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이제 불과 2주 정도 남았습니다. 안보나 경제에 있어서 우리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대선은 항상 우리의 관심사였지만, 이번 선거는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특별한 선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선거가 전례 없는 사건과 반전으로 얼룩진 선거라는 점을 지적해야 할 것입니다.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가 지난 7월 피격당한 직후, 성조기를 배경으로 주먹을 불끈 쥔 사진을 남길 때만 하더라도 선거의 승자는 결정된 것으로 누구나 생각하였을 것입니다.
폭력에 굴복하지 않는 강력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였을 뿐 아니라, 늘 주장해왔던 것처럼 자신을 제거하려는 심층국가(deep state) 음모론이 ‘입증’되었다고 지지자들에게 선전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이게도 해당 피격사건과 뒤이은 트럼프의 선전은 민주당의 후보자 교체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고령과 토론회 부진 등으로 지속적인 약세를 보여온 현직 대통령이자 후보였던 바이든이 사퇴하고 현 부통령인 해리스로 후보가 전당대회 직전 교체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후 선거는 예측하기 어려운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출처:중앙일보]미국 대통령 선거가 민주주의에 던지는 질문들, 박원호 서울대 교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5373
<위험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다. 예고 없이 다가와 목을 겨눈다. 대선 한복판에 있는 미국을 향해 조용히 위험이 다가서고 있다.
미 대선 과정을 보면 세계적으로 히트한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이 떠오른다. 가상의 중세대륙 웨스테로스의 패권을 잡기 위한 7개 가문의 무한투쟁과 이념대립, 복잡한 동맹과 배신,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를 보면 미 대선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웨스테로스 가문들이 내부 적과의 투쟁에 골몰할 때 조용히 북쪽의 거대한 빙벽 너머에서는 ‘화이트 워커(white walker)’라고 불리는 거대한 세력이 침공하기 위해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가문들이 이 위협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스타크 가문의 존 스노우는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고 외치며, 자신들끼리 싸울 게 아니라 화이트 워커의 침입에 함께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그의 경고처럼 미 대선에도 조용히 겨울이 오고 있다.
미국을 위협하는 국제정치의 화이트 워커는 누구인가? 세계에서 가장 큰 권력과 영향력을 가질 사람을 뽑는 미 왕좌의 게임에서 화이트 워커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중국의 시진핑과 북한의 김정은이다. 이들이 투표할 수 있다면 모두 트럼프에 표를 던질 것이다. 왜 이들은 트럼프를 원할까.
우선 트럼프는 카리스마를 가진 ‘강한 지도자’를 좋아한다. 그는 대통령 재직 시 푸틴 대통령과 밀월관계였다. “나는 시진핑을 사랑한다”고도 했다. 김정은과는 ‘러브 레터’를 주고받았다. 화이트 워커들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요약되는 트럼프의 고립주의 외교정책은 더없이 반가운 선물이다.
미국이 고립주의를 통해 글로벌 리더십을 포기하고 국제분쟁에 개입하지 않으면 이들이 원하는 국제질서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강대국을 중심으로 세계가 몇 개의 세력권으로 나뉘고 각자 자신의 세력권을 통제하는 질서다.
트럼프의 승리를 가장 반길 나라는 러시아다. 티모시 스나이더 교수의 책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를 보면 2016년 러시아는 트럼프의 당선을 돕기 위해 미 대선에 개입했다. 러시아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다수의 가짜 계정을 만들어 힐러리 클린턴의 명예를 훼손하고 트럼프를 측면 지원했다. 만일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우크라이나를 압박하여 협상에 나오게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점령 중인 땅을 내주고 협상을 타결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러시아가 주장해온 평화공식이자 종전방식이다.
서방 전문가들은 시진핑도 트럼프를 원한다고 본다. 미·중 패권다툼이라는 중국의 전략적 목표달성에 트럼프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유럽과 공조하여 강경한 외교정책을 통해 정치·경제적으로 중국을 전방위로 압박해온 바이든 행정부보다는 무역전쟁에만 초점을 두어온 트럼프가 낫다.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는 겉으로는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반중정서를 이용한 대선 득표 전략의 성격이 더 강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에 대항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한국, 일본 등을 묶어 민주주의 동맹을 구축했지만,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과 통상문제로 동맹을 위험에 빠트릴 것이다. 대만 문제에서도 바이든과 달리 확고한 방어공약을 하지 않는 트럼프가 낫다.
김정은도 트럼프를 원할 것이다. 해리스는 “독재자의 비위를 맞추지 않겠다”고 하는 강경한 원칙론자이다. 반면 트럼프는 “핵무기를 가진 사람과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김정은과 정상회담 추진의사를 여러 번 밝혔다. 북한에게는 원칙을 견지하는 해리스보다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선호하는 트럼프가 낫다. 트럼프는 방위비 문제로 한미동맹을 훼손하거나 주한미군을 철수할 가능성도 있으니, 이런 귀인이 어디 있겠는가.
적에게 좋은 것이 미국에게 좋을 리 없다. 화이트 워커들이 모두 트럼프의 승리를 원하는 것은 그것이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미국 국익우선”을 외치고 있으나, 그것은 편협하고 거래적인 이익일 가능성이 높다. 화이트 워커들은 미국과의 장기적인 국력대결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해 트럼프의 승리를 원한다.
Winter is coming! 다가오는 겨울은 미국에게 위기가 될 것이다. 태평양 너머 우리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중앙일보. 권기창 전 주우크라이나 대사·한국수입협회 상근부회장
중앙일보. 오피니언 [ON 선데이], 미국에 겨울이 오고 있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5368
미국 대통령에 대해 무슨 관심이냐고 얘기할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은 오늘도 특검 문제나 관심이 있지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든 상관이 없다고 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대통령이 미국을 위해 정치하는 것인지 대한민국하고 무슨 관련이냐고 되물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트럼프가 된다면 해리스보다 훨씬 큰 문제를 대한민국에 안겨 줄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입니다.
그는 한국을 무슨 현금지갑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앞으로 방위비 분담 문제와 김정은과의 밀착이 우리에게 어떤 겨울을 가져올지 걱정입니다.
대한민국 정치와 대통령, 국회 때문에 열 받고 폭발하기 한 발짝 전인데 이젠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걱정하고 있으니 정말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