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중증장애인의 탈시설 자립생활의 꿈을 짓밟지 마라[성명]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6월 26일)
오호 통재라! 오호 애재라! 슬프고도 안타깝고 분노가 차오르는 사건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제324회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그간 줄기차게 장애인단체와 장애인자립생활센터들이 반대해왔던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이하 탈시설 조례)’ 폐지조례안이 상정되어 처리되었다고 한다. 감옥과도 같았던 시설에서 탈출하여 탈시설 자립생활의 꿈을 꾸던 장애인들의 희망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대한민국 최초로 탈시설 조례가 서울시에서 제정되어 환영하였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실효성 한 번 내보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이번 서울시의회의 결정은 인권의 후퇴와 더불어 그간 한 발, 한 발 더디게라도 진보하던 장애 패러다임의 후퇴가 아닐 수 없다.
서울시의회는 탈시설 조례 폐지의 주민조례 청구를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과 ‘서울특별시의회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조례’에 따라 수리했다.
즉 탈시설 조례 폐지조례안을 상정하고 제대로 활용해보지도 못한 채, 제정된 지 이제 두 해밖에 되지 않은 조례를 폐기한 것이다. 또한, 이의 대안으로 준비하였던 ‘서울시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조례(이하 자립생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안도 이번 정례회에서 통과시켰다.
탈시설 조례 폐지조례안과 자립생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안의 의회 통과 절차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독단적인 정책 결정과 장애인 당사자들의 의지는 온데간데없이 인권 후퇴와 장애 패러다임의 퇴보를 만들어 내고야 말았다.
더군다나 자립생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안에는 ‘재원확보, 일자리 제공, 거주시설 변환’ 등의 내용이 삭제되고, ‘장애인들의 선택권과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은 자립생활주택 운영, 거주시설과 시설수용 지원’의 내용을 담고 있어 실로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간 시설들의 문제는 굳이 다시 이야기하고 싶지 않지만, 반인권적인 장애인 학대, 폭력, 성폭행, 공금횡령, 배임, 일부 지자체 공무원의 방임, 선거 시 표 장사(복지 마피아) 등 이루 말하지 못할 만큼의 비리 종합선물세트였다.
그러하기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시설 세력들은 당연한 시대의 뒤 언저리로 물러나 소멸할 줄 알았건만, 정치세력을 등에 업고, 삶에 지친 장애인의 부모님들을 꼬드겨 또다시 이렇게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UN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시설로의 회귀를 꾀하고 있다.
인권의 문제나, 장애 패러다임의 후퇴, 장애 당사자들의 목소리 배제도 문제지만, 어찌 됐건 결국 탈시설 자립생활 지원이나, 시설 운영이나 시민들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것이니만큼 무엇이 더 효율적이면서 세금이 더 적게 소요될지, 실제로 그 세금이 장애 당사자들을 위해 쓰이고 있는지를 시민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 의원님들이나 시장님은 합리적인 분들이시니 다시 한번 심사숙고하시기 바란다.
또한, 중증장애인들의 시민권 확보는 감옥과 같은 시설에서 일생을 보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접근권이 확보된 지역사회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다.
Nothing about us, without us!
제발 우리들의 문제를 다룰 때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와 함께하기를 바란다. 우리를 소외시키지 않고 말이다.
2024년 6월 26일
(사)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