Leslie A. White
제1장 문화의 기초 : 상징(symbol)
인간은 동물이다. 그러나 인간은 동물 중에서도 독특한 하나의 동물이다. 모든 종중에서도 인간만이-더 좋은 용어를 찾아서-우리가 상징력이라고 부르는 하나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상징력이란 외계의 사물과 사건들에 자유롭게, 또한 인위적으로 의미를 창작하고, 결정하며, 부여하는 능력이며, 또한 그런 의미들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런 의미들은 감각으로 초착될 수도 없고 이해될 수도 없다. 예컨대, 성수는 보통의 물과 같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보통 물과 구별되는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고, 이 가치는 수백만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고 중요한 것이다. 어떻게 하여 보통 물이 성수로 되었을가? 그 대답은 간단하다: 인간이 그 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의 중요성을 결정한다. 물론 이런 의미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이해될 수도 있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물은 그들에게 아무런 중요성을 띨 수 없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상징을 한다는 것은 곧 의미를 창조하고 부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이해하는 것을 포함한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바과 같이 상징을 하는 데에 포함된 의미들은 감각으로 포착될 수도,이
해 될 수도 없다. 아무도 성수의 맛을 보거나, 냄새를 맡거나, 눈으로 보거나, 또는 건드려 보
는, 즉 감각을 통하여서는 보통 물과 구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물리학적인 또는 화학적인
어떤 분석방법을 통해서도 구별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이가 엄연한 것은 사실이
다. 누구도 그것을 단지 상상의 창조물로 간주하여 사실이 아닌 것으로 무시해 버릴 만큼 순
진해서는 안될 것이다. 결국 환각보다도 더 사실적인 것도 없을 것이다.
이제 상징행위 또는 그의 사물의 몇 가지 예를 더 들어 보기로 하자. 필자는 한 푸에블로 인
디안으로부터 하나의 방해석의괴를 얻었었다. 적어도 그것은 지질학자들이 그러한 용어로 불
렀지만, 그저 평범한 돌은 아니었다.
그것은 초자연적인 힘의 원천이었다. 즉 그것은 단지 하나의 광물이라기보다는 물신(초자연적
인 존재와 관련되어, 초자연적인 힘 또는 효력을 가졌다고 믿어지는 하나의 대상물_예컨대 우
리나라의 부상과 같은 것을 일컬음)이었으며 그들 인디안들에게는 실제적인 의미를 가진 것이
었다. 여기에서도 삼각이나 광물학적인 분석의 어떤 방법으로도 그의 의미를 포착할 수도 이
해할 수도 없다. 인디안들은 그 광물에 자유롭게, 인위적으로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다. 또한
비감각적인 의미를 창작해서 부여하는 능력은 곧 그것들을 이해하는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
다.
의미는 행동에 부여될 수도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 (베1막 1장)에서 한 연기자는 당신은 우리
를 향해서 당신의 엄지손가락을 깨물고 있소?라고 묻는다. 이런 제스처는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의 의미가 무엇이든간에, 그것은 가 제스처 자체에 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부여된
것이다. 그리고 또한 성수와 물신의 경우에서처럼 그 의미는 감각으로 포착될 수 없는 것이
다.
상징행위는 물건이나 행위뿐만 아니라 색깔로써도 표현할 수도 있다. 빨간 색깔은 용기를 표
시하는 뱃지일 수도 있고, 비자본주의이데올로기 또는 사회조직을 표시하는 색깔일 수도 있
다. 흑색은 반드시 상을 표시하는 색깔은 아니다. 오스트랄리아의 어떤 원주민들간에는 백색
이 喪을 표시하는 색깔로 사용된다.
의미는 음에도, 음의 순열이나 조합에도, 또 이러한 음들을 표시하는 마이크 등에도 자유롭게
인위적으로 부여될 수도 있다.
제2장 인간과 문화
제3장 인간, 문화의 다양성, 그리고 문화의 개념
제4장 문화의 다른 개념들
제5장 문화학
제6장 체계로서의 문화
제7장 문화진화론의 역사
제8장 문화는 어떻게 진화해 왔나?
부록 문화의 개념: Leslie A. White
인용문헌
추가 참고문헌
제2부 Leslie A. White의 생애와 업적
Leslie A. White(1900~1975): 엘만 R.서비스
Leslie A. White의 학문적인 영향의 한 평가: 리차드 K.비어스리
Leslie A. White 저작목록: 베스 딜링함 작성
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