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_우리 집에 두고 간 봄 ●지은이_강 따라 글 따라 시 모임 ●펴낸곳_시와에세이
●펴낸날_2019. 10. 4 ●전체페이지_136쪽 ●ISBN 979-11-86111-70-3 03810/신국판변형(127×206)
●문의_044-863-7652/010-5355-7565 ●값_ 10,000원 ● 입고 2019. 9. 30
귀촌 · 귀향인들 섬진강 따라 시로 피어나다
‘강 따라 글 따라 시 모임’의 첫 시 모음집 『우리 집에 두고 간 봄』이 ‘시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전북 임실군 덕치면 섬진강가 고향에 살고 있던 사람들과 이곳으로 귀농 · 귀촌한 사람들이 2017년 7월 ‘강 따라 글 따라 시 모임’을 만들어 2019년 7월까지 쓴 시들을 한데 모아 펴냈다. 여기 시를 쓴 사람들은 머리글에서 밝히고 있듯이 “딱 한 사람만 빼고 모두 처음 시를 쓴 사람들”이다. ‘딱 한 사람’ 은 다음 아닌 섬진강 시인으로 잘 알려진 김용택 시인이다.
이 시집의 글쓴이들은 저마다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공후남 씨는 서울에서 청춘을 보내고 쫄딱 망해 귀촌해서 민박집을 운영하며 이장을 맡는가 하면, 김옥희 씨는 서울에서 자라고 살다가 10년 전에 덕치면 사곡리로 귀촌해 해놓은 일 없이 나이만 먹고 있다고 토로한다. 이 외에도 김인상, 김희순, 박양식, 박희숙, 신일섭, 유갑규, 이은수, 이정래, 최남순 씨 등도 자신의 삶의 궤적을 진솔하게 옮겨 놓았다. 그래서 이들은 시 모음집을 펴내면서 “실로 아름답다고 모두 환호하고 함께 기뻐”할 줄 안다.
창문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보니
봄비 오는 소리
앞산 자욱한 안갯속에서
봄을 뿌리고 있네요.
우리 집에는 벌써 봄을 두고 갔나
붉어지는 단풍나무
연두색 물드는 버드나무
초록색 수선화가 한 뼘쯤
올라와 있네요.
―「우리 집에 두고 간 봄」전문
이 시는 이 시 모음집의 표제작으로 김희순 씨가 6년 전 건강 때문에 임실군 덕치면 천담마을로 귀촌해 사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전해주고 있다. 한겨울을 이겨내고 “연두색 물드는 버드나무/초록색 수선화가 한 뼘” 자라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건강이 날로 좋아지고 있는 것을 시적으로 표현해 귀촌의 의미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 외에도 이 시집의 대부분 시편들이 삶의 희망을 노래하면서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꿈꾸고 있다. 공후남 씨는 “추운 겨울날/시멘트 틈 사이에도/봄이 있었다”(「잘 있었니?」)고 토로하고 있다. 김옥희 씨는 “해 질 녘/벚꽃나무들은/막갈리에 취했다”(「봄밤」)며 봄밤의 흥겨움을 노래하고 있다. 김용택 씨는 “이리 와 앉아 봐요/쑥들이 돋아나지요”(「그 맘을 알아요」) 노래하며 귀촌 · 귀향인과 함께하고 있다. 김인상 씨는 “그렇구나, 그래서 또 푸른 봄이 오는구나.”(「나목(裸木)」) 인생 여정 속 귀촌의 의미를 찾고 있다. 박양식 씨는 귀촌을 “그대는/내게 다가와/금세/녹아버린 첫사랑”(「첫사랑」) 으로 읽어내고 있다. 박희숙 씨는 작은 풀꽃을 통해 “선물로 준 찬사, 우린 절친.”(「노란 애기똥풀아」)으로 한 몸을 이루고 있다. 신일섭 씨는 귀향해 어느새 마음씨 착한 농부가 되어 “넘들래 곡식도 잘나면/진짜 예쁘더만”(「농부」) 한다. 유갑규 씨는 귀농하여 마을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우리는 기분 좋은 합의를 하고/순창에 가서 냉면을 먹”는 인정을 나누고 있다. 이은수 씨는 2008년 아이 셋과 덕치로 내려와 “세상의 모든 꽃망울에”(「세상의 모든 꽃망울에 새겼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새기며 살고 있다. 이정래 씨는 이제 “길이 아니면/돌아”(「길이 아니면」)갈 줄 아는 지혜를 터득하고 최남순 씨는 “군불 지펴 새벽 열고/아랫목엔 정을 묻”으며 사는 시골마을의 정경을 그려낸다.
‘강 따라 글 따라 시 모임’의 첫 시 모음집 『우리 집에 두고 간 봄』엔 풀과 꽃과 나비와 사람들이 시가 되어 어우렁더우렁 만발하고 있다.
■ 차례
머리글·05
공후남
잘 있었니?·13
엄마들의 뒷모습·14
텃밭의 비밀·15
먼지를 따라갔어요·16
나는 안전한 걸까·17
나는 언제 쉬지?·18
시골살이·19
김옥희
폭설·23
초겨울 밤·24
화장·25
봄밤·26
어느 여름날·27
나는 시를 쓰고 자빠졌다·28
파산·29
김용택
지금이 그때다·33
어디다가 얼굴을 감추고 있는지·34
아홉 살·36
이런 거·38
그 맘을 알아요·39
난데없네·40
김인상
진눈깨비·43
가을빛·44
빈집·45
오수역(獒樹驛)·46
차마 그리운 밤에·48
갈대·50
나목(裸木)·51
김희순
나 홀로 가는 길에·55
매화 향기·56
기다림·57
우리 집에 두고 간 봄·58
길·59
봄은 어디에서·60
동백꽃·61
박양식·11
첫사랑·65
질곡·66
독백·68
광장 1·69
광장 2·70
광장 3·71
그리움·72
박희숙
노란 애기똥풀아·75
단호박 넝쿨 사랑·76
추억·77
시계·78
꽃밭 만들기·79
너무도 예쁜 복사꽃·80
그냥 그렇게·82
신일섭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85
신통방통 휴대전화 1·86
신통방통 휴대전화 2·88
농부·89
동틀 무렵·90
사랑·91
짝사랑·92
유갑규
검정 고무신·95
아버지의 개똥·96
귀향을 꿈꾸는 너에게·98
잡초 사냥·100
산촌일기·103
누명을 쓰고 죽다·104
가물던 날·105
이은수
할머니는 산 것 같지도 않구나·109
오늘 내리는 눈은 따뜻하다·110
상 위엔 고등어가 살고 있다·112
그럼에도 불구하고·113
손에 눈이 생겼다·114
흙덩이 같기도 하고 바윗덩이 같기도 하다·116
세상의 모든 꽃망울에 새겼습니다·118
이정래
가을·123
행복·124
나비도 놀러왔구나·126
봄 처녀·127
여의도 둥근 지붕·128
길이 아니면·129
최남순
지풀 할매·133
발문·134
■ 시집 속의 시 한 편
여보, 30분 있으면 햇빛이 다 가니까
큰집에 당신 바지 널어놨거든요.
걷어다가 집 뒤안에 당신 옷 걸어둔 것
걷어 같이 개고
여기 빨래 다 말랐거든요.
정리하고
세탁기 빨래
여기다 널어요.
다시 말하지만 빨래 널 때
다림질 수준으로 탈탈 터세요.
여보, 그리고 이런 거 가지고
시 쓰지 마요.
사람들이 뭐라 그래요.
ㅡ 김용택「이런 거」전문
■ 표4(약평)
지난봄 임실의 진메마을에서 나는 다시 섬진강을 만났다. 그전까지 내가 알던 섬진강과는 낯빛부터 달랐다. 깊은 듯하지만 경쾌했고 유장하면서도 너그러웠다. 구담과 천담에서도 그랬다.
섬진강을 두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동시에 이것은 사실 사람에 관한 것이다. 처음 만났지만 이상하게도 처음이 아닌 것 같은 그곳의 다정한 분들, 그리고 서울에서 종종 뵐 때마다 기뻤지만, 눈으로 눈을 보고 마음으로 마음을 읽은 것은 어쩌면 처음이었을 김용택 시인.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술에 몹시 취한 상태를 명정(酩酊)이라고 한다. 이 단어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취할 명(酩) 자리에 밝을 명(明)자를 넣고 싶어진다. 밝게 취해야겠다는 생각에서이다. 취하기 좋은 날들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취했던 그날처럼. 지금도 문득 고개를 돌리면 그때의 반갑고 맑은 눈빛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듯하다._박 준(시인)
■ 강 따라 글 따라 시 모임
공후남 김옥희 김용택 김인상 김희순 박양식
박희숙 신일섭 유갑규 이은수 이정래 최남순
■ 김용택
김용택 시인은 전라북도 임실 진메마을에서 태어나 순창농고를 졸업했으며 그 이듬해에 교사 시험을 보고 스물한 살에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교직 기간 동안 자신의 모교이기도 한 임실덕치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시를 썼다. 섬진강 연작으로 유명하여 ‘섬진강 시인’이라는 별칭이 있다. 2008년 8월 31일자로 교직을 정년퇴임했다.
시집으로 『섬진강』, 『맑은 날』, 『누이야 날이 저문다』, 『그리운 꽃편지』, 『강 같은 세월』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작은 마을』,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섬진강 이야기』 등이 있다.
현재 고향마을에서 귀촌·귀향한 사람들과 더불어 ‘강 따라 글 따라 시 모임’을 통해 시 쓰기를 하고 있다.
첫댓글 강 따라 글 따라 시 모임’의 첫 시 모음집 『우리 집에 두고 간 봄』이 출간되었습니다. 여러분의 큰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여보, 그리고 이런 거 가지고 시 쓰지 마요
시보다 더한 시!!
시집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시의 자리가 어디인가를 잘 보여주네요. 강물 소리, 바람 소리 들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