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제가 주력으로 쓰고 있는 어쿠스틱입니다. (아우루스/P5)
탁구를 처음 시작한 3년 6개월 전에 중고로 구입한 건데요. 10만원 정도 주고 샀습니다. 당시에 스라이버와 트루이노베이션이 붙어있었고 고슴도치 탁구클럽을 들락거리면서 러버에 대해 공부를 한 뒤 동대문까지 들고가 뽀드득 소리나는 신삥 오메가2를 붙여오기도 했죠. 아이구 좋아라... 이러면서요. ^^
어쿠스틱을 보자 챔피언 직원이 물었죠.
"좋은 라켓이네요. 몇 부세요?"
"그게 뭔데요?"
"......"
아무 것도 몰라서 어쿠스틱이 어떤 라켓인지도 모르고 썼고 코치가 바뀌면서 잠깐 슐라거라이트로 갈아탔다가 드라이브 배우면서 다시 어쿠스틱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냥 제 감각만 믿고 미련없이 결혼기념일 선물로 받은 슐라거라이트를 장롱 속에 두게 됐죠. 근데 얘가 저한테 오기 전에 얼마나 된 건지 내력을 모르구요, 몇 번 튜닝한 라켓이다. 라는 것 정도만 압니다. 울림이 싫어서 그걸 상쇄하려고 그립을 뗐다 붙였다네요. 그래서 사실은 어쿠스틱 오리지날 감각도 아닌거지요.
근데 문제는요.... 이겁니다
사이드테이프를 떼면 이렇게 생겼어요. 오래 되기도 했고, 자꾸 나무가 부서져 떨어지길래 순간접착제를 발라놨죠. 감각이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은데 러버를 갈 때 마다 나무쪼가리들이 여전히 부서져 러버에 붙어 나옵니다. 이러다 오래 못가겠군. 이런 생각으로 최근에 챌린지 포스를 하나 더 갖게 되었습니다. 두 라켓은 조금 다르지만 비슷하구요 무게도 달라서 색다른 느낌은 있습니다. 수리를 보낼까? 생각도 해봤는데 망설여지는게 10만원 주고 샀는데 수리비가 4-5만원 든다고 하네요.(풍문에..) 효율을 계산하면 그냥 포기하는게 낫겠다 싶은 생각도 있다가.... 정이 들어서 결정하기가 쉽진 않네요.
저는 물건을 살 때 쉽게 사고, 필요없으면 가차없이 정리하는 타입이었습니다. 쇼핑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요. 옷이나 구두 사려고 이 가게 저 가게 가보는 건 피곤한 일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이사를 많이 다녀서도 그렇겠지만 물건에 대한 애착이 적은 편이지요. 쓸 데 없는 집착이라 생각되어 피하던 일이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뭔가에 정성을 쏟고 애정을 준다는 것에 미숙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물건 뿐 아니라 내 인간 관계는 어떻지? 두루두루 친한 것 같지만 사실은 대강대강 관계를 맺고 애정을 준 상대에게 상처받지 않으려고 미리 보호막을 치는 건 아닌지... 그게 사람 뿐 아니라 물건에도 적용되는 건 아닌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나이들면서 조금 철이 들어서 될 수 있으면 바꿔보려고 하는데 쉽진 않네요. 주변에 온갖 유혹과 넘쳐나는 정보로 강요된 필요가 그걸 가로막기도 하고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면서 곰팡이 냄새나는 '청빈'을 떠올리는 것도 우세스러운 일이기도 하지요. ^^; 이 라켓을 만들기 위해 몇 십 년 자리를 지키고 있던 잘 자란 나무를 베었을 것이니 함부로 할 일은 아니다... 라고 생각하는 건 좀 오버 같긴 해요. ^^;;;
목적이 무어냐? 정 든 라켓 지키기냐? 아니면 절약이냐? 음... 둘 다 인 것 같기도 하고 둘 다 아닌 것 같기도 해요. 자꾸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요. 아.. 나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살지??
첫댓글 러버도 수명이 있지만 라켓도 수명이 있 습니다.바꿀때가 된 것 같습니다.
라켓의 수명을 판별하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육안으로 보는 것 빼고.. 성능에 어떤 변화가 있나요?
저를 돌아보게하는 고운 마음이네요. 그동안 탁구에 쏟아부은 땀과 열정이 그 라켓에 고스란히 베어있기 때문에 쉽게 못 놓아주나봅니다. 그냥 그 라켓을 고이 간직하시면 어떨까요? 수리도 하지 말고... 포스란 녀석으로 탁구치시고. 그 아이는 그냥 갖고 다니기만하구요. 그러다 그 감각이 반드시 필요하다 싶으면 어쿠스틱을 새로 장만해야겠지만요. 그나저나 덕분에 내 인간관계와 자연의 가치까지 돌아보게 되었네요.^^
원래는 사진 올리면서 '이거 고쳐서 쓸 수 있을까요?' 이런 글을 올리려던 것인데 쓰다보니 산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좀 궁상맞어요. ^^;;
새로운 친구를 맞이할 시간입니다
제가 좀 보수적인가 봅니다.
달팽이115님, 그 라켓과 이제는 안녕을 고할 시간 같은데요! 대신 집에 잘 보관해놓고 가끔씩 쳐다봐주세요! ㅎ
보관하고 쳐다보는 것 저는 별로 안좋아해서... ^^; still 님도 그러시나요? 예전에 쓰던 라켓 가끔 쳐다보나요? 저라면 새 라켓에 푹 빠질 것 같은데...
처분은 안하고 보관하는 편인데, 예전에 쓰던 일펜과 중펜 라켓들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네요 ㅎ
이사하면서 어디다 버리고 왔는지 ㅜ.ㅜ
저도 라켓을 바꾸고 싶습니다. -_-
그래서 요즘 잘 나간다는 챌린지스피드도 사고, 중고장터에서 챌린지 포스도 새것으로 구해 놓았지만...
문제는 지금 쓰고 있는 T-10이 손에 익어 버렸다는 사실... ㅜㅜ
익숙한게 무서운거죠. 좀 더 나은 신세계로의 도약을 방해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알고는 있지만 망설여지네요. ^^
사진 두어장 찍어서 공 또는 장 선생님께 보내시면 견적 내주시니까 먼저 알아보시고 고민하시는 것은 어떨지요 ^^
사진 보내서 견적받는건지 몰랐어요. ^^
저라면 슐라거라이트는 러버 떼시고 접착제 잘 제거해서 습기 안차게 보관해서 소장하구요 어쿠스틱 수리 나머진 서브라켓으로 쓰겠습니다
사족.. 어쿠스틱 소리 너무 좋아요 ^^ 그래서 갖고 싶은데.. 근데 넘 비싸요 T T
슐라거라이트는 고민하다가 ... 라켓으로 만들어져서 장롱 속에만 있는 건 라켓 입장에서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에 남편한테 양해를 구하고 바꿈질을 하기로 했지요. 주변에 탁구 시작하시는 여성분이 필요하시다고 해서 그 분 한테 가게 될 것 같아요. 남편이 툴툴거리긴 했어요. 라켓은 가벼운게 최고다. 신소재가 최고다. 버터플라이가 최고(였)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저의 취향과 실력을 의심하죠. ^^
그래도 정리가 안 되신다면
제가 수리해 드릴까요?
용기.. 호연지기... 뭐 이런것만 준비해오시면 됩니다 ㅋ
헐...
저도 수리 잘합니다.
사용가능하다면야 돈이들어도 전 수리해서 쓰고 싶습니다. 내겐 특별한 의미 라고나 할까요...
저도 그 쪽으로 맘이 많이 기우는 것은 사실인데 이것 저것 고민하다보니 원래의 고민 '수리할까 말까' 보다 다른 생각들이 올라오네요. ^^
바꾸시길 추천드립니다!! 아마 바꾸시면 분명 탁구실력도 느실꺼에요.
지금 어쿠스틱의 가격이 상당히 올라서 새롭게 구입하시는 건 쉽지 않을꺼 같습니다.
비슷한 감각에 리썸이라는 넥시사의 라켓로 바꿔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러버를 옮겨붙이고, 사이드 테이프를 꼭 붙여 사용하셔야 겠어요^^
마지막 줄에서 웃습니다. (아니, 어떻게 알았지?) 제 플레이가 좀 거칠긴 하죠. ^^;
저도 사람이든 용품이든 한번 믿기 시작하면 참으로 오래가는 타입입니다만...
사진으로 봐서는 과감히 정을 떼시고 새블레이드를 사용해보실것을 권해드립니다.
기존 블레이드와 비슷한 특성의 블레이드가 있을것이고, 또 내 플레이 스타일에 맞는 블레이드도 찾으실수 있을겁니다.
분명한건 새로운 탁구의 세계를 경험하실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건 제 경험담이기도 합니다. ^^
사진이 실물보다 훨씬 다크하게 나왔습니다. 이렇게까지 썩어보이진 않는데... 찍어놓고 보니 저도 좀 황당하네요. 새 블레이드는 이미 가지고 있는데요(챌린지 포스) 나름 각각 개성이 있어서 어쿠스틱을 내려놓진 못하겠어요. ㅠㅠ
내려놓으시지 못하시면 계속 가셔야할듯ㅎㅎ
조금씩 절약하시고 모아서 신상 어쿠스틱으로 구입하시는것이 최선이실듯...
정떼는것... 참으로 힘든 일이랍니다....
편의점에서 파는 강력 접착제로 사이드를 살살 돌려가면 발라서 강화시켜줍니다...그런데 라켓도 언젠가는 망가지고 교체해줘야하는 소모품입니다. 아껴 쓰면야 좋지만....맘 편히 쓰시고 수명 다 되면 다시 하나 장만하신다고 생각하시는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사이드 강화에 순간접착제를 쓰면 블레이드가 딱딱해져 감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저도 사실은 해봤습니다. 처음엔 괜찮다가 얼마 지나니 다시 나무가 떨어져 나와서 임시방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세컨 라켓이 있으니 맘 편히 쓰기로 했습니다. 쓸 수 있을 때 까지... ^^ 아직은 옛 라켓이 승률은 좋아요.
그 정도 감각이신분들은 정말 신의 감각을 가진분들이군요?...대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