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한의 움직임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지금 북한은 상당한 외교적 탈바꿈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외교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으로 나가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됩니다. 북한이 행하는 외교에는 중국과의 상황, 러시아, 한국 그리고 미국과의 상황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쪽집게 점쟁이도 아닌 사람이 어떻게 김정은의 심중을 알 수가 있으리오마는 최근에 북한에서 나오는 이런 저런 언행들을 미뤄볼 때 북한의 외교의 흐름을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지금 북한은 탈 중국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특히 핵개발이후 국제적인 제재속에 그래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나라는 중국밖에 없었습니다. 북한의 대중 수출입 의존도는 심각할 정도였습니다. 당연히 북한 정권은 중국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북중간의 관계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2013년에 있었던 장성택 처형사건이 시발점으로 보는 것이 맞는 듯 합니다. 김정일의 매제이자 국가 2인자 자리에 있던 장성택은 친중인사였습니다. 중국에서도 김정일 이후 장성택을 내세워 중국의 입김을 더욱 강하게 가하고 싶었습니다. 장성택을 이용해 북한을 친중국가가 아닌 중국의 꼭두각시 국가로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일이 급사하고 그 아들 김정은이 정권을 장악하자 상황이 급변합니다.김정은은 고모부인 장성택을 긴급체포해 처형해 버립니다. 김정은은 장성택과 중국과의 음모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이후에도 이런 저런 방법으로 북중간의 유대관계는 이어져 왔지만 불편함 속의 긴장된 이웃나라 수준이었습니다.
그런 북중관계가 러시아 푸틴의 친 북한 정책에 의해 더욱 마찰음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몇년전부터 북중 양국간의 불협화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급기야 김정은 입에서 미국과 일본은 100년 숙적이지만 중국은 1000년 숙적이다라는 말까지 나오게 됐습니다. 사실 북한은 어쩔 수 없이 중국에 기댔지만 속내는 항상 중국을 경계하고 중국의 검은 속셈을 예의주시해 왔던 것입니다. 특히 중국의 동북공정은 북한 김정은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했음이 분명합니다.
러시아는 러우전쟁을 진행하면서 동북아지역에 대해 새로운 관점의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서유럽으로 진출하는 것보다 오히려 동북아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더 넓혀 보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러우전쟁 전에는 한국과 그런대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러우전쟁때 한국이 미국편에 바싹 붙는 바람에 러시아는 기존의 정책을 잠시 바꿔 먼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기로 판단했습니다. 때마침 북한과 중국이 마찰음을 내는 그 틈새를 러시아는 밀고 들어간 것입니다. 러시아 푸틴은 북한을 전격 방문해 북러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동맹관계를 맺게 됩니다. 북한이 유사시에 자동으로 러시아가 개입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중국보다 오히려 러시아와 유대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됩니다.
북한은 이제 한달도 남지 않은 미국 대선을 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6년전 그 화려했던 북미정상회담의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미국의 바이든 정부에서 미국은 의도적으로 북한에게 무관심으로 일관했습니다. 악플보다 무플이 더 기분 나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북한은 자체적인 핵개발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이제 국제사회에서도 북한핵에 대한 언급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IAEA 사무총장이 이제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발언에 북한 김정은은 고무되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북한을 지금처럼 이렇게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도 드는 것으로 읽혀집니다. 아직 트럼프 후보는 북한핵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지만 지금보다는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 국제 외교가의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북한핵무기를 놓고 뭔가 상당한 빅딜이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북핵을 인정받을 수 있는 국제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판단속에 북한은 한국에 대해 이제 조그마한 거래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잇따라 표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와 외교적 거래를 하는 마당에 한국정도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는 이른바 건방짐이 표출되는 셈입니다. 지난 7일 김정은은 국방종합대학을 방문한 자리에서 남한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안전하게 사는 방법은 아주 간단한데 바로 자신들이 핵무기 등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게 자신들을 건드리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라고 큰 소리쳤습니다. 한국이 자신들을 건드리지 않으면 북한은 한국을 공격할 필요도 그럴 생각도 없다는 말입니다. 북한의 핵무기앞에 한국은 까불지 말라는 것입니다. 북한이 오늘부터 남측과 연결되는 도로와 철도를 완전히 끊고 남쪽 국경을 영구 차단하고 봉쇄하는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고 선언한 것도 마찬가지 의도로 분석됩니다. 북한입장에서 볼 때 한국의 현정권은 일본과는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반면 북한을 주적으로 판단하는데 대한 일종의 반발심이 존재하는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북한의 김정은은 새로운 외교적 도박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 대선의 향방이 어떻게 될지는 지금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예측하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IAEA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자는 주장을 한 것은 단지 IAEA 사무총장 한사람의 독단적인 판단이 아닌 이른바 유엔 상임이사국들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들의 어느정도 묵인이 존재하지 않았겠느냐고 북한 김정은은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지금보다는 더욱 전향적인 시각에서 북한 핵무기가 다뤄질 것이고 그럴 경우 북한도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김정은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그 판단이 어느 정도 맞아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지금과 마찬가지로 국제적 외톨이로 존재하게 될 지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2024년 10월 9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