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aver.me/GMmIHOqm
https://naver.me/IDFOzZC4
별똥별
옳거니 네가 나를 알아보누나
혼자 술 마시다가
파리채로
파리를 쳤다
놓쳤다
잘했다 잘했다 아주 잘했다
전화선 아래 지나가며
오 전신주와 전신주 사이의 전화선 같은 영광 있으라
언제까지나 그렇게 이어져가고 있어라
온갖 사연들
그 아래로
눈 내린다
싸락눈이었다가 점점 함박눈으로 내린다
눈 내리는 날
눈 내린다
마을에서 개가 되고 싶다
마을 보리밭에서 개가 되고 싶다
아냐
깊은 산중
아무것도 모르고
잠든 곰이 되고 싶다
눈 내린다
눈 내린다
알흔 섬
*알흔 섬 : 바이칼 호수에 있는 섬
느린 갈매기
느린 소
느린 아이 둘
기억
가을
가을 하늘이 왔다
아주 잊어버린 이름들이 하나하나 가슴에 박혀 새로 돌아왔다
미류나무
큰 바람에 입 다물고 하루 내내 견디었소
큰 비에 두 눈 감고 지긋이 견디었소
이윽고 비바람 자니 1만 잎새 일어나오
곰
저 늙은 곰
겨울 나고
세상에 나오는 것 봐
제 새끼
등짝에 업고
나오는 것 봐
아득하여라 나도 언제였던가 저렇게 느린 걸음이었다
어슬렁
어슬렁
너에게
걱정 마라
또 바람이 분다 바람에 빈 가지들 뛰논다
또 너에게
바다 밑
고기떼
바다 위
갈매기
내 고향은 허허 이렇소이다
그리움
잠 깨어
천둥소리 나머지를 듣는다
아버지 세상을 떠나신지
40년이 되어간다
어머니 떠나신지
벌써 10년이 되어온다
천둥소리 뒤로 비가 온다 그제서야 잎사귀들 후두둑 깨어난다
니나노
목포 삼학도에 갈거나
제주도
제주도 서귀포에 갈거나
10년 병석에 누워 있는 오 영호의 꿈 속 끝 간데 없이 긴 니나노
어느 자화상
단어와 단어 사이에는 국경이 있다
그 국경 언저리
오도 가도 못하는 무국적자가 있다
그 단어들의 사생아인 시인
새끼 넙치
방금 낚시바늘에 걸린
새끼 넙치의 절망
그 절망으로
물 위에 떠오르며
퍼덕이는
그 절망 속의 희망
오늘 친구의 아들에게 친구의 안부를 물었다
3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한다
그래도 이 세상에는 퍼부어댈 욕이 있다
태종대
태종대에는 눈물이 없다
사람들아 여기 와서
한 방울의 눈물이 되어 드려라
그 아비
딸이 오는 날
제라늄화분 여섯이
일제히 꽃들을 피웠다
딸이 가는 날
늙은 내 손가락 씀뻑 벴다
흰 나비
보아라
저 어리석은 바다 위를
지혜귀신
한 마리 흰나비가 날고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책들 닫혀 있다
강설
천년 전 나는 너였고
천년 후 너는 나이다
이 둘의 귀로 함께 귀 기울인다
한밤중 눈 내린다
소리 없이
소리 없이
귀 기울인다
낙엽
내 봄 내 여름날로는
내 반생
내 껄렁껄렁한 여생으로는
도저히 네가 될 수 없어라
저 봐
저 봐
지는 떡깔나무잎새 넷 다섯 여섯
숨
막 숨 거둔 사람의 얼굴 고요타
그 얼굴 기슭
아직 남아 있는 숨 꼬리
고요타
애통 사절
하령에게
웬일로 바람 잔다 풀들의 울음 뚝 그쳤다
새끼도랑물 소리
새끼도랑물 소리 서로 속삭인다
바다 그 배래
아직 어디인 줄 몰라
쓰지 않은 시가 훨씬 더 시이다
귀
이 세상 넘어
다른 세상에서 누가 온다
밤빗소리
누가 그 세상에 간다 꼭 만나리라
비닐봉지
쪽파 두 단 담아온
검정 비닐봉지
빈 비닐봉지
괜히 바람 한 자락에 날아올라
저 혼자 춤추더라
춤추다가
울 넘어 시시부지 가버리더라
어머니
늦은 깨달음
뒷산 달빛 가랑잎새 없다면
마당귀
살구나무 살구꽃 봉오리들 없다면
저 칠산바다 파도 밑으로
나 모르게
우르르 몰려가는
참조기떼 없다면
그 참조기떼 귀신들 없다면
나는 너를 사랑하지 못한다 옥아 순아
旅愁 (짧은 시 시리즈) 중
3
새벽에 쫓아나가 빈 거리 다 찾아도
그리운 건 문이 되어 닫혀 있어라
45
돌멩이 하나 던져서
어둠에 맞는 소리
밤길 혼자 가다가 둘이 되다
52
저 불빛 하나!
눈 감았다가
다시 눈 떠서
함께 잠을 이루지 못하네
59
하늘만큼 바쁜 데 어디 있겠나
비
바람
구름 논 우여우여
그러다가도
또 얼마나 바쁜가 뼈저린 푸른 하늘
126
저 소경의 어둠 속에 들어가서
이 세상을 그리워하여라
그대 꼭 그리워할 테면……
158
옷소매 떨어진 것을 보면
살아왔구나! 살아왔구나!
작은 시편 "순간의 꽃" 중에서
*
오늘도 누구의 이야기로 하루를 보냈다
돌아오는 길
나무들이 나를 보고 있다
*
겨울 잔설 경건하여라
낙엽송들
빈 몸으로
쭈뼛
쭈뼛 서서
어떤 말에도 거짓이 없다
이런 데를 감히 내가 지나가고 있다
*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
내려오는
시냇물
부지런하다
그보다 물 거슬러
올라가는
쉬리 부지런하다
게리 부지런하다
*
누우면 끝장이다
앓는 짐승이
필사적으로
서 있는 하루
오늘도 이 세상의 그런 하루였단다 숙아
*
소쩍새가 온몸으로 우는 동안
별들도 온몸으로 빛나고 있다
이런 세상에 내가 버젓이 누워 잠을 청한다
*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
동굴 밖은 우짖는 비바람 소리
동굴 안은
천장 가득히 박쥐들의 묵언이로다
*
4월 30일
저 서운산 연둣빛 좀 보아라
이런 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무슨 미움이겠는가
*
옷깃 여며라
광주 이천 불구덩이 가마 속
그릇 하나 익어간다
*
부들 끝에 앉은 새끼 잠자리
온 세상이 삥 둘러섰네
*
뭐니 뭐니 해도
호수는
누구와 헤어진 뒤
거기 있더라
*
소나기 맞는 민들레
입 오무리고 견디는구나
굳세어라 금순아
*
푸른 하늘 아래
뱃속의 아기도 있다
*
초신성은 멸망으로만 빛납니다
멸망으로만
새로운 별입니다
나는 누구누구였던가
아득하여라
아득하여라
*
초등학교 유리창마다
석양이 빛나고 있다
그 유리창 하나하나가 실컷 신들이었다
*
수우족에게는 작별인사가 없다
내일 달이 다시 뜬다
보름달 다음
열엿샛달이
*
어찌 꽃 한 송이만 있겠는가
저쪽
마른 강바닥에도 아랑곳하게나
볼품없음이
그대 임이겠네
*
아서
아서
칼집이 칼을 만류하느라
하룻밤 세웠다
칼집과 칼집 속의 칼 고요!
*
무슨 질풍노도 무슨 잔치를 꿈꾸는가
걸려 있는 징
*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 들녘을
물끄러미 보다
한평생 일하고 나서 묻힌
할아버지의 무덤
물끄러미 보다
나는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뺐다
*
어쩌자고 이렇게 큰 하늘인가
나는 달랑 혼자인데
*
죽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천 개의 물방울
비가 괜히 온 게 아니었다
*
곰공이 생각건대
매순간 나는 묻혀버렸다
그래서 나는
수많은 무덤이다
그런 것을 여기 나 있다고 뻐겨댔으니
*
비 맞는 풀 춤추고
비 맞는 돌 잠잔다
*
첫 빗방울
툭 떨어지며 후박나무 잎사귀
깨어난다
이어서
이 잎사귀도
저 잎사귀도
*
함박눈이 내립니다
함박눈이 내립니다 모두 무죄입니다
카페 게시글
좋은 시 소개
고은 짧은 시모음
시냇물
추천 0
조회 55
24.11.06 11:34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