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 기이한 대한민국 정치권
조국혁신당 창당선언은 2월 14일 부산 민주공원에서 했다. 조국은 2019년 8월 9일 서울 광화문 적선동 사무실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 지명에 대한 소감으로 이순신 장군의 서해맹산론을 꺼냈다.
충무공의 한시에 나오는 서해어룡등 맹산초목지(誓海魚龍動 盟山草木知)의 줄임말인 이 말은 '바다에 서약하니 물고기와 용이 감동하고 산에 맹세하니 초목이 아는구나' 라는 뜻으로 조국이 그 시대 과제였던 검찰개혁의 소명을 완수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서해맹산은 멋진 말이었으나 그 말의 화려함은 거기까지였다. 바다에 서약하고 물고기에 맹세할 것도 없이 조국은 나락으로 떨어졌고 그후 6개월 간에 걸쳐 그의 가족은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게 된다.
현대 법치국가에서 조국의 고난은 고위공직자 가운데 어느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초유의 일을 겪었다. 그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조차도 그 당시 '자승자박의 화'라고 개탄하는 수밖에 없었다.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 후보 시절 조국은 겉은 화려했으나 속은 비었다. 그의 비장한 언어는 국민들에게 '저것이 무슨 말이냐'는 조롱을 들어야 했다. 끝내는 '내로남불의 화신'을 넘어 '조국의 적은 조국'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조국은 평범한 국민이 볼 때 모든 것을 가진 인간이자 고위공직자로 서울법대 형법학 교수에 청와대 민정수석, 교수인 부인, 의대생인 딸, 유명 대학에 다닌 아들, 강남의 집, 사립학원 소유주, 보통사람은 한 두가지도 가질 수 없는 '복'을 조국은 타고 났다.
조국은 5년 만에 컴백했다. '검찰의 시간', '법원의 시간'에서 연거푸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조국은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학자도, 고위공직자도 아닌 '국민의 시간'을 요구하는 정치인이 되어 돌아왔고 '돌풍'을 일으키고있다.
정치인 '조국의 돌풍'은 지난 2월 하순 부터 였고 조국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확인한 것은 3월 3일 조국혁신당 창당 행사 때였다. 한 참석자가 "3년은"이라고 외치자 대회장 안에 가득 모인 참가자들은 일제히 "너무 길다"라고 우렁차게 외쳤다. 조국의 언어는 길지 않았고 짧고 간명했으며 서해맹산 같은 언어는 없었다.
"조국 혁신당은 더욱 겸손하게, 더욱 절박하게, 그러나 더욱 단호하게 행동할 것입니다"라는 외침은 간명했고, 반복적이었다.
'귀스타브 르봉'은 '군중심리학'에서 "대중을 움직이는 것은 과학적 논리적 증명이 아니라 반복된 주장, 즉 확언"이라고 간파했는데 이날 조국은 겉치레 외관이 화려했던 2019년의 조국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정치인이었다.
누가 조국을 '정치인'으로 조련하고 단련시켰는가. 대통령 윤석열과 비대위원장 한동훈을 빼놓고 조국의 변신을 설명할 방법은 없다. 조국이 4.10총선에서 던지는 메시지는 매우 서사적이다. 제목을 붙인다면 "감방을 가야하는 운명을 가진자의 건곤일척의 싸움'이다.
조국은 4월 1일 이렇게 말했다. "뭐 감옥 가야죠. 방법이 없죠. 감옥 가야 되고, 제 실형 2년이 그대로 유지될지, 일부 파기가 되어서 감형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가서 그동안 재판받느라고, 정치하느라고 못 읽었던 책 읽고 푸시업하고 스쿼트 하고, 플랭크 하고, 이러면서 건강관리 열심히 해서 나와야 하죠. 사법부를 쥐락펴락할 수도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국법 절차를 지키겠습니다."
구질구질한 변명이 없다. 상황은 5년 만에 정반대가 됐다. 조국의 비리를 추상같이 묻던 윤석열은 대통령이, 한동훈은 여당의 비대위원장이 됐다.
'내로남불의 끝판왕'으로 지목됐던 조국은 이제 권력을 가진자에서 내려와 탄압받는 야당의 리더로 거듭났다. 권력을 가진 자와 없는 자는 천양지차이다.
권력은 때로는 마법과 같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검사였을때 조국을 '범죄자'라고 불러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었으나 권력자로 조국을 '범죄자'라고 또다시 부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국민은 정치를 감성으로 받아들인다. 조국은 2019년 '고양이'에서 2024년엔 '호랑이'로 돌아왔다. 역사에서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기막힐 뿐이다.
조국혁신당의 공약에 공감이 가는 건 하나도 없다. 정치인 조국은 국민의 심판 앞에서 품격있는 언어와 풍모도 없다. 지금은 구호와 명분이지만 총선 후 '정치인' 조국의 행동이 어떨지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