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 부모 마음, 자식 마음 -
권다품(영철)
"아버지 차 바꾸지요?"
"왜, 내 차 아직 괜찮은데....."
"아버지 정도 되시는 분이 이런 차 타고 다니면, 사람들이 아버지를 욕하는 게 아니라 우리를 욕해요. 돈 뒀다가 뭐 해요?"
"나 돈 없어. 그럼 니가 하나 사 주든지? 니 누나는 엄마 차 하나 사주고."
"누나는 부자니까 모르겠는데 저는 돈이 없잖아요. 그리고 아버지가 왜 돈이 없어요?"
그래서, 미리 다른 데로 다 옮겨둔 빈 통장들을 보여주면, "그럼 땅은 더 오를거니까 팔지 말고, 지금 이 집 팔아서 다 쓰고 가세요." 하는 자식이라면, 그 돈 되는 땅은 벌써부터 제 꺼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사업이 잘 돼서, 애미 애비 보러오는 시간보다 여행을 다니는 시간이 훨씬 많은 놈이라, "그럼 아버지 어떤 차 타고 싶으세요? 골라 보세요."란 말을 은근히 기대를 했더니, 누나는 돈이 많고 자신은 돈 없다는 경쟁의식이 묻은 말을 듣는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아마 이 집은 큰 돈이 안 된다는 것도 다 안다는 말이겠다.
"요즘은 돈 있으면 옛날처럼 안 살아요. 요양 시설들이 돈많은 노인들 유치하기 위해서 시설을 호텔보다 더 편하게 해놨어요."
빈말이라도 "걱정하지 마세요. 연세 더 드시고 몸 불편해지시면 저희가 모실 게요." 할 줄은 모르고, "요즘은 요양 시설이 너무 좋아졌다."는 저 말은 부모를 모시지 않겠다는 말이겠다.
요즘은 자식들 집에 살면 며느리 눈치 땜에 부모들이 더 불편하단다.
그래도, '나중에 저희랑 같이 사시기 불편하시면 저희 집 가까운 곳 투룸에 사시면 돼요.' 할 줄은 모른다.
그렇게 가까이 살면서 저녁이라도 같이 먹고, 얘기도 자주 나누면 좋으련만, 그런 머리는 안 돌아가는 걸까, 아니면 가까이 오면 불편하겠다 싶어서 일부러 멀리 떨어져 살려는 걸까?
어떤 자식들 중에는 '부모 돈이 내 돈'이라 생각하는 지, 부모가 물으면 자꾸 돈이 없단다.
요즘은 부모에게 한 푼이라도 더 뜯어가고, 유산을 한 푼 더 받으려고 돈이 있어도 없는 척 해야 한단다.
부부간에도 말을 맞추고, 애들한테까지 돈이 없어서 학원에도 못 간다고 거짓말을 가르친단다.
물론, 일부겠다.
그러나, 그 일부의 잔머리가 보편화 되는 시간도 그리 멀지 않을 거라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 수록 외로워진다고 한다.
아들 며느리, 딸 사위만 보고 싶은 건 아닐 것이다.
손자 손녀들의 재롱도 보고싶고, 내 핏줄이 늠름하게 커가는 듬직하고 예쁜 모습도 보고 싶겠다.
그런데, "요즘은 요양 시설들이 호텔만큼 시설이 좋고, 직원들 서비스도 호텔보다 더 좋으니까, 이 집 팔면 어디 경치좋고 공기좋은 요양 시설에서도 충분히 편하게 살 수 있어요. 우리는 괜찮지만, 엄마 아버지가 뭐하러 자식 며느리 눈치 보면서 살아요." 하는 잔머리들도 있단다.
그 말은 부모를 걱정하고 편하게 모시려는 마음이 아니라, 자기 집 가까이 오면 자신들이 불편하다는 뜻이겠다.
부모는 모시기 싫고, 유산은 받고 싶고.....
'우리가 먹고 싶은 거 참아가며, 놀러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참아가며 키웠다는 걸 지들도 다 아는데 설마, 내자식들은이야 그럴까?'
'공부보다 사람됨됨이가 중요하다고 얼마나 강조를 하며 키웠는데....'
그런데, "아버지, 지금 사시는 그 집은 너무 넓어서 아버지 혼자 사시면 더 외로워요. 팔고 저희 집으로 가셔서 손자 손녀들도 보고, 우리랑 주말에 놀러도 좀 다니시고...."란 말에 속아서 아무 생각없이 덜렁 팔고 아들 집으로 따라갔더니, 그 때부터 징역살이더란다.
아비 집 판 돈은 사업 자금으로 쓰고, 차도 좋은 차고 바꾸고, 저희들끼리만 여행을 다닌단다.
며느리는 불편해서 미칠 것 같다며 어떻게 좀 해달라며 아들과 싸우는 소리도 들린다.
손자 손녀들도 엄마 아빠가 하는 걸 보고는 할아버지께 나가는 지 들어오는 지 인사도 없다.
그냥 같이 사는 불편한 할아버지일 뿐이다.
뻔하다.
부모를 그렇게 모신다면, 그것을 보고 자라는 자신들의 자식들에게 '부모는 이렇게 모셔야 된다'는 확실한 교육이 아닐까?
부디, 나 혼자만의 참 쓸데 없는 생각이길....
부디,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이야기이길.....
2024년 7월 26일 낮 1시 2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