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조작’ 국정원 협조자, 유우성에 옥중 ‘사과편지’ 당시에 이미 국정원도 재판에서 패할 줄 알고 있었음에도 거짓말까지..
"국정원이 조작으로 완전히 곤경에 빠진 것 같았다"며 "'대세는 이미 기울어졌다. 그러나 물러설 수 없다'며 그 요구가 간절하였다"
“곤경빠진 국정원 도와준다는 어리석은 생각뿐이었다”
최명규 기자
최종업데이트 2014-07-05 15:41:02
국가정보원의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 양지웅 기자
국가정보원의 탈북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중국동포 김모(61)씨가 피해자 유우성씨에게 사과 편지를 보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중국 싼허(三合)변방검사창 명의의 '정황설명서에 대한 답변서'(답변서)를 위조해 국정원 측에 전달한 혐의를 받아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그는 지난 3월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여관에서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편지는 김씨가 지난달 25일 구치소에서 작성한 뒤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4일 유씨의 변호인 측에 전달됐다.
"유우성 군에게 사과드립니다"로 시작하는 두 장 짜리 편지에서 김씨는 "나는 당시 (위조한) 이 '답변서'가 우성군에게 어떤 피해를 주거나 모해하려는 의도는 생각도 못했다"며 "단순히 곤경에 빠진 국정원과 검찰을 도와준다는 어리석은 생각뿐이었다"고 밝혔다.
"국정원, 문서위조 드러나 완전히 곤경 빠진 것 같았다"
"국정원의 '유우성 출입경기록' 부탁은 거절…'답변서' 거절 못해 안타까워"
김씨는 국정원으로부터 위조 '답변서'를 부탁받았을 당시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주저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한국에서는 문제되지 않는다. 정상적으로 입수할 수 없기에 이렇게 하는 것이다. 중국에 확인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고, 김씨는 "그 말을 믿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국정원은 '유가강(유우성의 중국 이름) 출입경기록'이 위조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상당히 긴장하였으며 완전히 곤경에 빠진 것 같았다"며 "'대세는 이미 기울어졌다. 그러나 물러설 수 없다'며 그 요구가 간절하였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국정원 측으로서는 절박한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김씨는 "국정원과 검찰이 이렇게 곤경에 처하여 도와주면 앞으로 국적문제 뿐 아니라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며 국정원의 요구를 수용하게 된 배경을 털어놨다.
이와 함께 김씨는 2013년 9월께 국정원이 자신에게 '유우성 출입경기록'을 입수해 달라는 부탁을 두 번이나 했지만 "입수할 수 없다"며 거절한 사실도 고백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에서 '답변서'를 의뢰할 때 거절하지 못한 게 참말로 안타깝다. 국정원의 요구가 그처럼 절박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유씨에게 거듭 사과하면서 "우성군은 이번 사건으로 많은 고통을 겪었겠지만 그 고통은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 수구 권위주의 이데올로기를 청산하는 데 큰 기여를 하였고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씨는 "잘못을 절실히 깨닫고 뉘우쳤다. 억울한 점도 있지만 누구에게 하소연하겠습니까?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드리며 우성 군의 넓은 양해와 용서를 빈다"며 편지를 마무리했다.
유우성 측 변호인 "국정원의 조직적 범죄 확인…공개재판 해야"
한편, 유우성씨 변호인단의 김용민 변호사는 김씨가 사과 편지를 보낸 데 대해 "용기있는 행위"라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또한 김씨가 편지에서 밝힌 내용과 관련해 "출입경기록 같은 경우 2013년 9월 경에 자기한테 시켰다고 했다"며 "굉장히 조직적인 범죄였고 국정원 전체가 개입돼 있으며, 검찰 내부에서 모를 수 없었던 사건이라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편지를 통해 공개 재판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김씨가 편지에 적은 얘기도 공판 과정에서 충분히 나오고 있을 텐데 비공개라 알릴 방법이 없다"며 "편지를 보니 공개 재판이 더욱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씨가 보낸 편지 전문이다.
유우성 군에게 사과드립니다.
저의 잘못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우성군에게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우성군은 이번 사건으로 많은 고통을 겪었겠지만 그 고통은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 수구 권위주의 이데올로기를 청산하는 데 큰 기여를 하였고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나는 잘못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어리석게 국정원 일방의 주장을 믿었던 것입니다. 국정원에서 저에게 "답변서"를 부탁할 때 그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주저했었습니다.
그러나 국정원은 "한국에서는 문제되지 않는다. 정상적으로 입수할 수 없기에 이렇게 하는 것이다. 중국에 확인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걱정하지 말라" 그 말을 믿었습니다.
당시 국정원은 "유가강 출입경기록"이 위조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상당히 긴장하였으며 완전히 곤경에 빠진 것 같았습니다. "대세는 이미 기울어졌다. 그러나 물러설 수 없다"며 그 요구가 간절하였습니다.
나는 대한민국을 사랑하였고 평소에 대한민국을 숭배하는 마음이 깊었으며 국정원과 검찰도 한국의 국가기관이니 믿었습니다. 또한 국정원과 검찰이 이렇게 곤경에 처하여 도와주면 앞으로 국적문제 뿐 아니라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당시 이 "답변서"가 우성군에게 어떤 피해를 주거나 모해하려는 의도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단순히 곤경에 빠진 국정원과 검찰을 도와준다는 어리석은 생각뿐이었습니다. 저의 무지하고 부덕한 처신이었습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사실 2013. 9. 경 국정원은 "유가강의 출입경기록" 등 입수해달라는 부탁을 두 번이나 있었습니다. 그때 모두 입수할 수 없다고 거절했습니다. 국정원에서 '답변서'를 의뢰할 때 거절하지 못한 게 참말로 안타깝습니다. 국정원의 요구가 그처럼 절박하였습니다.
나는 잘못을 절실히 깨닫고 뉘우쳤습니다. 억울한 점도 있지만 누구에게 하소연하겠습니까?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드리며 우성 군의 넓은 양해와 용서를 빕니다.
우성 군의 앞날에 대성을 기원합니다.
2014. 6. 25
김 ○ 씀.
국가정보원의 탈북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중국동포 김모(61)씨가 피해자 유우성씨에게 보낸 사과편지 첫 장ⓒ 유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