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15:16]
갈렙이 말하기를 기럇 세벨을 쳐서 그것을 취하는 자에게는 내가 내 딸 악사를 아내로 주리라 하였더니...."
갈렙 - 내가 내 딸 악사를 아내로 주리라 - 갈렙이 드빌을 정복하는 자에게 자기의 딸 악사를 아내로 주겠다고 선언한 것은 고대의 일반적 풍습을 따른 행위였다. 고대에는 혁혁한 무공을 세운 자에게 딸을 주어 그 공을 치하하는 풍습이 있었던 것이다. 사울이 골리앗을 죽이는 자에게 자기의 딸을 주겠다고 약속한 것도 이러한 풍습에 따른 것 이었다. 이러한 갈렙의 말은 윤리적인 문제 이전에 고대 가부장적제도 하에서 부권이 가지는 절대적 권한을 잘 보여 준다.
[수 15:17]"갈렙의 아우요 그나스의 아들인 옷니엘이 그것을 취함으로 갈렙이 그 딸 악사를 그에게 아내로 주었더라..." 갈렙의 아우요 그나스의 아들인 옷니엘 - 한글 개역 성경의 번역은 마치 옷니엘이 갈렙의 아우인 것처럼 묘사되어 있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옷니엘은 갈렙의 조카이다. 그러므로 이 번역은 '갈렙의 아우인 그나스의 아들 옷니엘'이라고 해야 옳다. 다시 말해 갈렙의 아우는 옷니엘이 아니라 그나스이며, 따라서 옷니엘은 갈렙의 조카이다.
'갈렙의 아우 그나스의 아들 옷니엘'이라고 올바로 번역되어 있다. 옷니엘을 갈렙의 조카라고 번역하였다. 옷니엘이 그것을 취하므로 - 드빌을 취하는 자에게 자기 딸을 주겠다는 갈렙의 말을 듣고, 많은 이스라엘인 가운데 옷니엘이 당당히 나서서 드빌을 취함으로 악사를 아내로 얻게 되었다. 한편, 옷니엘은 여호수아 사후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메소포타미아 왕 구산 리사다임의 압제를 받았을 때, 그를 격퇴시키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한 이스라엘 최초의 사사인데,
이때도 그러한 용감성을 발휘하여 드빌을 정복했을 것이다. 한편 주석가 메튜 헨리는 옷니엘이 이와같이 용감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오래 전부터 갈렙의 딸 악사를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그의 이러한 강한 사랑이 그처럼 용맹스러운 일을 적극적으로 감행하도록 하였다고 추정하기도 하였다.
[수 15:18]"악사가 출가할 때에 그에게 청하여 자기 아비에게 밭을 구하자 하고 나귀에서 내리매 갈렙이 그에게 묻되 네가 무엇을 원하느냐..." 악사가 출가할 때에...밭을 구하자 하고 - 악사는 옷니엘의 아내가 되어 집을 떠나면서 그녀의 아버지 갈렙에게 밭을 요구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악사가 요구한 '밭'은 '그 밭'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특별히 지정된 어떤 밭을 뜻한다. 따라서 이 밭은 그녀가 이미 받은 드빌 성읍에 속하지 않았음을 암시하며, 또한 그녀가 이미 마음에 작정한 어느 밭임을 암시한다.
갈렙은 그녀에게 윗 샘과 아랫 샘을 주었다고 하였는데, 이 사실을 통해서 우리는 이 밭이 물이 풍부한 밭일 것으로 추론해 볼 수가 있다. , 어떤 헬라어 사본들에는 옷니엘이 악사를 권면해 그녀의 아비 갈렙에게 밭을 요구하도록 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그 근거는 희박하다. 아무튼 이때 옷니엘은 악사를 아내로 맞아들이기 위해 풍습에 따라 처가에 와 있었던 것 같다.
나귀에서 내리매...네가 무엇을 원하느냐 - 당시 보편적으로 어떤 사람이 상대방 앞에서 자신이 탄 말이나 나귀 등에서 내리는 행위는 겸손과 예의의 표시였다. 또한 무엇을 간청하고자 하는 간구의 표시이기도 했다. 물론 여기서는 후자의 의미인데, 따라서 어떤 번역들은 이때 악사가 슬픈 표정을 지었으며, 또한 울고 한숨지었다라고 의역했다. 아무튼 그러한 딸의 행동을 쉽게 간파한 아비 갈렙은 곧 "네가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던 것이다.
[수 15:19]"가로되 내게 복을 주소서 아버지께서 나를 남방 땅으로 보내시오니 샘물도 내게 주소서 하매 갈렙이 윗샘과 아랫샘을 그에게 주었더라..." 내게 복을 주소서 - 여기서 '복'에 해당하는 '베라카'는 물론 '축복'을 의미하지만, '선물'이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후자의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좀더 구체적으로는 '결혼 지참물'을 가리킨다. 한편, 이처럼 악사가 아비 갈렙에게 밭과 샘물을 요구한 사실에 대해서 두 가지 엇갈린 견해가 있다.
(1) 이것은 악사의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신앙을 반영하고 있다는 견해, (2) 이것은 악사의 분에 넘치고 뻔뻔한 허영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는 견해 등이다. 나를 남방 땅으로 보내시오니 샘물도 내게 주소서 - 여기서 '남방'은 히브리어로 '네게브'인데, 그러나 카일은 여기 이 말은 여호수아가 정복한 가나안 땅의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는 특정 지명 이름이 아니라, 단순히 일반적으로 건조하고 메마른 지역을 가리킨다고 해석하면서,
악사는 그녀가 가게 될 곳이 건조한 산악 지역이므로 그곳에 반드시 필요한 샘물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갈렙이 윗 샘과 아랫 샘을 그에게 주었더라 - 갈렙이 악사의 요구에 응해 그녀에게 준 윗 샘과 아랫 샘은 곧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에 있는 샘물을 가리키는데, 따라서 이 두 샘물은 높은 지대의 밭과 낮은 지대의 밭에 골고루 물을 제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이 윗 샘과 아랫 샘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었는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틀림없이 드빌 근처에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