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읽는 단편 교리] 본기도(Collecta)
미사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뉩니다. 시작 예식, 말씀 전례, 성찬 전례 그리고 마침 예식입니다. 이 가운데 ‘시작 예식’ 끝에 바치는 기도가 바로 ‘본기도’(本祈禱)입니다. 본기도는 미사 때 사제가 드리는 세 개의 고유 기도문(본기도, 예물 기도, 영성체 후 기도) 중 제일 먼저 드리는 기도이기도 합니다. 평일 미사에선 자비송 다음에, 축일과 대축일, 주일 미사에선 대영광송 다음에 바치지요.
하느님 말씀을 듣기 전 신자들의 마음을 준비하게 하는 본기도는 처음부터 있었던 게 아닙니다. 초창기에는 미사가 시작 예식 없이 말씀 전례로 시작해 성찬 전례로 끝났기 때문입니다. 본기도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베로나 성무 집전서」와 「젤라시오 성무 집전서」에 나오는 것인데, 여기선 단순히 ‘기도’(oratio)라고만 표기되었습니다. 그러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성무 집전서들 안에 ‘콜렉타’(collecta)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모음’(collectio), ‘모으다’(colligere)라는 어원을 가진 ‘콜렉타’는 직접적으로 기도와 관련된 말이 아니라 ‘모임’을 뜻하기에, 그 정확한 의미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합니다. 가장 설득력이 있는 주장은, 첫째로 과거엔 교황이 로마 시내의 성당들을 순회하면서 미사를 봉헌하였는데, 이때 미사를 봉헌하는 성당에서 신자들을 모으기 위해 바쳤던 기도라는 견해입니다. 두 번째는, 주례자가 “기도합시다.” 하고 신자들을 초대하며 잠시 침묵을 지키는 동안 신자들이 각자 바친 개인 기도를 주례자가 모아 봉헌하는 기도였다는 견해입니다. 「미사경본 총지침」은 두 번째 견해를 바탕으로 이렇게 설명합니다:
“사제는 백성에게 기도하자고 권고한다. 그리고 모두 사제와 함께 잠깐 침묵하는 가운데 자신이 하느님 앞에 있음을 깨닫고 간청할 내용을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그다음 사제는 흔히 ‘모음 기도’라고 하는 본기도를 바친다”(54항).
본기도는 내용상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서론에서는 공동체가 청하고자 하는 바와 관련된 하느님의 업적을 기념하면서 주님을 부르고, 본론에서는 바라는 바를 교회의 이름으로 청원합니다. 그리고 결론에서는 하느님을 향해 찬미를 드립니다. 이런 구조를 바탕으로, 오늘 연중 제20주일 본기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서론 – 하느님,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하여 보이지 않는 보화를 마련하셨으니
본론 – 저희에게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키시어, 언제나 어디서나 하느님을 오롯이 사랑하여,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참행복을 누리게 하소서.
결론 –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한편, 그리스도교는 역사 안에서 교리적인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회의를 소집하여 해결책을 제시하고 그 결과를 종종 전례를 통해 정형화하였습니다. 여기서 미사의 본기도와 감사송은 교의(敎義, 믿을 교리)를 드러내는 주된 자리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본기도는 교의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보고(寶庫)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미사에 참례하기 전 본기도의 내용을 깊이 묵상해본다면, 그날 미사의 의미와 지향에 더욱 마음을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24년 8월 18일(나해) 연중 제20주일 의정부주보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