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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순이는 예쁘다] 16
S#1. 주점 (밤. 전회에 중간에서 연결)
마주 앉은 상우, 근수.
근수 : 내가... 그 기집애, 인순이 친구 기집애.... 내가 죽였어.
상우 : (굳는다)
근수 : 인순이가 주먹으루 치구 튀었는데 내가 돌로 찍어서 ... 그 기집애 죽여버렸다구...
상우 : (창백해진다)
근수 : 자... 유상우 기자님, 내가 자백했으니까... 기사 내라.
기사 내구, 인순이 결백한 거 알려... 인순이 그거한테두 알리구.
상우 : 너... 지금.. 농담 하냐.
근수 : 하하, 농담으루 들리나,
싸늘한 분위기 흐른다.
긴 침묵...
근수 : 내 맘 변하기 전에... 얼른 방송에 내보셔... 그리구, 경찰에 신고해라. 나는 겁이 많아서 내 발룬 못 가겠드라.
상우 : ...
근수 : 이판사판이야. 니가 안 하면 내가 그냥 떠나는 수 밖에 없거든? 그걸 바래? 그럼 그렇게 해줄께.
마침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상우. 근수에게 다가와 멱살을 움켜쥔다.
상우 : 너... 지금 한 말 사실이야?
근수 : ...
상우 : 사실이냐구 물었어!!
근수 : (굳어있다) 나... 감옥에 넣어주라... 인제 나... 맘 편하게 살구 싶다.
이 자식이, 하고 주먹으로 한 대 치는 상우. 그대로 넘어지는 근수.
다가와 다시 멱살을 잡는 상우.
상우 : 다시 말해! 그거 사실이야?
근수 : 그래! 그래 사실이야!! 피곤하게 자꾸 말 시키지 말구 경찰 불러!!
있는 힘껏 멱살 잡아 휙 밀치는 상우.
구석에 푹 쓰러지는 근수.
상우 : 왜! 왜그렇게 살았어! 왜! 왜!
근수 : (넘어진 채 울고 있다)
다가와 어쩔 줄 모르고 말리는 주인.
멍하니 근수를 내려다보던 상우..
상우 : (다시 울컥 잡아 흔든다) 왜! 왜! 이 바보같은 자식아... 왜!!!
근수 : 제발... 나 감옥에 넣어주라... 부탁한다, 유상우.
몸부림치며 흐느껴 우는 근수.
다가와 구경하는 다른 손님들.
착잡하게 근수를 내려다보는 상우.
안절부절하는 주인.
주인 : 손님, 저어.. (난처하게) 여기서 이러심...
상우 : (알았다는 듯 근수를 잡아일으키며) 나가자,
근수 : (그대로 운다)
상우 : 일어나...
S#2. 시간 경과, 주점 앞길 (밤)
나란히 거리 보도블럭에 털썩 앉아있는 근수와 상우.
손수건 꺼내 피터진 근수의 입술을 닦으라고 건네는 상우.
됐다고 젓는 근수.
상우 : 닦아, 피 나잖아!
억지로 쥐어준다.
그대로 고개 숙인 채 앉아있는 근수. 잠시 적막이 흐른다.
맘이 아파오는 상우.
상우 : 너두... 참... 힘들었겠다.
근수 : ...
상우 : 그런 거 마음에 품구 어떻게 살았냐? 차라리 진작 털어놓구 맘 편하게 살지...
근수 : ...(엷은 비웃음)
막막하게 앞을 바라보는 상우.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
상우 : ... 담배 있냐,
근수 : (젓는다)
상우 : (한숨) 잠깐 있어 봐. 담배 좀 사올께.
근수 : ...
일어난다.
다시 두려움에 덜덜 떠는 근수.
S#3. 근처 약국 (밤)
담배와 따뜻한 음료, 상처에 바르는 연고, 밴드 등을 사는 상우. 맘이 착잡하다.
S#4. 주점 앞 거리 (밤)
봉투 들고 걸어오는 상우. 그런데 자리가 비어있다. 멈칫 놀란다.
어디로 갔지?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찾아헤매는 상우.
S#5. 거리 (밤)
비틀비틀 걸어오는 근수. 다시 자신 없어서 도망치는 길이다. 두려움에 가득찬 표정.
순간, 울리는 문자 메시지 신호음. <전화 안 받으면 니 애인 가만 안둔다>
확 불안에 잠기는 근수. 무시하고 그대로 뛰어가다가 걸음을 다시 천천히 늦춘다. 미치겠다.
S#6. 선영집 앞길 (밤)
천천히 다가오는 근수. 어느새 여기까지 와버렸다.
불 환히 켜진 정아방 창문을 복잡한 시선으로 잠시 올려다본다.
고민하는 근수. 머뭇머뭇 하다가 다시 돌아서서 오던 길로 내려간다.
그 순간, 골목 어귀 저만치에서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 둘.
사채업자1 : 짜식... 생각보다 순진한데? 여기가 어디라구 나타나나?
근수 : (휙 돌아보는)
사채업자2 : (자기들끼리 눈짓) 내가 뭐랬어, 올 거라 그랬잖아...
사채업자1 : 흐흐 짜식... 마음이 글케 약해가지구 남에 돈은 어뜨케 쳐먹었냐, 어,
사색이 되는 근수.
어슬렁거리며 다가오는 그들. 근수 목덜미를 휙 나꿔챈다.
온힘을 다해 뿌리치는 근수. 돌아서서 들입다 달리기 시작한다.
쫓아가는 그들.
S#7. 근처 거리 (밤)
달리는 근수. 그러나 술도 마셨고, 마음과 몸이 다 헝클어져서 그닥 속도를 내지 못한다.
금새 잡힌다. 발로 채이고 머리채를 잡힌다.
어두운 골목 구석으로 덜미 잡힌 채 질질 끌려가는 근수.
근수 : 놔 이거!! 준다구! 주면 되잖아!
사채업자 : 쥐새끼같은 놈... 입만 살아가지구... 쯧쯧...
넌 임마, 괘씸죄야... 우리 글케 한가한 형님덜 아니야... 아주 갖구 놀아라, 갖구 놀아...
침 뱉고 근수 목을 우왁스레 붙잡아 질질 끌고 가는 그들. 골목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S#8. 미화 원룸 (새벽)
퇴근해 들어와 인순 곁에 그대로 이불 쓰고 눕는 미화.
미화 : (하품) 아, 넘 피곤하다... 이짓두 그만 해야지... 못해 먹겠어. 몸이 예전같지가 않어.
인순 : (일어나 이불로 감싸주며) 춥지?
미화 : (다시 하품) 너 인제 뭐해 먹구 살래?
인순 : (한숨) 뭐... 찾아봐야지.
미화 : 아으... 빙신같은 기집애... 맨날 팔자 거꾸로 돌리는 데는 뭐 있어, 아무튼.
인순 : ...
미화 : 나랑 떡볶이집이나 할래? 아니믄 뭐... 김밥집.
인순 : (하하 웃는다) 그게 그거랑 달라?
미화 : 당근, 영역이 다르지이!
울리는 휴대폰.
미화 : 야, 전화 받아.
인순 : (누우며) 기자들 전활 거야. 안 받아.
기어가서 들여다보는 미화.
미화 : 장근수... 근수... 누구지, 이게?
인순 : (벌떡 일어난다) 근수? (얼른 빼앗아 받는다) 여보세요?
그러나 이미 끊어졌다. 다시 걸어본다. 안 받는다.
뭔가 불길한 기분이 드는 인순.
미화 : 근수... 장근수... 아, 그, 동생! 맞지?
다시 걸어보는 인순.
S#9. 병원 응급실 (낮)
중소 규모의 동네 병원으로 설정.
링거 꽂고 깊이 잠들어있는 근수.
들어오는 인순. 급히 근수 앞으로 다가온다.
다가와 링거와 상처 부위를 살피는 간호사.
인순 : 어떻게 된 거에요?
간호사 : 최종 발신지가 그쪽이라서... 전화를 드렸는데... 보호자 맞으세요?
인순 : 네... (근수 내려다보며) 어떻게 다친 거에요.
간호사 : 칼에 찔린 거 같아요. 누구랑 싸운 모양인데요...
인순 : (확 굳는다)
간호사 : 일단 위급한 상황은 넘겼지만 절대 안정을 취해야 돼요. 출혈을 너무 많이 했거든요.
이따 의사 선생님 오시면 자세히 여쭤보세요.
인순 : 고맙습니다.
간호사 : 입원실로 옮겨야 될 거 같은데... 서류 작성이 필요하거든요? 이쪽으로 오시죠.
따라가는 인순. 그 순간, 근수가 뭔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멈칫 하고 돌아보는 인순.
근수 : 내가 죽였...
인순 : ?
근수 : 내가 죽였다..
인순 : (당황)
근수 : 할머니... 미안하다...
뺨 위로 눈물이 주룩 흐른다.
멍해지는 인순. 이게 뭔가 싶다.
그 순간, 울리는 휴대폰. 유상우 이름이 뜬다.
멈칫 하고 전화 받는 인순.
인순 : 상우야,
상우(E) : 어디야, 인순아.
S#10. 입원실 (낮)
이인실. 근수 앞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인순.
땀 흠뻑 젖은 채 잠들어있는 근수.
들어오는 상우. 다가온다.
멈칫 돌아보는 인순.
인순 : 언제 왔어.
상우 : (착잡하게 근수 내려다보는)
인순 : 얘가... 좀 이상해...
상우 : ...
인순 : (글썽한다) 어디서 칼을 맞았대.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
상우 : (당혹)
인순 : (멍하니) 아까부터 계속 헛소리를 해. 내가 죽였다, 내가 죽였다, 이러면서... 애가 이상해졌어.
막막하게 내려다보는 인순.
갈등하는 상우. 이윽고 결심한다.
상우 : (밖으로 이끌며) 좀 나가자. 할 얘기가 있어.
S#11. 커피숍 (낮)
찻잔 놓고 마주 앉은 두사람.
멍하니 굳어있는 인순. 착잡하게 바라보는 상우.
잠시 정적이 흐른다. 이윽고 기가 막힌 듯 웃어버리는 인순.
인순 : 하하... 나보구 그걸 믿으란 말이야, 지금?
상우 : (굳어있다)
인순 : (흥분) 그걸 지금 말이라구 해? 무슨 그런 말두 안되는 소리가 있어?
상우 : ...(한숨) 최소한 본인 입에서 나온 얘기야! 믿어지지 않겠지만... 사실 여분 확인해야 돼.
인순 : 허,
상우 : 그때 그 사건... 제대로 얘기해줄 수 있어?
인순 : ...
상우 : 얘기해 봐. 자세히, 있는 그대로 다 얘기해 줘.
인순 : (다시 멍하니 넋나가 있다가) ... 할 얘기 없어.
상우 : (안타깝다) 얘기해 봐!!
이윽고 글썽 눈물이 어리는 인순.
인순 : 나는... 나는 기억이 안나. 아무 것도 기억이 안나. 다 잊어버렸어..
그리구, 이건 뭔가 잘못된 거야. 믿을 수 없어. 내가 죽였어. 내 주먹으로 죽였어.
상우 : 인순아,
인순 : 너... 한 번만 더 이상한 소리 하면 나 화낼 거야.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인순.
인순 : 상우야... 나 밖에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께... 머리가 아파서 안되겠다.
상우 : (당황)
인순 : (앉아있으라는) 금방 올께. 잠깐만, 오 분만 걷다가 올께. 걱정하지 마.
붙잡지 못하는 상우.
S#12. 거리 (낮)
병원 밖으로 나오는 인순. 후들후들 떨린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S#13. 학교 공터 (회상)
친구들과 뒤엉켜 싸움하는 여고생 인순.
S#14. 경찰서 (회상)
죽은 친구 엄마에게 따귀 맞는 인순. 말리는 경준.
난 안 죽였어요!! 안 죽였어요!! 고함 지르며 울부짖는 인순.
S#15. 공원 벤치 (낮, 현재)
한쪽 벤치에 멍하니 앉아있는 인순. 평화롭게 돌아가는 공원의 일상이 갑자기 현실감을 잃고 먹먹하게 보인다.
하늘도, 사람들도, 나무도... 현기증이 일어난다.
정아(E) : 오빠가...언니한테 무슨... 잘못한 거 있나요?
인순(E) : 잘못? ...왜?
정아(E) : 모르겠어요...그냥... 언니한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처럼 보여서..
멍하니 생각에 잠긴 인순.
근수(E) : 기운 내라, 박인순... 넌... 죄 없다. 가슴 펴구, 떳떳하게 살아라.
병신처럼 빌빌거리지 말구!! (울며) 떳떳하게 살아!!!
정아(E) : 언닌 같이 자랐다면서 그 오빨 그렇게 몰라요?
밤마다 울드라구요. 밤마다 울고... 그리구 꼭 내일 죽을 사람처럼...
이윽고 조용히 울기 시작하는 인순. 충격과 회한, 갖가지 감정이 섞인 복잡한 울음.
S#16. 입원실 (낮-저녁)
잠든 근수를 우두커니 내려다보는 상우. 불쌍하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맘이 아파온다.
해가 지는 창 밖을 내다보는 상우. 걱정이 된다.
S#17. 병원 앞 (낮-저녁)
밖으로 나오는 상우. 주위를 살피며 인순을 찾는다. 인순 모습 보이지 않는다.
전화를 걸어본다.
S#18. 공원 벤치 (저녁)
한쪽 벤치에 그대로 앉아있는 인순. 노을이 지고 있다.
온 세상에 눈부시게 퍼지는 저녁 햇살. 멀리 지붕들과 산과 사람들 위로 아득하게 비춘다...
바라보는 인순. 허망하고 우습고 모든 게 꿈처럼 느껴진다. 슬프지도 억울하지도 화나지도 않고 그저 멍멍할 뿐이다.
저만치 인순을 발견하고 다가오는 상우.
상우 : 인순아,
돌아보는 인순. 다가오는 상우.
상우 : 추운데 여기서 뭐하구 있어.
인순 : (그대로 구부정하게 있다)
상우 : (맘이 아프다. 뭐라 말해줘야할지 모르겠다) ...
곁에 가만히 앉는다. 말없이 손을 잡아주는 상우.
그대로 한동안 그 자리에 앉아있는 두사람.
이윽고... 맘을 추스르는 인순.
인순 : 상우야, 내가... 부탁이 있는데...
상우 : (본다)
인순 : 이 일... 아무한테두 말하지 말아줘.
상우 : (멈칫)
인순 : 그냥... 앞으로 우리 둘이만 알고 가자.
상우 : 인순아,
인순 : (조용히)... 그냥.. 덮어두면 좋겠어. 그 대신... 내가... 용서는 안할래.
상우 : (본다)
인순 : (짐짓 비장하게) 안 할 거야... 용서 못 해..
그 자식... 내가 가만 두지는 않을 거니까.. 그냥 넌 모르는 일로 해줘. 약속해 주라.
맘이 아파오는 상우.
애써 울음을 꾹 참고 있는 인순.
인순 : (허탈하게) 참... 속썩이는 자식이야... 그런 놈을 어떻게 해야 하나... (목이 멘다) 어떻게 혼을 내주나...
나 참.... 너무 지독한 자식이야,
이윽고 눈물이 뚝뚝뚝 떨어지기 시작한다.
무슨 말인가 해주고 싶지만... 그저 손만 꼭 잡아줄 수 밖에 없는 상우.
해가 완전히 진다.
S#19. 입원실 (밤)
일어나서 창가에 앉아있는 근수. 무표정하다.
S#20. 정아방 (밤)
휴대폰에 음성 메시지 남기고 있는 정아.
정아 : 오빠 이 메시지 다 듣구 있는 거 알아요. 지금 무조건 만나요. 나올 때까지 기다릴 거에요. 계속 계속 기다릴 거에요.
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죠? 기다릴 거에요. 알았죠?
S#21. 야구 연습장 앞 (밤)
차를 몰고 오는 정아. 연습장 앞에 차를 세우고 내린다.
주위를 살피며 오가는 남자들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보며.....차 앞에 딱 붙어 서서 결연하게 기,다,린,다.
S#22. 병실 앞 (밤)
들어오는 인순. 결심한 듯 굳은 표정으로... 병실 앞으로 간다.
S#23. 입원실 (밤)
들어오는 인순.
창가에 그대로 앉아있는 근수. 돌아보지도 않고 창 밖만 바라볼 뿐이다.
만감이 교차하는 인순. 잠시 바라보다가 다가간다.
꿋꿋이 외면하는 근수.
화가 치미는 인순.
인순 : 너...
근수 : ...
인순 : 나 봐... 내 얼굴... 돌아 봐.
근수 : ...(그대로 외면)
인순 : (화난) 장근수...
근수 : (눈물을 참는다)
인순 : (억지로 돌려세우며) 장근수.. 나 좀 봐... 내 눈... 똑바로 봐!!
근수 : (이윽고 바라보는데) ...
인순 : (눈물이 왈칵 솟는다) ...
근수 : (마침내 눈물을 뚝 떨군다) ...
인순 : ... (목이 메어온다) 어떻게... 그랬어...
근수 : ...
인순 : 어떻게 그랬어... 응!!
근수 : ...
인순 : 말 해! 말을 해!! (마구 치며) 말 해, 이 자식아...
근수 : (그대로 꿋꿋이 서있다) ...
제풀에 울음을 터뜨리는 인순.
인순 : 나 구해줄려구 그랬어? 나 돕는다구 그랬던 거야?
근수 : ...
인순 : 그런 거지? 그지?
근수 : 나 감옥에 쳐 넣어라. 지금 당장 감옥에 넣어.
인순 : 이 바보... 이 바보 천치... 왜, 왜 진작 말을 안 했어? 응?
근수 : (고함) 감옥 간다구!! 시끄럽게 자꾸 묻지 말구! 경찰 불러! 당장!!
인순 : 근수야...
근수 : 시끄럽다니까!!
인순 : 바보야.. 진작 털어놨으면...
근수 : ...
인순 : (목이 멘다) 털어놨음 좋았잖아. 그럼 너... 이렇게 망가지지 않아두 됐잖아.
근수 : (굳어있다)
인순 : 나는 다 털어버렸단 말이야.. 나는 다 잊었구, 다 극복해버렸어.
나한텐 인제 아무 일두 아닌데... 그게 그렇게 널 괴롭히구 있는 줄 몰랐어.
근수 : (떨린다)
가슴 아프게 근수를 바라보는 인순. 마음이 점점 허탈해진다.
인순 : 그만 자책 해두 돼, 근수야...
근수 : (본다)
인순 : 근수야, 잘 들어... 나는... 나는.. 그애를 정말 죽이고 싶었어.
근수 : ...
인순 : 나는 그 친구... 죽이고 싶었어. 마음으로는 백번도 더 죽였어.
그러니까 누구 손에 죽은 게 무슨 상관이야?
근수 : (굳어있다)
인순 : 내 주먹에 죽었을 수두 있어. 그냥 딱 한 순간 차이일 수도 있어...
그게... 그게 다른가? 그게 내가 죽인 게 아닌 건가?
근수 : ...
인순 : 난... 그럴리 없다구 주장했지만... 사실은 나도... 그앨 죽인 거야.
근수 손을 꼭 잡아주는 인순. 뿌리치는 근수.
다시 꼭 잡는 인순.
인순 : 그동안 그거 끌어안구 사느라구 얼마나 힘들었니...
마침내 무너지며 흐느껴 우는 근수.
근수 : 미안하다...
맘이 미어지는 인순. 가만히 끌어안고 토닥여준다.
인순 : 괜찮아.. 다 괜찮아... 괜찮아...
근수 : (울고 있다)
인순 : 그동안... 너무 고생했다.. 내동생... 너무 힘들었겠다... 바보 같이 사느라구 참 고달팠겠다...
끌어안고 엉엉 우는 두사람.
들어오던 상우. 두사람을 맘 아프게 지켜본다.
S#24. 야구장 앞 (밤)
밤이 깊어간다.
절망에 빠진 표정으로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있는 정아.
S#25. 병원 복도 (밤)
벤치에 앉아있는 상우. 마음이 아프다.
S#26. 병원 외경 (새벽)
날이 밝아온다.
S#27. 입원실 (새벽)
문득 눈을 뜨는 인순. 아직 주위는 좀 어둡다. 새벽 빛이 창으로 들어온다.
그런데 침대가 텅 비어있다.
놀라는 인순. 살펴보면 링거줄도 빠져있고, 가방도 없다.
음료수 사들고 들어오던 상우. 멈칫 바라본다.
상우 : 어떻게 된 거야,
인순 : 근수가 없어졌어.
상우 : 없어지다니...
인순 : 모르겠어. 어떻게 된 건지,
상우 : 여기 있어. 내가 찾아올께.
음료수를 내려놓고 밖으로 급히 달려나가는 상우.
멍해지는 인순. 얼떨떨한 표정으로 침대를 다시 내려다보는데... 침대 머리맡에 곱게 접힌 쪽지와 근수의 휴대폰이 놓여있다.
멈칫 다가가 집어드는 인순. 떨리는 손으로 쪽지를 펼쳐본다.
S#28. 병원 근처 거리 (새벽)
이리저리 근수를 찾아헤매는 상우.
S#29. 병원 근처 거리 (새벽)
아직 어두운 시간. 조금씩 날이 밝아오는 중이다.
텅빈 거리를 아픈 배를 움켜 쥔 채 비틀거리며 황급히 걸어가는 근수.
근수(E) : 잘 있어라, 난 떠난다. 끝까지 비겁하게 떠난다.
그대로 떠나고 싶지만... 이게 어쩌면 영영 이별일지두 몰라서... 한마디 쯤은 남기고 싶어지네.
S#30. 분식집 앞 (회상,4회 중에서)
쓰러져있던 어린 근수를 발견하는 인순과 할머니.
근수(E) : 아무리 생각해봐두... 쓸데 없구 쓰레기 같은 인생이었어. 그저... 태어났으니까 살아온 거겠지.
S#31. 분식집 (회상, 기촬영분)
인순이 어린 근수에게 글씨를 가르쳐주고 있다.
근수(E) : 그래두 군데군데 건질만한 기억이 있다면... 그게 넌 거 같다.
S#31. 입원실 (새벽)
편지 읽고 있는 인순.
S#32. 거리 (새벽)
배를 웅크리고 쓰러지는 근수. 다친 부위가 몹시 아프다.
버스 정류장 벤치에 간신히 기어가 몸을 스르르 눕힌다. 눈을 감는다.
근수(E) : 난 따뜻한 나라로 가는 비행기표를 끊었어. 거기 가서 새 인생을 시작해 볼 거야. 성공해서 나중에... 초대할께.
S#33. 시간 경과 (낮)
사람들이 웅성웅성 몰려있다.
눈 감고 그대로 웅크린 채 뻣뻣하게 굳어있는 근수.
밤에 추워서... 어쩌구 저쩌구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눈가에 눈물 자욱이 얼룩진 근수의 얼굴. 알 듯 모를 듯 희미한 미소가 어려있다.
근수(E) : 고마웠다, 누나... 누나는 나를... 유일하게 사람으로 대해줬어.
S#34. 분식집 (회상, 기촬영분)
할머니, 인순, 어린 근수, 셋이서 맛있게 밥을 먹고 있다. 즐거운 한 때다.
부감으로 내려다보이는 행복한 풍경.
근수(E) : 고마웠다, 나를... 용서해줘서...
S#35. 공원 (근수의 상상)
근수와 정아, 풀밭 위에서 행복한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정아 무릎에 얼굴을 베고 따스한 햇빛 아래 누워있는 근수.
피크닉 도시락 같은 것 곁에 놓여 있고...
네 살 다섯 살 정도의 귀여운 남녀 꼬마가 엄마, 아빠, 하고 뛰어와 안긴다.
S#36. 서울 전경 (낮)
복잡하고 바쁜 도시의 전경.
비행기가 뜨듯이, 혹은 마치 영혼이 지상을 천천히 떠나가듯이... 부감으로 내려다보인다.
인순 : (N) 가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진짜일까? 여겨질 때가 있다.
그때 그 사건은... 정말 존재했던 일일까? 그 시절의 나는... 과연 지금의 나일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서울. 아직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남아있는 거리...
차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출근길 사람들은 정신없이 걸어다니고... 마침내 장난감처럼 작아지는 풍경들.
인순 : (N) 우리는 도대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S#37. 입원실 (낮)
편지 내려놓는 인순.
들어오는 상우. 상황을 짐작하고 다가온다.
편지와 그 곁에 단정하게 놓인 근수의 휴대폰.
마침내 상우에게 기대어 울기 시작하는 인순. 맘 아픈 상우.
S#38. 정아방 (낮)
굳은 시선으로 근수의 휴대폰을 내려다보는 정아. 이것저것 검색해보는데 동영상이 하나 남아있다.
멈칫 플레이 해보면 근수가 직접 남긴 메시지.
<곰인형, 잘 지내라... 울지 말고 씩씩하게 잘 살아라! 니 덕분에 행복했다> 씩 웃는다.
멍하니 바라보는 정아. 울음을 터뜨린다.
S#39. 상우집 외경 (날짜 경과, 아침)
S#40. 상우집 식당 (아침)
병국과 상우, 마주 앉아 라면을 먹고 있다.
병국 : 아침으루 먹는 라면두 나름 괜찮은 거 같다.
상우 : (한숨)
병국 : 허허, 니가 니 엄마보다 라면을 어째 더 잘 끓이는 거 같다.
상우 : 더 드실래요? (냄비에서 덜어주려는)
병국 : 아니다, 난 됐다. 그만 먹을란다. 너 다 먹어라.
그러다 잠시 말 없이 무표정하게 라면만 먹는 부자.
병국 : (착잡하게) 그 얘기... 왜 진작 안했냐.
상우 : (멈칫)
병국 : 왜? 내가 맘 아퍼 할까봐?
상우 : ...(난감하게)
병국 : (슬몃 외면하고) 니 엄마... 연락 안 왔냐?
상우 : ...네,
병국 : 망할 여편네... 끝장을 보는구나. 내내 잘 지내다 한 번씩 꼭 그런다.
상우 : 그거라두 없으면 엄마 어떻게 살아요.
병국 : 니 책임두 커.
상우 : 알아요.
병국 : 니가 한 번 찾아봐라, 니 엄마 어디갔는지.
상우 : ...네.
병국 : 보나마나 멀리 가지두 못했을 거다. 아무리 멀리 튀어봤자... 제주도두 못 간다. 돈 아까워서.
상우 : (한숨) 저어... 아버지,
병국 : (잔소리 듣기 싫다. 부랴부랴 일어난다) 그릇은 니가 좀 치워라. 나는 출근해야 된다. 내가 좀 바쁘다.
피하듯 방으로 가버리는 병국.
난감하게 보는 상우.
S#41. 찜질방 (밤)
아줌마들 사이에 누워 티브이를 보고 있는 명숙.
울리는 휴대폰. 힐끔 내려다보는 명숙. 무시하는데 계속 울린다.
마침내 전화 받는 명숙.
상우(E) : (반갑게) 엄마,
명숙 : 왜.
상우(E) : 어디세요?
명숙 : ... 그거 알아 뭐하게.
상우(E) : 들어오세요.
명숙 : ... 니 아버지 정신 차리구 너 정신 차릴 때까지는 안 들어간다. 앞으로 니 에미... 못 보는 걸루 알아라.
상우(E) : 엄마!
전화 끊어버린다.
옆에서 고스톱 치는 아주머니들을 슬몃 돌아보는 명숙.
아줌마1 : 같이 치실래요?
명숙 : (손 저으며) 어유, 아니에요. 저는... (웃으며) 저는 그냥 구경만 할께요. 전 그런 거 못 쳐요.
한숨 쉬며 물끄러미 그들을 보는 명숙. 슬몃 고개 들이밀며 가까이 가서 구경한다.
S#42. 까페 혹은 캐쥬얼한 레스토랑 (다음날 낮)
창가에 앉아 기다리는 상우.
들어오는 인순. 상우를 발견하고 다가가 마주 앉는다.
반갑게 환히 웃는 상우.
인순 : 많이 기다렸어?
상우 : 아니. 금방 왔어.
인순 : 배고프다. 맛있는 거 먹자.
상우 : (흐뭇하게 보는)
인순 : (메뉴판 넘기며 웃는다) 나는 요새 왜이렇게 배가 고픈지 모르겠어. 살찔려나 봐.
상우 : (가만히 들떠서 바라본다)
인순 : 왜 계속 그러구 봐.
상우 : 인순아...
인순 : 왜.
상우 : (씩 웃고) 할 얘기가 있는데...
인순 : 무슨 얘기?
상우 : 나랑.. 같이 미국 가자.
인순 : 어디?
상우 : 미국..특파원 한 사람이 사정이 생겨서 대타로 가게 됐어. 한 일년 정도.
임기 채워주고 오는 거야. 내가 너무 유능해서, 하하.
인순 : ...그래?
상우 : 내가 며칠 동안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같이 가는 게 좋겠어. 거기 가서 너... 하고 싶은 공부 해.
뭐, 일년이라는 시간이... 짧다면 짧지만, 영어라든가 기술 같은 거... 단기 코스로 배울 수두 있어.
인순 : (당황)
상우 : 이런저런 거 다 잊고... 가서 뭐든 시작해 봐. 너 아무도 모르는데 가서, 맘 편하게 지내다 오자.
이 생각 하구나니까 정말 기쁘드라. 난 왜이렇게 머리가 좋냐.
인순 : ...
상우 : 어때? 좋지? 하늘이 내려준 기회야.
인순 : (당황하며 곰곰 생각하다가) 밥... 먹으면서 천천히 생각해보자.
상우 : 그럴까? 하하... 이거 내가 성질이 급해서...
S#43. 찻집 (낮)
병국과 선영 마주 앉아있다.
맘이 아파오는 병국.
병국 : 제가 참... 이거 참... 요새 사업이 워낙에 바쁘다보니... 팬으로서 활동이 조금 소홀했습니다.
선영 : 아니에요. 무슨 그런 말씀을요.
병국 : 건강은 괜찮으십니까.
선영 : 그럼요.
병국 : 지난 번 그 일루... 많이 고달프셨지요.
선영 : (얼굴 붉히며) 꽃... 잘 받았어요. 오셨으면 들르시지, 왜.
병국 : 맘 불편하실 거 같아서요.
선영 : 제 딸... 제 큰 딸 인순이 말이에요.
병국 : (굳는다)
선영 : 저한테 그런 딸이 나타난 이유가 뭘까요...
병국 : (머뭇거린다)
선영 : 그애 때문에 제 인생이 자꾸 흔들려요. 옳다고 믿었던 것들... 정말 옳은가, 자꾸 생각해보게 돼요. (쓸쓸해진다)
병국 : (굳어있다)
선영 : 왜 표정이 그러세요?
병국 : (물 마신다) 아,아닙니다.
선영 : 아드님한테 잘 하시죠? 저랑 다르실 거 같아요.
병국 : (식은땀) 그,글쎄요.
선영 : 어디... 편찮으세요?
병국 : 실은... 제 아들 놈이...
선영 : 예?
병국 : 누굴 요새 만납니다.
선영 : 어, 그래요? (무슨 말인지 궁금)
병국 : 그게... (한숨 쉬고 다시 물을 마신다) 참... 말씀 드리기가 거시기 합니다. 저는 어쨌든 선영씰 만나서... 기뻤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두 영원히 기쁠 거 같습니다.
선영 : 허, (웃는다) 저두 그래요.
병국 : (꾸벅) 고맙습니다.
선영 : 어우, 자꾸 왜이러세요? 새삼스럽게...
병국 : (쓸쓸해진다) ...
선영 : 아드님 얘긴 왜 하시다 말아요?
병국 : (헛기침 하고) ... 저어... 실은...
선영 : (웃고) 참, 뜸을 왜이렇게 들이세요?
S#44. 병국 회사 전시장 (낮)
40대 여자 고객 한사람과 상담 중인 병국. 창호재 앞에서 설명 중이다.
고객 : (성능 살피고 구경한다) 뉴스에 보니까 발코니 확장 피해사례가 많다 그러드라구요.
병국 : 맞습니다. 창은 한번 달면 오래 쓰니까요. 그러기 위해선, 에... 엄격한 품질기준을 통과한 품질 인증업체에서
창을 달아야 합니다... 이게 하우스클럽 제품인데... 한 번 보시죠.
창호재 살피는 고객.
고객 : 좋으네요... 부엌 가구 쪽두 좀 보여주시겠어요?
병국 : (멍하니 딴 생각)
고객 : ...사장님?
눈물을 슥 닦는다.
어이없다는 듯 보는 고객.
고객 : 우세요?
병국 : 예? 아,아닙니다. 제가 나이가 드니... 참 주책맞게두 자꾸 눈물이 납니다. 아무래두 눈물샘이 고장난 거 같습니다.
고객 : (당황) 예에...
병국 : (목소리 가다듬고) 에, 그럼 이게 맘에 드십니까... 이걸로 가실까요?
S#45. 커피숍 (낮)
밥 먹고 자리 옮겨 차 마시는 상우, 인순.
상우 : 간 김에 캐나다두 가보자. 나 살던 데 가보구 싶지 않어?
인순 : (웃는다) 가보고 싶어.
상우 : 워싱턴에선 금방이야. 차로 넘어가면 돼. 주말에 여기저기 놀러다니자. 낚시도 가구, 캠핑두 하구...
인순 : ...
상우 : 하하, 이거 미치게 신나는데?
인순 : 일은 안하구?
상우 : 일은 당연히 해야지! 일은 일이구, 너는 너지.
인순 : 상우야, 나는...
상우 : (보면)
인순 : (씩 웃고) 안 갈래.
상우 : (멈칫) 왜.
인순 : 나는... 그냥 여기 있을래.
상우 : 왜.
인순 :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을래. 어쩐지 널 따라가는 건 도망치는 기분이야.
상우 : 그런 게 어딨어? 가서 하고 싶은 일 찾으면 되잖아!
인순 : 그럴 수도 있지만... 그리구, 너랑 어디 떠난다는 게, 가슴 설레기두 하지만...여기서, 내가 할 일들이 있어.
상우 : 무슨 일.
인순 : (웃고) ...더 튼튼해지는 일.
상우 : (기분 상했다) 말 장난 하지 마, 박인순.
인순 : 말장난 아니구... 정말 그래. 내 힘으로 내가 일어나볼래. 여기서, 내가 상처 받았던 곳에서, 나 스스로 일어나볼래.
이번에도 도망치면 나는 영영 내 힘으로 일어날 수가 없을거 같아...
상우야, 다녀 와. 너두 거기 가서 더 튼튼해져서 돌아 와.
상우 : (맥이 빠진다)
인순 : 걱정 마, 하하... 내가 한 눈 안 팔구 기다릴께.
상우 : (표정 심각한 채로) 안 돼. 같이 가.
인순 : (본다)
상우 : 같이 가야 돼. 니가 말한 이유들... 하나두 납득할 수 없어. (사실은 다 이해하고 있지만...) 그런 건 다 핑계야.
인순 : (애틋한 기분)
상우 : (외면) 가는 걸로 알고 있을께. 잘 생각해 봐.
S#46. 선영집 부엌 (밤)
둘러 앉아 식사하는 선영, 정아, 인순.
착잡하게 인순을 바라보던 선영. 작정하고 말을 꺼낸다.
선영 : 유기자 말이야... 유상우.
인순 : (멈칫)
선영 : 너 걔랑 사귄다며? ... 정말이야? 그래?
인순 : ... 어떻게 아셨어요?
선영 : 걔가 저번에 나한테 찾아왔었어. 너 없어졌다구.
인순 : ...
선영 : (심술맞게 외면하고) 난 걔 맘에 안 들어.
인순 : (멈칫 본다)
선영 : 어린 게 건방져.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하고... 막 따지드라구,
정아 : (눈치)
선영 : 도대체 언제들 그렇게 된 거야? 사귀던 아나운선 어쩌구?
인순 : (난감한데)
선영 : 뭐 어쨌든... 남녀 사이 일이란... 두구 봐야 아는 거지 뭐. 결혼해두 헤어지는 판인데...
인순 : (묵묵히 밥만 먹는다. 엄마 성격 이제는 그냥 봐준다. 포기했다)
점점 맘이 복잡해지는 선영. 다시 지긋이 인순을 보다가.
선영 : (맘 먹고 선언하듯) 유상우, 걔 아버지가 내 팬이야.
인순 : (멈칫 본다)
정아 : 저번에...그...꽃바구니요?
선영 : 어? 어어... 그래, 그 분.
인순 : 상우 아버질... 아세요?
선영 : (짐짓) 어어...좀... 그렇게 됐어. 세상 참 좁드라.
인순 : (본다)
선영 : 오늘 알았어. 내가 이래, 그 동안 어쩜 아들래미 뭐하냐구 묻지두 않았어.
인순 : 자주.. 만나시는 사이세요?
선영 : 얜, 누가 그렇대니? 아무사이 아니구 그냥 팬이야..
뭐 그냥 참고루 알아두라 이거지 뭐. 참고루.. 인생이 워낙 그렇단 얘기야.
묵묵히 밥을 먹는 선영.
가만히 눈치 보는 인순과 정아.
선영 : (새침하게 외면하고) 어쨌든 난... 유상우가 맘에 안 들어. 그건 알고 있으라구... 알겠어?
태연한 척 밥을 꾹꾹 먹기 시작하는 선영. 복잡한 마음을 안 들키려고 애쓰고 있다.
S#47. 보도국 사무실 (다른날 낮)
재식 앞에 앉아있는 상우.
재식 : 출발 날짜 정했어?
상우 : (맘 무겁다) ...네. 대충.
재식 : 대충은 또 뭐야, 하 짜식... 참 데데해요.
상우 : (웃는다)
재식 : 송별회 해야지.
상우 : 송별회는요, 얼마나 간다구.
재식 : 뭐가 얼마나야. 가서 일 잘하면 연장할 수두 있구.
상우 : 연장은... 안되겠는데요.
재식 : 허, 복에 겨웠구나.
들어오는 진태.
진태 : 축하한다, 유상우....
상우 : 어어,
진태 : 참 세상 불공평하다. 왜 니가 가냐. 내가 가야지.
상우 : 넌 내년에 연수 있잖아.
진태 : 그건 그거구. 이건 이거지 임마... 사실 니가 연배로 보나 능력으루 보나 거기 갈 주제가 되냐?
오로지 언어.. 그 언어 문제루 인하야 내가 못가게 된 건데... 억울하기 짝이 없어, 임마.
상우 : (피식)
진태 : 재은이 요새 얼굴 띵띵 부어갖구 다니드라. 잘 위로해주구 떠나라.
상우 : 허,
진태 : 걔 생각보다 순정파야...
S#48. 방송국 복도 (낮)
나오는 상우. 마주 오는 재은.
상우 : (짐짓 태연하게) 재은아,
재은 : (표정 그리 밝지 않다) 유선배,
상우 : (어색하게 씩 웃고)
재은 : 들었어요. 좋은 소식.
상우 : 좋은 소식은 뭘...
재은 : 잘 다녀오세요.
상우 : 그래, 고맙다... 너두 잘 지내.
재은 : 놀러가두 되죠? 여름 휴가 때.
상우 : (멈칫하다 하하 웃는다) 글쎄 뭐... 그러든가. 진태네랑 같이 와라. 대 환영!
어느새 재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어려있다.
당황스러운 상우.
재은 : 악수 한 번 해요, 우리... (손 내민다)
상우 : (악수하는)
재은 : 건강하세요.
상우 : 너두 건강해라... 연애두 하구... (웃으며 어깨 툭툭 쳐준다)
재은 : (흘긴다)
S#49. 중국 음식점 (저녁)
경준, 은석과 마주 앉아 식사하는 상우.
짜장면과 요리 같은 것 시켜놓고 먹는 중.
경준 : (놀라는) 그래요? 언제 떠나는데?
상우 : 며칠 뒤에요...
경준 : 그렇게나 빨리? 이거... 축하할 일인 거지?
상우 : (웃는다) 그동안... 이래저래 고맙습니다.
경준 : 내가 뭘...
상우 : 진작 찾아뵙구, 식사 한 끼 대접하구 싶었는데... 늦었습니다.
경준 : 허허, 늦긴요... 나야 그저 고맙지...
상우 : 저... 인순이하구 같이 떠나고 싶은데..
경준 : 인순이하구?
상우 : 네... 같이 가면 좋을 거 같아서요. 거기서 다 잊고 새로 출발하면 좋을 듯해서... (고민하는)
경준 : (가만히 보다가) 나보구 설득해달라구요?
상우 : (웃는다) 아닙니다. 그게 아니구요... 전 그런 생각을 했는데... 인순이 생각은 달라서요.
경준 : 흠.
상우 : 같이 가자고 졸랐던 거 포기하구 저만 떠납니다.
생각해보니까... 이것도 어쩌면 제 욕심인지 몰라요. 인순이 의사,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경준 : 그렇군...
상우 : 그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경준 : ?
상우 : 인순이요.... 선생님이 잘 돌봐주세요. 힘 빠지구 어려울 때 좋은 말씀두 해주시구... 격려두 좀 해주십시오.
경준 : 허허,
상우 : 혹시 너무... 용기를 내지는 마시구요...
경준 : (멈칫 무슨 말인가 하다가 허허 웃는다)
상우 : (씩 웃는다)
은석 : 아저씨 어디 가세요?
상우 : 어어, 응석아... 아저씨 어디 멀리... 먼 나라에 좀 갔다 올께.
은석 : 은석인데요...
상우 : 아... 미안하다. 오랜만에 보는 거라... 하하...
은석 : 언제 오시는데요?
상우 : 은석이 키가 (엄지와 검지로 뼘을 벌리며) 이만큼 더 크면.
은석 : 저는... 지금 백십구 센티미터인데요.
상우 : 좋아 그럼... 아저씨 올 때까지 백이십구 센티미터 돼라... 우리 약속할까!
은석 : 네!!
경준 : (웃는다)
S#50. 노트북 화면 (시간 경과, 낮)
화면 속 상우의 사진이 보인다. 이메일에 첨부된 사진이다.
봄 느낌의 워싱턴 혹은 미국의 어느 도시.
가벼운 트렌치 코트, 혹은 슈트를 걸친 상우. 거리에 서서 환히 웃고 있다.
상우(E) : 인순아, 잘 지내고 있어? 여긴 요즘 봄 내음이 물씬하다. 나뭇가지에 새순이 돋고 바람도 한결 부드러워졌어.
난 잘 지내. 어딜 가나 유능한 유상우... 일복이 터지고 있다. 밤샘하고 막 돌아오는 길이야.
S#51. 샌드위치 가게 (낮)
노트북 앞에 앉아 메일을 읽고 있는 인순. 두세 평 정도의 초미니 샌드위치점이다.
개업 떡을 박스채 들고 오는 미화.
일어나 얼른 받아주는 인순.
미화 : 야, 이거 좀 이상하지 않냐? 샌드위치 가게에서 개업이라구 떡 돌리는 거 말이야.
인순 : (웃고) 그러게.. 이상하긴 이상하다,
미화 : 넌 또 유상우하구 편지질이냐?
인순 : (머쓱)
미화 : 너 땜에 내가 큰 맘 먹구 돈 다 털어넜는데... 니가 게으름 피우면 끝장이야.
제발 내 새 인생에 걸림돌이 되지 마라, 인순아.
인순 : 흠... 누가 할 소린지 모르겠다.
흡족하게 안을 둘러보는 미화.
미화 : 장사가 잘 될까. 월세나 낼 수 있을까.
인순 : 당근이지, 누가 하는데?
미화 : 흐흐... 일단은 자신감 있어서 좋다, 박인순.
인순 : 떡 맛있다.
S#52. 선영집 거실 (낮)
선영, 정아와 둘러앉아 커피 마시는 인순.
선영 : (떨떠름) 그런 가게가... 잘 되겠어, 그런 가게... 망하는 거 한 순간이야.
정아 : 엄마,
인순 : (웃는다) 맞아요. 열심히 해봐야죠. 안 망하게.
선영 : 난.. 걱정 돼서 하는 말이야... 그리구 니 친군 믿을만 해? 동업은 원래 하는 게 아닌데...
인순 : 걱정 마세요.
선영 : (넌지시) 집엔 기어이 안 들어올 거니?
인순 : 자주 올께요.
선영 : 참... 고집두 황소 고집이다. 내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인순 : 장사가 너무 잘돼요. 첫날인데두 손님이 버글버글해.
정아 : 정말요, 언니?
선영 : (새침)
인순 : 융자금 금새 갚구, 나 금방 재벌 될 거 같애! 엄마, 인제 맘 푹 놔요, 하하.
선영 : (마뜩찮게) 난... 나가봐야겠다. 약속이 있어.
인순 : 그러실래요?
정아 : 엄마 요새 요가 시작했어요. 요가 하면서 맘이 편해졌대.
선영 : 내가 언제 맘이 안 편했나? 넌 학교 안가?
정아 : 갈 거에요.
선영 : (인순 보고) 그럼 가라. 주말에 보자.
인순 : 가게 놀러오세요, 엄마.
선영 : 글쎄 ... 요샌 통 시간이 안 나서...
인순 : (쓸쓸하게 웃는다)
S#53. 요가 학원 (낮)
소정과 나란히 앉아 요가 자세 취하고 있는 선영.
소정 : 역할이 아주 크지는 않아. 그래두 감독이 꼭 니가 했음 좋겠대.
선영 : (대꾸 없다)
소정 : 선영아...
선영 : 대본 나오면 직접 연락하라 그래.
소정 : (한숨) 알겠다.
저쪽에서 선영을 알아보고 인사하는 젊은 여자 한사람. 다가온다.
여자 : 선생님, 반갑습니다. 팬이에요.
선영 : (금새 환해지며) 어머, 감사합니다.
여자 : 요샌 연극 안 하세요?
선영 : 어어, 좀 쉬구 있어요.
여자 : 실제로 뵈니까 참 좋아보이세요. 참 젊어보이세요. 비결이 뭐세요?
선영 : 감사합니다. 그냥... 좋은 생각을 하고 살면 돼요.
인생 뭐 별 거 있겠어요. 늘 감사하면서 즐거운 맘으루 살려구 늘 노력하고 있어요.
여자 : 예에..
소정 : (삐죽거리는)
선영 : (다시 무념무상의 자세를 취한다)
S#54. 샌드위치 가게 (다른날 낮)
일하고 있는 인순. 샌드위치를 만드는 중이다.
살그머니 들어오는 명숙.
명숙 : 저어...
인순 : 어서오세요!!
가만히 인순을 보다가 테이블에 앉는다.
얼른 다가와 메뉴판을 내미는 인순.
인순 : 뭘 드릴까요.
명숙 : 어, 저기... 그거... 지금 만드는 그거 주세요.
인순 : 아, 그러실래요? 와, 잘 고르셨어요.
이게 바로 제가 제일 자신 있는 닭가슴살 샌드위친데요... 영양두 좋구 맛은 더 끝내줘요.
명숙 : (살피며)
인순 : 커피도 드릴까요?
명숙 : 아,아뇨... 그냥 됐고요. 물이나...
얼른 샌드위치와 물을 가져다주는 인순.
가만히 가게와 인순을 살펴보는 명숙.
인순 : 이 근처 사세요?
명숙 : 아,예...
인순 : 맛있게 드세요.
한입 먹어보는 명숙.
가서 다시 일하는 인순.
명숙 : 저기... 이거 말이죠.
인순 : 예?
명숙 : 맛이 없네, 너무 퍽퍽해. (괜히 내려놓는 척)
인순 : (당황) 그래요?
명숙 : 에이, 별루다. 자신있다드니..
인순 : (망설이다가) 그럼.. 다른 걸루 만들어드릴께요.
명숙 : 아니에요, 됐어요.
인순 : (와서 억지로 앉히며) 잠깐만 기다리세요. 금방 만들어요.
다른 것두 한 번 드셔보세요. 좋아하실만한 거 만들어 드릴께요. 이번에두 맛 없으면 그냥 가셔두 돼요.
명숙 : (머뭇한다)
인순 : 잠시만요! 속으루 딱 열까지만 세구 계세요, 제가 또 손이 엄청 빠르답니다, 하하.
부랴부랴 식빵을 꺼내서 재료를 고르는 인순.
멋적게 보다가 살그머니 나가버리는 명숙.
어느 순간, 돌아보는 인순. 아무도 없다. 실망하는 인순.
S#55. 상우집 거실 (밤)
티브이 앞에 앉아 넋을 놓고 있는 명숙. 권상우가 나오는 월화 드라마다.
명숙 : 아유... 잘생겼다.
자다가 나오는 병국. 멈칫 본다.
명숙 : 어쩌믄 저렇게 인물이 좋냐... 내가 쫌만 젊으믄 한 번 사겨봤음 좋겠다... 아이고, 저 근육 좀 봐봐. (화면 앞으로 바짝)
병국 : 흠...
명숙 : 이름이 상우라 그런가... 세상에 상우들은 왜 절케 다 멋지냐...
병국 : 나... 쌍화차 한 잔 타 줘.
명숙 : 당신이 끓여 먹으시구랴.
병국 : ...
명숙 : 그 여자는 요새 왜 활동을 안 한대요... 어디 찾아주는 데가 영판 없나봐.
병국 : ...
명숙 : 딸래미는 에미랑 참 다르더만...
병국 : 먼 소리야.
명숙 : 몰라요, 나 드라마 봐야 돼.
S#56. 샌드위치 가게 (시간 경과, 여름, 밤)
늦은 시간. 노트북 앞에 앉아 메일 읽고 있는 인순. 반팔 차림이다.
화면 속 상우의 사진이 보인다. 바닷가에서 동료들과 찍은...
상우(E) : 인순아... 나는 오늘 동료들하구 바다에 나가 수영을 했어.
여름은 역시.. 괴롭다. 여자들이 다 나만 본다. 어쩔 수 없이 잘난 죄...
피식 웃으며 메일을 읽는 인순.
상우(E) : 걱정마라, 어딜 둘러봐두 너처럼 예쁜 여자는 없으니까.
얼른 시간이 흘렀으면 좋겠다. 하루에 이틀씩 흘렀으면 좋겠다.
S#57. 샌드위치 가게 (다른날 낮)
바삐 일하는 인순과 미화. 세 개의 테이블이 꽉 찼다.
인순 : (N) 상우야.... 잘 지내고 있어? 난 오늘 커피를 스무 잔이나 팔았어. 내가 조만간 커피업계를 평정하게 될 거 같애, 하하.
새로 개발한 샌드위치도 반응이 아주 좋아. 난 역시 빵의 여왕인 거 같아.
S#58. 노트북 화면 (다른날, 밤)
가을이다. 화면 속에 가득찬 단풍나무 숲 사진.
상우(E) : 보고 싶다, 인순아... 여긴 요즘 단풍이 한창이야.
사진이 주욱 이어진다.
상우(E) : 난 요즘 디카에 취미를 붙였어. 이건 내가 찍은 숲...
단풍 물든 북미의 가을 숲 사진.
상우(E) : 내가 찍은 석양...
석양이 물든 구름 사진.
상우(E) : 내가 찍은 바다...
바다 풍경.
상우(E) : 내가 찍은 지구별 사람들.
흑인, 백인, 황인, 노인, 아이들...
상우(E) : 내가 찍은 내 마음...
하트 모양의 빨간 풍선.
상우(E) : 내가 찍은 우리 두사람...
푸른 창공을 날아가는 두 마리의 갈매기.
상우(E) : 인순아, 우리... 높이 높이 날아서 멀리 멀리 바라보자.
더 용감하고, 더 지혜롭고, 더 강해져서 우주 끝까지 함께 날아가자.
S#59. 샌드위치 가게 앞 (날짜 경과... 낮)
눈이 펄펄 내리고 있다.
가게 안에서 밖을 내다보던 인순, 반갑게 밖으로 나와 눈을 바라본다.
인순 : (N) 어릴 때... 첫눈이 내리는 날, 할머니가 해주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S#60. 학교 교실 앞 복도 (낮)
눈 내리는 창 밖을 내다보며 수업하는 경준.
복도 끝으로 와서 발꿈치를 들고 흐뭇하게 경준을 바라보는 미진.
수업 마친 여고생들이 우르르 무리를 지어 뛰어다닌다. 그들의 환한 웃음.
인순 : (N) 모든 눈송이는 각기 다 예쁘고 아름답다고...
S#61. 고모집 방안 (낮)
부부싸움 하는 고모 부부.
눈이 팅팅 부어 울고 있는 옥선. 고함 지르며 두들겨 깨부수는 고모부.
인순 : (N) 어느 눈송이가 특별히 더 아름다운 게 아니라고...
S#62. 선영집 중정 (밤)
창 밖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와인을 마시며 흐느껴 울고 있는 선영.
인순 : (N) 눈송이들은 각자... 자신들의 아름다움을 함께 축하하면서 온 세상에 나란히 내려오는 거라고...
S#63. 정아방 (밤)
휴대폰에 찍힌 근수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그리움에 젖어있는 정아. 창 밖의 눈을 바라본다.
S#64. 샌드위치 가게 앞 (밤)
눈이 펄펄 내린다.
가게 불을 끄고 문을 닫고 나오는 인순. 추운 듯 종종거리며 골목 끝으로 걸어간다.
가로등 아래로 걸어오는 인순.
상우(E) : 인순아!
흠칫 놀라 돌아보는 인순. 상우가 서 있다.
인순 : (휘둥그레지는) 어떻게 된 거야? 언제 왔어?
상우 : 방금.
인순 : 오늘 아니잖아!
상우 : 비행기표 하루 당겼어. 도저히 안되겠어서.
인순 : 전화라두 하지, 그럼.
상우 : 그럼 깜짝쇼가 안되잖아.
너무 반가워 눈물까지 글썽 어리는 인순..
상우 : ...잘있었어?
가만히 끌어안는 두사람.
S#65. 가게 안 (밤)
불 환히 켜진 가게 안.
마주 앉은 상우와 인순.
인순 : 선물? (들떠서) 뭐 사왔는데?
상우 : 맞춰 봐.
인순 : 뭐지? 뭘까...
짠 하고 꺼내주는 상우. 미니 오토바이다.
뜨악해지는 인순 표정.
인순 : 이런 걸 어따 써?
상우 : 가게 장식용이야.
인순 : 허,
상우 : 맘에 안 들어?
인순 : 어어.... 뭐... 글쎄... (기막혀) 넌 니가 좋아하는 걸 사오면 어떡하냐.
상우 : 하하하, 그건 시작에 불과하지.. 다른 선물두 있어.
인순 : (기대)
가방을 뒤적이는 상우.
다가와 들여다보는 인순.
인순 : 뭔데...?
열심히 찾는 척 하는 상우.
고개를 숙여 뭔데, 하고 들여다보는 인순.
그 순간, 뺨에 뽀뽀를 쪽 하는 상우. 놀라는 인순.
상우 : 나보다 큰 선물이 어딨어?
인순 : (멈칫하다 수줍게 웃는다)
마침내 끌어안고 열렬히 키스하는 두사람.
S#66. 가게 외경 (밤)
눈이 펑펑 내린다.
따스한 불빛이 흘러나오는 가게 외경.
막 구워 만든 빵 접시를 내려놓는 인순. 두사람의 행복한 실루엣.
인순 : (N) 잘가라, 내 모든 지나간 순간들아... 이제 내 눈 앞엔 미래만이 있단다.
그 무엇이 또 온대두, 나 이제... 두렵지 않아. 난 나니까... 인순이니까...
인순과 상우의 즐거운 실루엣. 그 위로...
상우 : (N) 사랑해, 인순아!
S#67. 에필로그
차 마시고, 서점도 가고, 노점상 구경도 하고, 영화도 보고...
두사람의 ‘일상적인’ ‘평범한’ 데이트가 이어지면서...
허리를 두르고 다정하게...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두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