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29 격노한 尹대통령…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질타 또 질타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군의 북한 무인기 격추 실패 등 총체적 부실 대응을 놓고 격노를 쏟아냈다. 무인기 침투 이후 이틀 연속 "확전 각오" 등 강경 발언을 낸 윤석열 대통령은 전임 문재인 정부를 향한 책임론도 집중 제기했다. '안보 무능' 비판이 야당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분출하자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대응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12월 28일 대통령실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12월 27일) 오전 국무회의에 앞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무인기 대응 관련 보고를 받은 직후 "그동안 도대체 뭐한 거냐"고 강력 질타했다.
윤석열 대통령 보고에 앞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긴급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는 이상민 장관을 비롯해 김승겸 합참의장, 국가안보실 김태효 1차장과 임종득 2차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회의에서 지난 12월 26일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과 우리 군의 격추 실패 등 전반적인 상황을 점검하고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김성한 실장과 이상민 장관은 지하 벙커 회의 도중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논의 내용을 구두보고 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훈련도 제대로 안 하고, 그러면 아무것도 안 했다는 얘기냐"고 격노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또 "어떻게 북한 무인기 공격에 대비하는 데가 없을 수 있느냐. 과거에 이미 비슷한 일이 여러 번 있었는데, 지금까지 뭘 한 거냐"고 따져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드론 부대 설치를 앞당기고, 최첨단으로 드론을 스텔스화 해서 감시 정찰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지시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우리 군에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지만, (군이) 그 신뢰에 바탕을 둔 기대 수준을 충족하지 못한 데 대해 기강이 해이하고 훈련이 대단히 부족한 게 아닌지 강하게 질책하고 주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책임 비중이 현 정부가 아닌 전 정부에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 수년간 우리 군의 대비태세와 훈련이 대단히 부족했음을 보여준다"며 문재인 정부를 직격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지난 2017년부터 이런 UAV(무인기) 드론에 대한 대응 노력과 전력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고 훈련이 전무했다는 것을 보면 북한의 선의와 군사 합의에만 의존한 대북정책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국민들이 잘 봤을 것"이라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평화를 앞세워 북한과의 대화나 합의에 치중한 탓에 군사력이 약해졌다는 취지다.
◆ 野 "술 마실 시간에 공부하라"
문재인 정부를 끌어들인 대통령 발언에 야당은 '무능 공세'를 퍼부으며 강력 반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광역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북한 무인기 사건에 대해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대통령이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방 안보 태세가 매우 부실하고 무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대오각성하라"고 쏘아붙였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대통령이 드론부대를 창설할 것을 앞당기겠다는 코미디 발언을 했다"며 "대통령이 무식하면 나라가 망한다.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 말고 제발 술 마실 시간에 공부하라"고 비판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대통령실에서는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왜 개최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전쟁 중에 토론하란 말이냐며 되레 윽박지른다. 대한민국 하늘이 뚫렸으면 최소한 겸손하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그 시각에 대통령은 한가롭게 술잔이나 부딪히는 게 말이 되느냐"고 성토했다.
북 무인기 서울 유린…"NSC 안열고 입양견 소개, 참담한 민낯"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해 우리 군이 대응 작전 중이던 시점, 대통령실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지 않고 '은퇴 안내견 새롬이'를 소개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12월 27일 전방위 비판을 쏟아냈다.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유린하는 7시간 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에 입양견을 데리고 와 소개하고 지방 4대 회의체 회장단과 송년 만찬을 했다"며 "무인기가 둥둥 떠다니는 그 시간 동안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어떤 보고를 받았고 어떤 지시를 했는지 아무 것도 공개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오늘 윤석열 대통령은 자기가 무엇을 했는지는 밝히지도 않고 지난 정권 탓을 또 했다"며 "정권 잡은 지 7개월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남 탓"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NSC가 왜 열지 않았냐며 강하게 질타하면서 안보공백사태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는 페이스북에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활보하는 동안 우리 정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소집하지도 않고 감추기에만 급급했다"며 "전투기, 헬기 등으로 대응에 나섰지만 격추는 실패하고 공군 공격기 1대가 추락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의지도 능력도 없는 그야말로 참담한 민낯"이라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입양견을 소개한 시간은 전날(12월 26일) 오후 4시 15분으로, 군 당국이 북한 무인기를 격추하기 위한 작전이 진행되던 시점이었다. 언론을 통해 북한 무인기가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사실이 알려진 것은 그 이후인 4시 30분이다. 합참이 북한 무인기의 항적을 최초로 포착한 것은 오전 10시 25분쯤이었다.
국회 국방위원장 출신인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도 이와 관련해 "영공이 뻥뻥 뚫린 날, '물샐 틈 없이 국토를 방위한다'는 다짐은 헛말이 되고 말았다. 북의 무인기가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한 날, NSC는 열리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실시간 대응하느라 열리지 않았다는데, 전쟁이 일어나도 실시간 대응하느라 NSC를 열지 않을 건가"라고 꼬집었다.
이상민 "이미 골든타임 지났었다"… 뒤늦게 "성급했다" 사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2월 27일 이태원 참사 당시 사고를 인지한 지 85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는 지적에 "이미 골든타임이 지났었다"고 말했다. 이에 주무부처 장관의 발언으로 부적절했다는 야당의 질타가 나오자 뒤늦게서야 "성급했다"며 사과했다. 이상민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참사 국정조사 특위 기관보고에서 '참사 현장에 택시라도 타고 갔어야 했다'며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늑장대응'을 지적하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시간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상민 장관은 참사 당일인 10월 29일 오후 11시 20분쯤 사건을 인지했지만, 85분이 지난 10월 30일 0시45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이에 윤건영 의원은 당시 이상민 장관이 경기 일산에 사는 수행기사가 서울 압구정동 자택으로 올 때까지 기다렸다는 점을 꼬집자 "제가 그 사이에 놀고 있었겠나. 여기저기 전화하면서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시라"고 반박했다.
이상민 장관의 발언에 일부 야당 의원들은 이상민 장관을 향해 소리치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 이어 오영환 민주당 의원이 이상민 장관의 '골든타임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점을 지적하자 "제가 골든타임을 판단할 능력이나 자격이 없는데 성급한 발언이었던 것 같다"며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현장 도착 이후 구체적 대응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상민 장관은 "제일 첫번째로 거리에 방치돼 있는 사상자 중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으면 살리도록 한번 더 체크를 하라고 지시를 했고, 현장에서 아직 이송되지 않은 환자들을 바로 이송할 수 있도록 하라고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0시 45분쯤 도착했을 때 차량으로 꽉 막혀서 경찰에 차량을 통제하라고 했고,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춤추고 노래불렀던 사람들을 해산시키고 업주들에게도 영업종료를 유도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김경수, “복권 없는 사면은 받고 싶지 않은 선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12월 28일 0시를 기해 사면됐다. 이날 0시 5분께 경남 창원교도소 정문을 나선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100여명의 경찰 병력과 100여명의 지지자들이 외치는 '김경수는 무죄다'는 구호 속에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눴다. 정문 바로 옆 '좁은 문'을 나서자 마자 그는 부인 김정순 여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민주당 민홍철 의원, 김영배 의원, 허성무 전 창원시장 등과 악수를 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준비된 포토라인에 서서 "그동안 성찰의 시간이었다. 우리 사회가 대화와 타협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거름이 되도록 낮은 자세로 성찰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따뜻한 봄에 나오려고 했는데 본의 아니게 추운 겨울에 나왔다"며 "저로서는 받고 싶지 않은 것을 것을 받았다. 원하지 않았던 거라 고맙다고 할 수도, 그렇다고 돌려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통합을 위해서라고 하는데 국민통합은 이런 방식으로, 일방적으로 우격다짐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국민통합과 관련해 저로서는 대단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의 중요한 역할은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조정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것인데 지금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제 사건의 진실 여부를 떠나서 우리 사회 갈등과 대립의 골이 더 깊어진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면서 "창원교도소에서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또 "제가 한 성찰의 시간이 대화와 타협, 사회적 합의를 통해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데 거름이 되도록 낮은 자세로 성찰하고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경수 전 지사는 정부에 '가석방 불원서'를 냈지만 윤석열정부는 이날 '복권 없는 사면’을 결정했다.
김경수 전 지사는 12월 28일 오전 10시께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다. 한편 김경수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고 내년 5월 출소할 예정이었다. 김경수 전 지사의 경우 잔여 형만 면제돼 오는 2027년 12월 28일까지 피선거권이 없어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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