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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장·검사 탄핵 기각은 ‘상식의 귀환’일 뿐
기뻐할 일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13일 헌재의 감사원장과 검사 3명에 대한 탄핵 기각 선고는 그냥 상식적 판단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다소 의미를 부여한다면 상식의 복원, 우리사회에 상식의 귀환을 알리는 희뿌연 징조라고 보는 게 옳을 듯싶다.
나름의 의미를 부여할 만한 대목이 없진 않다. 지난번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한 헌재의 선고가 4대 4였다. 이는 비상식이었다. 이진숙 위원장의 ‘재임 기간’이 48시간이 채 안 됐기 때문에, 탄핵 받을 만한 사건을 저지를 시간조차 없었다. 하지만 재판관 4명이 정치적 또는 ‘눈치적’ 판결을 내렸었다. 그런데 이번 선고는 8대 0 전원일치 기각이라 ‘눈치적’ 판결은 일단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알 수 없다. 이번 감사원장·검사 탄핵 기각이 우리사회에 상식의 귀환을 알리는 길조(吉兆)인지, 아니면 바둑의 사석(捨石) 작전처럼 문형배의 헌재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가기 위한 일종의 노림수 같은 것인지, 불안해 하는 국민도 없지 않을 것이다.
헌재는 "감사원장의 법 위반이 중대해 국민의 신임을 박탈해야 할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감사원장이 국무총리에게 공익감사청구권을 부여하도록 훈령을 개정한 부분에 대해서도 헌재는"독립성이 훼손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국무총리의 감사청구가 있어도 감사의 개시 및 범위에 관한 독자적 판단권한은 여전히 감사원에 있다고 판단해, 국회의 ‘감사원 독립성 상실’ 주장을 배척했다.
다만, 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 3인은 전체 판단에 동의하지만 "훈령 개정이 감사 방향에 대한 광범위한 행정 개입의 가능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그 외 대통령 관저 이전 부실 감사,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이태원 사건,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등에 대해서 모조리 "감사원장 소추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은 애초부터 소추 대상이 되기 어려웠고, 상식을 벗어난 정치 선동에 불과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모두 기각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날 탄핵 건 중 헌재가 신중히 판단할 대목은 국무총리 공익감사청구권 훈령 개정 정도였는데, 헌재의 선고는 합당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헌재가 온전히 탈정치·탈눈치를 했는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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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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