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2007년 행담도 비리 항소심 재판에 관여했던 사람들은 "상고 포기 때 의아했다"고 입을 모았다. 1심 당시 강하게 무죄를 주장했던 성 전 회장이 항소심 직후 막판에 상고를 포기한 것(2007년 11월 30일)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황상 성 전 회장이 사면에 대한 '청와대 언질'을 받고서 상고를 포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당시 사건을 기억하는 검찰 관계자는 "그렇게 무죄를 주장하던 사람이 상고를 포기했다니, 지금 생각해도 의아하다"고 했다. 성 전 회장은 재판 초기부터 '법리 검토를 다 해봤는데 억울하다'며 무죄 판결이 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은 과거 구속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검찰 수사에 큰 두려움을 갖고 있었고, '모든 일에 앞서 항상 법리 검토부터 하고 진행한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그렇게 억울해하던 사람이 상고를 포기했다는 게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성 전 회장의 항소심 재판에 관여했던 변호인들은 성 전 회장이 당시 재판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한 변호사는 "성 전 회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후 '재판으로는 안 되겠다. 사면을 받아야 하겠다'고 생각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정성진 당시 법무장관은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성 전 회장에 대한 사면 요청이 청와대 담당 비서관을 통해 법무부 담당 과장으로부터 막판에 갑자기 올라와 법무부는 부정적인 의견을 (청와대에) 보냈다"며 "법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청와대 뜻대로' 사면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2008년 초 퇴임 직전 본지 인터뷰에서 "2007년 말 사면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빚 갚기 사면'이었다. 사면을 둘러싼 청탁이 많았다"고 말했었다.
당시 청와대의 누가 성 전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을 요청했는지에 대해 법무부 담당자들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국장이던 문성우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는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안 나는 데다가 재임 때의 일을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고, 검찰2과장이었던 이창재 서울북부지검장은 "7~8년 전 일이라 정말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