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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중 공양 공덕을 어려운 이웃에게”<br>김해 바라밀선원, 승공법회 여법하게 봉행
이학종기자 | urubella@naver.com | 2014-08-18 (월) 15:39
불과 멀지 않은 과거에도 딱한 사정에 처한 사람들은 으레 한탄조로 ‘집도 절도 없다’는 말을 해왔다. 이 말에는 절이 당시 사회 기층민들의 마지막 보루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불교가 조선 50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그토록 혹독한 탄압과 멸시를 받았으면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데는, 왕실과 왕실여인들의 불심만이 아니라 이처럼 기층민들의 삶 속에 깊숙이 뿌리내린 절들의 역할이 있었다.
예로부터 불가에서는 어떤 큰 재를 치르거나 불사를 벌일 때 반드시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는 백성을 배려하는 전통이 있었다. 절에 큰 불사가 있는 날이면 원근에서 수많은 백성들이 찾아와 함께 기도하고 재음식을 골고루 나눠먹는 아름다운 회향의식이 거행됐던 것이다.
불교가, 특히 기층민들에게 다가가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베품, 즉 공덕의 회향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불교의 이런 전통은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사라져 갔다. 절집에서의 행사는 그저 불자들만의 잔치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최근 복지 분야에 참여가 늘어나면서 다소 사정이 달라지고는 있지만, 사찰에서 행해지는 불사의 의미를 지역 주민에게 회향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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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산 지안 큰스님 등 4분의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고 있는 김해 바라밀선원 신도들. 사진=바라밀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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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공법회를 봉행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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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공법회에서 바라밀선원 신도들이 스님들에게 올린 공양물 중 쌀 50포대는 선원이 소재한 지역인 내외동 거주 독거노인들에게 전달됐다. 바라밀선원 조실 요산 지안 큰스님(사진 가운데)과 주지 인해스님(사진 오른쪽), 그리고 내외동 동장(사진 왼쪽).
이런 의미에서 지난 8월 17일 경상남도 김해시에 소재한 바라밀선원에서 백중기도 회향을 맞이하여 ‘제2회 승공(僧供)법회 및 자비의 쌀 전달식’을 가진 것은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바라밀선원은 선원의 조실이며 조계종 고시위원장이신 요산 지안 큰스님을 비롯한 4분의 스님들을 모시고 승공법회를 봉행했다.
승공법회란 불교 5대 명절 중 하나인 우란분절을 맞아 하안거 3개월 동안 수행정진해온 스님들을 위해 법복과 생필품, 공양금 등을 올리는 의식으로, 목련존자가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지옥에 있는 어머님을 구제하기 위해 수행하는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린 것에서 유래한 불교의 고유의식이다.
바라밀선원에서는 이날 백중의 회향의 의미를 살려 사찰 주변에서 홀로사는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자비의 쌀 50포대를 신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내외동 동장(洞長)에게 전달했다. 불제자들이 안거기간 동안 수행정진을 한 스님들께 올린 공양물을 스님들께서 다시 어려운 이웃에게 회향한 것이다.
바라밀선원은 개원한지 첫 돌이 막 지난 신생 절이지만, 주지 인해 스님은 김해시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더욱더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자비행을 실천해 나간다는 원력을 세웠다. 바라밀선원은 내년에는 올해보다 두 배인 쌀 100포대를 이웃에게 전할 계획이다. 불교가 오랜 세월 동안 어려운 백성들의 보루이자 이웃이었던 전통을 되살려 지역주민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겠다는 의미다.
바라밀선원의 이 같은 뜻 깊은 승공법회 봉행은 신도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자신들이 스님들께 공양한 공양물들이 지역의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져 그 의미와 공덕이 배가되는 데 대한 당연한 반응이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박유미(51, 내외동 거주) 불자는 “우리 바라밀선원 주지 인해 스님께서 선원을 개원하여 천일기도를 하신 이후로 날마다 신심 있는 불자들이 늘어나고 봉사활동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특히 올 해부터 시작한 ‘자비의 쌀 나눔 전달식’을 계기로 차츰 공덕을 짓는 기회를 갖도록 배려해주시는 스님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김해 바라밀선원: 김해시 구지로 54 2층(055-327-2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