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롱스타킹 3집 : One Way Ticket(12인치) & 바보버스 (7인치 싱글) 2LP 합본반 3월25일입고예정 가격/64,500원
앨범 소개:
1990년대 중반 펑크/뉴웨이브/인디 록적 태도를 주류에서 도발적으로 펼쳤던 밴드인 ‘삐삐 밴드’가 보컬 이윤정의 탈퇴 이후 고구마를 영입해 ‘삐삐 롱 스타킹’으로 개명한 후 발표한 유일한 정규작 [One Way Ticket](1997년 3월 최초 발매). 밴드의 MBC 출연 무기한 금지를 이끌었던 도발적 TV쇼 무대가 화제가 되었던 펑크-뉴웨이브적 타이틀곡 ‘바보버스’, 브릿팝-개러지 스타일의 ‘아직도 눈이 내려’ 등 총 11곡이 수록되었다. 삐비밴드 시절의 태도와 주제 의식이 계승되면서도 어두운 메시지와 좀 더 거친 질감의 사운드가 강화되었던 작품이다.
* 1997년 동아기획 발매반의 최초 LP 재발매(25주년 기념음반).
* 오리지널 CD음반 커버 재질(스펀지와 종이의 합본형태)을
재현한 커버(12인치) 사양으로 한정 제작. (7인치 커버도 오리지널 CD커버 형태로 제작)
* 2022년 리마스터링 앨범.
* 12인치_140g 컬러 바이닐 & 7인치_42g 컬러 바이닐 (2LP 초회 한정반)
* 오리지널 가사지, OBI, 이너 슬리브 포함.
* 라이너 노트(해설 : 김성환) 포함.
* 프랑스 수입 제작반.
수록곡 _ 12인치 앨범:
A side
1. 조금만 더
2. 바보버스
3. 아직도 눈이 내려
4. 아이스크림
5. 거북이
6. 1997. 1. 26. 9:50' 40PM
B Side
1. 계단
2. 토끼사랑
3. 마이너스
4. 사건
5. 12시
수록곡 _ 7인치 싱글 앨범:
A :
1. 바보버스
B :
1. 아직도 눈이 내려
음반 리뷰(부분 발췌):
‘펑크’와 ‘인디 록’의 태도를 주류에서 도발적으로 펼쳐 보였던 1990년대 한국 록의 ‘별종’,
‘삐삐밴드’의 변모한 버전이었던 ‘삐삐 롱 스타킹’이 남긴 유일한 정규 앨범
[One Way Ticket] (+ [바보버스] 7 inch Single)
제 1기 - 삐삐밴드 시절의 음악적 결과들
삐삐밴드가 발표한 2장의 앨범들 - [문화혁명](1995), [불가능한 작전](1996) - 은 아직 본격적으로 홍대 인디 씬에서 새로운 스타 밴드가 탄생하기 이전, 이미 해외 록을 접해온 팬들은 파악하고 있었던 펑크-인디 록적인 태도를 본격적으로 주류 가요계에서 선을 보이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이들은 두 장의 앨범에서 이윤정의 독특한 패션과 보컬 창법, (자유분방하고 파격적이나 동시에 약간 주류에 맞게 순화된) 펑크 록적인 퍼포먼스와 진지함을 일부러 거세한 음악적 태도, 펑크-뉴웨이브-일렉트로닉-스카-로큰롤-재즈 등 다양한 음악적 스타일을 혼합하는 개성 있는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그 결과 기존의 권위적-고전적 문화를 탈피한 새로움을 추구하던 당시 X세대 젊은 음악 팬들과 음악 관계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냈다. (하지만 그들은 처음부터 밴드가 해체될 때까지 자신들에겐 ‘저항’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1집의 대표곡이었던 <안녕하세요>나 후속곡 <딸기>, <슈퍼마켓> 등의 곡들은 당시 FM 라디오에서도 자주 흘러나왔을 만큼 음반 판매량이 화려하진 않았어도 대중의 주목을 받았던 트랙들이었다. 또한 달파란이 이후 솔로 DJ로서 추구하게 될 일렉트로닉-댄스 사운드의 감성이 강화된 2집의 타이틀곡인 <유쾌한씨의 껌씹는 방법> 등도 나름 음악 팬들의 긍정적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1996년 이윤정이 멤버들과의 의견 차이로 탈퇴한 후, 미리 녹음해놨던 커버 앨범 [붕어빵](1996)이 발매되면서 ‘삐삐밴드’의 이름으로 진행된 밴드의 제 1기는 마무리된다. 이 커버 앨범에서 이들은 <커피 한 잔>(신중현 작곡), <개구장이>(산울림 원곡), <얘기할 수 없어요>(사랑과 평화 원곡) 등 60년대~70년대의 한국 팝-록 고전을 자신들의 색깔로 재해석했다.
제 2기 - 새 멤버 영입, 개명과 함께 발표한 삐삐 롱 스타킹의 유일작 [One Way Ticket]
이윤정이 탈퇴 이후 밴드는 새로운 보컬로 이미 [붕어빵] 앨범 속에서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고구마(권병준)을 영입했다. 그는 인디 씬에서 강아지, 바이올렛, 바나나 보트 등 여러 인디 밴드들에서 활동했었다. 또한 작곡-프로듀싱이 가능해서 1996년에 인디 레이블 강아지 문화예술을 설립해 허클베리핀, 마이 앤트 메리, 갱톨릭, 3호선 버터플라이의 초기작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이미 달파란은 H2O시절부터 그의 뮤지션으로서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그 역시 삐삐밴드의 활동을 좋아했기에 아무에게도 공개한 적 없었던 자신의 데모 테이프를 달파란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새로운 2기 라인업을 완성한 세 사람은 밴드의 이름을 ‘삐삐 롱 스타킹’으로 바꾸고, 합주를 통해 앨범에 담을 신곡들을 함께 만들기 시작했다. 음반 수록곡들 중 절반 정도가 하룻 밤에 곡이 완성될 만큼 이들의 팀워크는 활활 타올랐다. 특히 이들은 일반적인 녹음실에서 작업하지 않고 한강에 띄워놓은 바지선 안에서 레코딩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미 2집에서도 박현준의 집 지하실에서 작업했을 만큼 일반적 작업 환경을 탈피하려는 파격을 시도했다. (물론 1집부터 그들을 주류 가요계에 등장시키고 꾸준히 지켜준 송홍섭의 레이블 ‘Song’s Studio’의 지원 속에서 마스터링은 Artistic Optimist에서, 믹싱은 난장 스튜디오에서 이뤄졌다. 그리고 이 앨범과 1달 전 사전 발매한 8인치 CD싱글 [바보버스]부터는 이전과 달리 동아기획에서 음반 발매가 이뤄졌다.
앨범의 타이틀인 [One Way Ticket]을 짓게 된 경위에 대해 밴드는 1997년 영화잡지 키노(KINO) 4월호에 가진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일탈(逸脫)에 관한 제목이 없을까 하다가 생각했어요. (고구마)” “1집이 ‘문화혁명’이었고, 그걸 해보려고 하니 참 힘들어서 2집은 ‘불가능한 작전’(이라고 했구요), 그것이 불가능하면 뭐가 가능한가? 벗어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탈’이에요. (달파란)” 앞선 두 장의 앨범을 통해 남들과 다른 생각들을 안으로 뛰어들어서 전하고 싶었으나 그들이 대중과 음악 씬 속에서 접했던 답답함과 한계를 탈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이 앨범의 음악들 속에 담겼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앨범에 담긴 밴드의 사운드는 앞서 삐삐밴드가 추구했던 그 도발과 파격성도 존재하지만 좀 더 메시지는 비관적이고 어둡다. 타이틀곡 <바보버스>의 노랫말과 고구마의 가창에 가득 담긴 ‘짜증’과 ‘불쾌함’의 정서부터 그 메시지의 변화는 확연히 드러난다. 고구마가 소설가 장정일이 논란의 1996년 작품 [내게 거짓말을 해봐] 이후 프랑스로 떠나있던 상황을 보며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거북이’의 가사에 드러난 세상 사람들이 보여주는 편견들, <계단>의 가사 속에서 ‘돼지’의 비유와 함께 인간의 본능적 태도에 대한 비꼬기, <마이너스>의 가사가 들려주는 세상에 지쳐버린 염세적 비관주의, ‘자살’과 ‘인간 내면의 충동’이 얽힌 가사를 담은 <사건> 등에서 그들이 느낀 세상의 부조리까지....... 삐삐밴드 시절엔 ‘웃기다’고 표현하며 재미있는 언어로 비꼬던 톤과 달리 삐삐 롱 스타킹은 스스로 현실에 지쳐가며 낙심하고, 현실을 도피하려는 정서를 은근히 담아내고 있다.
사운드 면에서도 일정부분 변화가 이뤄졌다. 이윤정의 뱉어내듯 노래하던 ‘말괄량이’같은 특유의 보컬 톤이 사라진 자리에서 고구마는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남성 보컬의 입장에서 펑크 록 보컬 특유의 냉소적 톤으로 노래를 이어간다. 달파란과 박현준도 그들의 관록으로 다양한 장르의 특징을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하는 열린 태도를 계속 이어간다. 그래도 앨범의 도입부답게 꽤 진지한 사랑 얘기를 펼치는 얼터너티브 록 트랙 <조금만 더>를 시작으로 뉴웨이브-펑크에 기반을 두고 그나마 앨범 속에서 가장 밝은 연주를 들려주며 밴드의 과거 정서를 이어가는 <바보버스>, 당시 유행하던 브릿 팝적인 곡 전개와 개러지 톤의 기타 사운드가 인상적인 <아직도 눈이 내려>, 베이스-드럼의 리듬이 주도하는 재지하고 실험적인 트랙 <아이스크림>, 레코딩 상황의 일부의 즉흥적 결과를 그대로 담은 연주곡 <1997.1.26. 9:50’40 PM>, 록이면서 동시에 힙합의 필이 뒤섞인 앨범에서 매우 실험적 결과물인 <계단>, 뉴욕 언더그라운드 펑크적인 감성이 가득한 <토끼 사람>, 펑키-힙합 그루브와 실험적이며 블루지한 기타 연주까지 다채로운 요소가 조합되며 달파란이 이후 DJ로서 펼치는 그루브 메이커로서의 재능이 빛나는 <사건>, 앞선 곡들과 사뭇 다르게 꽤 진지한 어쿠스틱 재즈 어프로치로 마무리하는 <12시>까지...... 앨범은 어떤 하나의 정해진 방향에 얽매임 없이 당대에 세 멤버가 세상을 바라보고 있던 그 복잡한 시선과 그 속에서 느낀 감정의 내부로 우리를 안내한다.
발매 25주년을 맞이해 최초로 바이닐로 재발매된 [One Way Ticket]과 [바보버스] 싱글
2022년은 이 음반이 세상에 공개된 지 25주년을 맞는 해다. 그에 발맞추어 당시에는 한국 내에서도 1995년 이후 LP 생산이 거의 종료되면서 CD와 카세트로만 공개되었던 이 앨범이 최초로 LP 버전으로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다. 리마스터링 작업과 함께 이번 LP 버전이 더 반가운 이유는 앞서 글에서 언급했던 8인치 싱글 CD [바보버스] 역시 7인치 바이닐 싱글로 함께 복원되어 이번 패키지에 함께 담긴다는 것이다. 이 8인치 싱글은 한동안 구하기가 워낙 힘들었다는 점에서 포맷의 변화와 함께 음반 소장의 가치를 높여줄 것으로 생각한다.
모두가 1990년대 전반기 한국의 경제적 풍요 속에 살았지만, 정치부터 사회까지 고답적이고 변화 없이 안주하며 다들 속물로 살아가는 모습이 싫어서 자신들의 파격적 음악 문법으로 세상을 깨우고 소통하려 했던 한 밴드가 있었다. 그러나 결국엔 그 벽을 넘지 못하고 일탈의 미학에 자신들을 던진 것이 삐삐밴드-삐비 롱 스타킹의 음악적 역사였다고 정의한다면, 이 음반은 그 마지막 도전과 함께 장렬하게 산화해버린 한 밴드의 분투(奮鬪)와 고민의 결과물로서 한국 록 역사 속에서 계속 기억될 것으로 생각한다.
글 / 김성환(Music Journalist)
첫댓글 2장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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