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897 --- 소백산 철쭉꽃이 지고 있다
철쭉꽃이 지고 있다. 지고 있다고 너무 서운해하지 말자. 정말 어렵게 겨울을 나고 늦은 봄날에 핀 꽃이다. 누구 하나 찾아주지 않아도 좋을 깊은 산속에 핀 꽃이다. 그래도 제 몫을 다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다음 절차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만큼 성숙해진 것이다. 언제까지나 꽃만 붙들고 있을 수는 없다. 아무리 좋은 일도 적당한 선에서 끝내야 질리지를 않는다. 무언의 시간이 주어지기도 한다. 떨어진 꽃송이일망정 저처럼 천연스럽고도 편안해 보이기만 한다. 지는 아픔을 딛고 일상을 찾아가는 모습이 대견하기만 하다. 이제 신록의 계절로서 영양분도 만들고 다음 꽃눈도 준비해야 한다. 태백산에서 갈린 산맥이 경상도 강원도 충청도 3도의 경계를 짓고 서남쪽으로 구불구불 백여 리를 뻗어 일으킨 소백산은 영주, 예천, 단양, 영월 고을의 평화와 행복을 수호하는 기품에 선비의 풍모를 지니고 있다. 소백산은 봄에는 철쭉꽃, 겨울에는 설화가 만발하는 산이며 1987년 12월 국립공원 제18호로 지정되었다. 여성적인 산의 상징으로 표현되는 소백산은 우리 민족의 영산으로 맑고 수려한 기상의 영기가 어린 성산이다. 지맥의 흐름은 한반도의 척추 부분에 해당하는 중요한 곳으로 소백산 허리를 감돌아 오르는 아흔아홉 구비 죽령은 영남의 3대 관문 중 하나로 조선 선비의 과거길 이다. 주봉인 비로봉에 주목 군락지가 있다. 나라가 어려우면 선비들이 궁궐을 향해 임금과 나라의 태평을 기원한 국망봉과 소백산천문대가 있는 연화봉과 산성의 흔적이 남아있는 도솔봉 등 많은 산봉우리가 연이어져 있다. 소백산 중턱에는 신라의 고찰인 희방사와 비로사가 있다. 희방사 입구에는 영남 제일의 희방폭포(28m)가 년 중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며 산자락을 흔들고 있다. 년 중 6개월 정도는 백설로 뒤덮여 있는 비로봉 일대는 '한국의 알프스'로 불릴 만큼 아름답다. 해마다 5월이면 철쭉꽃이 장관을 이루고 상수리나무 숲 터널은 소백산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하면서 철쭉이 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