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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
강순희
나에게도 기회가 왔다. 복권 당첨으로 돈벼락을 맞는 기회가 아니었다.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내가 가진 아주 작은 것을 함께 나눌 기회였다. 나를 내려놓고 어르신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잠시 친구가 되어드리는 시간이었다. 작은 나눔은 큰 행복으로, 온전히 나의 것이 되어 되돌아 왔다.
지난 37년 남짓, 초등학교교사로 근무하면서 보람도 많이 느꼈지만 몸과 마음도 많이 지쳐있었다. 명예퇴직이란 선택을 하고 무조건 쉬자는 생각으로 어영부영 1년을 그냥 보냈다. 퇴직 2년차 되는 올해 봄부터 연금아카데미 강좌 두 과목을 들으면서 평생교육의 대열에 들어섰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무원연금공단대구․경부지부 대경상록자원봉사단의 일원인 치료가요동아리에 가입하게 되면서 생활의 활기를 되찾고 있다. 대경상록봉사단에는 캄보밴드, 악기연주, 가요교실, 가곡합창 등 음악활동 동아리들이 많고, 수지침, 마술, 풍선아트, 미술치료 등 다양한 봉사 동아리들이 지도교수님을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많은 동아리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지만 그 정신은 ‘배워서 남 주자.’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동아리 회원들은 배우고 익힌 것을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맘껏 펼쳐 보인다. 특히 음악활동은 어르신들의 스트레스와 우울증 해소에 도움을 준다. 손뼉을 치며 간단한 신체 동작을 하게 되면 뇌가 활성화 되고 치매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노인 인구 10명 중 1명이 치매라고 한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가요 부르기를 통해 그분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치료가요 동아리에서 열심히 가요를 배우고 있다. 노래 실력은 크게 늘지 않았지만 손뼉 치며 노래하다 보면 스스로 힐링이 되는 것을 느끼고 있다.
내가 속한 치료가요동아리 회원들도 한 달에 두 번 정도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주로 봉사활동을 가는 곳은 삼덕노인복지센터이다. 65세 이상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 치매, 중풍 등 노인성질환을 앓고 계신 어르신들을 돌봐 드리는 곳이다. 60대인데도 뇌졸중을 앓아 언어 기능이 떨어지고 몸이 불편한 분도 있고, 98세인데도 노래 가사를 외워서 부를 정도로 기억력이 좋은 분도 계신다. 몇 분은 무표정하게 앉아 노래와 박수도 따라 하지 않고 불안한 눈빛을 보여 안타깝기도 했다. 그곳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신체적, 정신적인 기능을 유지하도록 도와 드린다. 몇 년 전부터 그곳에서 봉사활동을 해 오신 동아리 지도교수님은 어르신들의 이름도 다 알고 계신다. 어르신들도 치료가요 시간을 기다리며 만나면 무척 반가워하신다. 교수님은 늘 무거운 가요반주기를 들고 다닌다. 동아리 회원들도 기꺼이 그 뜻에 동참하여 시간을 내어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나는 올해 4월부터 처음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어르신들이 계시는 곳에서 하는 봉사활동이라 걱정이 앞섰다. 어떤 분들일까? 그분들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쭈뼛쭈뼛하고 어색할 것 같아 걱정이 앞섰다. 노란 조끼를 입고 모두들 앞에 서서 정중하게 인사부터 드렸다. 고개를 들고 그분들의 눈빛과 마주 한 순간, 아! 감동이었다. 관심과 사랑을 갈구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한 분, 한 분은 바로 우리들의 부모님이자 가족 같았다. 노래를 부르러 간 것이 아니고 따뜻한 손길과 눈빛을 갈구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간 것이다. 눈길이 마주치면 자연스럽게 미소 짓게 되고, 손동작을 가르쳐 드리며 마주 잡은 손으로 온기를 나누었다. 봉사활동은 바로 사람들과의 따뜻한 만남이었다. 그리고 ‘사람들과의 만남’ 그것은 이미 내가 오랫동안 해 온 일이기도 했다. 눈빛과 표정으로 마음의 대화를 하면서 노래를 통해서 서로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함께 노래를 부른다. 흘러간 옛 노래도 부르고 최신 가요도 소리 높여 부른다. 어르신들의 노랫소리가 더 크게 울려 퍼진다. 동아리 활동 시간에 익힌, 율동을 곁들인 가요도 선보인다. 흥에 겨운 어르신들이 율동을 따라하며 즐거워하신다. ‘내 나이가 어때서’ 노래를 유난히 좋아하시는 할아버지 한 분은 의자에서 일어서서 덩실덩실 춤을 추신다. 몸이 조금 불편하신 분이라 넘어지지 않을까? 요양보호사님이 걱정을 하면서도 곁에서 함께 노래 부른다. 가장 연세 많으신 98세 할아버님께서 ‘울고 넘는 박달재’를 가사 하나 틀리지 않고 외워서 부르신다. 동아리 회원 중 한 분이 어르신들 앞에서 치매 예방 박수를 지도해 주신다.
‘웃다(짝짝) 보면(짝짝) 행복(짝짝) 해요.’(짝짝)
‘웃다보면(짝짝짝짝) 행복해요.’(짝짝짝짝)
미리 프로그램을 계획해서 갔지만 프로그램에 얽매이지 않고 중창, 독창, 어르신들 독창, 손동작을 곁들인 동요 부르기, 치매 예방 박수 등을 하다 보니 약속된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함께 웃고, 노래하고 손뼉 치다 보니 기분 좋은 땀이 흘러 내렸다. 봉사활동을 마무리 할 시간이 되면 어르신들 곁으로 모두 다가가 사진을 찍는다. 마지막으로 한 분, 한 분의 손을 잡고 “건강하십시오.” 하고 인사를 나누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진다. 잡은 손을 놓지 않으려는 할머니의 아쉬움 가득한 눈빛을 바라보며 “또 오겠습니다.”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재촉할 때도 있다.
기회란 누구도 갖지 못한 행운을 내 손에만 거머쥐는 것이 아니다. 기회란 이미 내 곁에 이미 와 있는 행복을 스스로 찾아서 땀 흘려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나 자신이 행복해지면 마음이 넉넉해져서 더 많이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자원봉사는 몸을 움직여 땀을 흘려야만 열매를 거둘 수 있는 농사와 닮았다. 과일 대신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의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겠지! 따뜻한 말과 사랑 가득한 눈빛을 건네는 아주 소소하고 작은 몸짓이 봉사라고 생각한다. 봉사는 남모르게 하라고 했다. 말없이, 겉으로 표시나지 않게, 오랜 시간 봉사를 해 오시는 분들에게는 참 부끄럽다. 은퇴 이후의 세상에 이제 막 발을 내민 햇병아리가 ‘봉사’라는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5년 후, 아니 10년 후도 오늘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작은 것을 나누려는 마음은 큰 행복이 되어 메아리쳐 올 것이다.
가요에는 인생철학이 담겨있다. 많이 웃고 많이 나누라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소일소 일노일노(一笑一少 一怒一老)의 노랫말 일부이다.
한 치 앞날 모르는 것이 인생인 것을
그게 바로 인생인 것을
웃다가도 한세상이고
울다가도 한세상인데
욕심내 봐야 소용없잖아
가지고 갈 것 하나 없는데…….
첫댓글 주어진 시간을 헛되지 않게 보내시는 선생님, 작은 나눔이라고 하시는데 제가 보기에는 정말 열정적으로 보람있게 큰일을 하십니다.
수필창작시간에 생활하며 실천해야 할 덕목이 인사, 감사, 봉사라고 들었는데, 강선생님이 가장 모범생인 것 같습니다. 봉사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마음이 풍요롭다는 뜻입니다. 좋은 심성 속에 좋은 글이 나온다 했으니 많이 건필하기 바랍니다. 훈훈한 얘기 잘 읽었습니다.
따뜻한 마음씨로 노인복지센터 어르신들에게 사랑을 실천하시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과일보다 더 아름다운 사랑의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가슴 따뜻한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사람들과의 만남" 선생님이 평생을 해오신 일이라 어르신들과 자연스럽게 동화 되리라 믿습니다. 보람된 봉사를 하시고 소회를 글로 남기고 있어 인생 2모작 출발이 좋습니다. 심성만큼 착하게 생활 하시는것 같아서 축하 드리며 건필 바랍니다.
욕심 내 봐야 소용없잖아. 가지고 갈 것 하나 없는데.... 그렇지요. 죽어 입는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답니다. 잘 읽었습니다.
봉사활동은 바로 사람들과의 따뜻한 만남. 기회란 이미 내 곁에 와 있는 행복을 내것으로 만드는 것.....
많이 듣고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은 참 멀게 느껴지는 말입니다.
한치 앞도 모르는 것이 인생인데 다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인생 후반전 멋진 삶을 선택하신 강선생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응원합니다. 노래를 부르며 치유한다는 것, 그 즐겁고 소중한 일에 쓰임 받는 일이 더욱 보람차시기를 기원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퇴직을 하고 봉사활동을 하시다니 참으로 옳은 선택을 하셨습니다. 남을 위해서 일하는 보람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잘 읽었습니다.
가요봉사로 뜻있는 시간을 보내시고..계십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봉사라는 말은 누구나 하지만 실천하기란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데 선생님은 봉사에 대한 남다른 신념으로 즐겁게 봉사활동에 임하고 계시는군요. 고운 심성에 즐겁게 봉사에 임하는 선생님은 진정 행복한 사람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좋은 생각, 좋은 마음, 좋은 일을 하시는군요. 봉사란 즉 남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을 위해 하는 것이란 생각을 가끔해 봅니다. 건강한 마음은 건강한 육체를 만들고 즐겁게 일하면 내 마음이 즐거운 것을 도랑치고 가재잡고 화이팅 향원 쌤!
강 선생님 겉 모습에 풍기는 인상과 같이 봉사 활동이 잘 어울릴것 같습니다. 어르신들을 기쁘게 해드리니 함께 행복하시지요 한번씩 성당에서 요셉의 집에서 한끼의 점심식사 대접하는 곳에 가보면 젊은 봉사자가 갈때마다 오는 걸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답니다. 봉사는 누구나 할 수 있어도 아무나 못한다고 합니다. 행복을 느끼는 선생님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