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클어진 이불을 걷어내면
아침이 당도한다는 말에
슬그머니 지나온 한밤중을 보았다.
요란했을 시간의 눈꺼풀은
고요히도 잠들어 있고
더는 말릴 수 없는 달빛의 무임금 노동을 막아내지 못하였다.
그러는 동안
제법 벼슬을 한 어느 사찰의 스님이
여기서 연을 끊겠다며
구차하게 사인死因을 알려는 야단법석은 피우지 말고
CCTV를 보면 알 것이라며 유서를 남기고 입적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한없이 냉정한 겉과
유난히도 치열한 속
가을 지나 겨울이 무성해 오니
어디서 무엇을 시작해야 할지를 고민하던 날이 어느새 저문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다른 마음으로 빌려, 있어 보이게 하는 말,
말 같지 않은 이 말을 무엇으로 회복시켜야 하나
연을 끊는다는 것이
위대한 역사의 선언이 아닐진대,
누구에게나 지닌 너른 하늘터에 내, 쉴 한 자리, 아니겠나
가끔은
저무는 것이 끝인 줄 아는 사람도 없지는 않으나
저무는 것이 휴식임을 아는, 눈치 빠른 사람의 뒤를 보면
그 걸음이 참으로 흥건하다.
그쯤에서
알맞게 흘러나오는 한 곡조 노래 사이로
다음 날 아침을 버무리는 애틋한 저녁 빛의 손이 따사롭다.
그러던 차에
출발 신호를 알리는 뱃고동 소리가 들리고
뱃머리는 무딘 세월을 가르며
유연하게 하얀 물살을 뿜어내고
사람들은 약속처럼 서둘러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내일에 승선하고야 만다.
나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
한숨 섞인 말과
좋을테야
좋을테야
절실한 말을
툭툭 뱉어내면서.
첫댓글 저무는 것은 또 다른 준비를 하는 과정 아닐까요?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라고 한 정호승 시인의 詩句가 떠오르네요
좋은 시 감상 잘 했습니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세월 참 빠르죠...
건강하시고
좋은 일 많기를 바랍니다~~~
'내년'이라는 배에 함께 승선합시다요. 즐겁고 힘차게~~
네...
즐겁고 힘차게~~~
자승스님의 죽음에 말꼬리가 무성하다.
아직 세상과의 인연을 귾지 못하였나 보다.
말이 많네요
수사도 한다네요
뭘 수사한다는 건지...
좋을 테야.
좋을 테야.
박시인님,
좋습니다.
ㅎㅎㅎ
고맙습니다
분명
좋을테야...~~~
지금 서울역에서 기차 타고 오다가 읽었는데
내 마음과 똑 같아요.
그런가요?
ㅎㅎㅎ
고맙습니다
좋은 날 되세요~~~
감상의 즐거움으로 하루를 여유롭게 시작합니다. 고맙습니다.
이른 아침
좋은 인사말씀에
저도 고맙~~습니다.
좋은 날 되세요~~~
저무는 것은
또한
새로운 날을 의미한다 믿으며 ~
세욕에 찌든 승이었죠.
가장 정의롭지 않은 정치승이었구요.
죽음마저 정진과는 먼 선례를 남겼구요.
내 것인냥 멀쩡한 남의 요사채를 재로 만들었구요.
살아온 길 뿐 아니라 저문 길마저 흥건한데 후학이 밟기라도 할까, 우려를 끼쳤구요.
두루두루 편치 못한 저문 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