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종룡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스마트금융부·통합IT센터 구축 디지털 전환 위한 기반 ‘탄탄’ 거대 자산 운용 능력 키우고 농업과 연계해 해외 진출을 ‘소비자 보호’ 가장 중요한 원칙 ESG 경영, 선택과 집중 필요 “농협금융은 이제 금융회사만이 아니라 금융·정보기술(IT)을 결합한 핀테크·빅테크 기업과 경쟁에 돌입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디지털 전환이죠. 누가 더 빨리 효율적으로 고객에게 다가가는지가 승부의 관건입니다. 다행히 농협금융은 스마트금융부와 경기 의왕 통합IT센터를 구축하는 등 다른 금융기업에 뒤처지지 않는 기반을 닦았습니다. 앞으로가 중요합니다. 경쟁상대를 달리 봐야 하는 시점입니다.”
임종룡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농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농협금융이 나아갈 방향으로 ‘관점의 전환’을 강조했다. 임 전 회장은 2013∼2015년 NH농협금융지주를 이끌 당시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2014년)를 성사시키며 종합금융사로서 농협금융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수·합병으로 출범한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5769억원을 기록하며 범농협 수익센터로서 탄탄히 자리 잡았다. 금융위원장을 거친 그는 현재 법무법인 율촌 고문, 삼성증권 사외이사 등으로 재직하며 금융시장에 대한 다양한 제언을 하고 있다.
임 전 회장은 농협금융이 경쟁력을 높일 구체적인 방안으로 ‘자산관리와 국제화 역량 강화’를 꼽았다. 그는 “금융 수요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금융회사 선택 기준은 내 재산을 한푼이라도 더 불려줄 수 있는 역량”이라며 “농협금융은 운용자산이 대단히 많은 만큼 자산관리 능력을 키우고, 자본시장 중심의 금융 영업과 전략을 정비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국제화는 재임시절인 2013년 NH농협은행 미국 뉴욕지점 개설로 이미 포문을 연 바 있다.
“우리 금융기업들의 외국 진출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일입니다. 2010년대 중반 국내 금융기업의 자기자본수익률(ROE)이 5∼6%에 불과할 때 동남아시아·중국은 9∼10%에 달했습니다. 농협은 강점인 ‘농업금융’을 연계해 외국으로 진출하면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다만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죠. 미래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선투자를 과감히 하는 게 농협금융이 지향해야 할 자세가 아닐까요.”
임 전 회장이 2014년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 뛰어든 건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서였다. 농협금융지주 전체 자산에서 농협은행과 NH농협생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달하던 터였다. 이 비중이 올해 1분기 기준 83%로 개선됐을 정도로, 비은행 계열사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농협금융은 은행업계 4위권을 다투고, 증권은 1위, 보험은 4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이처럼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가진 금융그룹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농협금융의 엄청난 강점이죠. 또 농업부문과 연계하는 금융 노하우는 다른 금융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분야입니다. 농협금융 계열사간 시너지를 어떻게 내느냐가 남은 과제라고 봅니다.”
임 전 회장은 앞으로 금융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원칙으로 ‘소비자 보호’를 꼽았다. 올 3월부터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이 시행되면서다. 그는 “창구업무와 마케팅·상품개발 전반에 걸쳐 농협 자체 내부 질서와 통제 절차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소비자 보호 및 사고 예방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기업경영의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해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했다. ESG 중 목표를 좁혀 한가지에 집중해 농협만의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농협은 이미 ‘녹색산업’인 농업을 주력으로 하는 협동조합인 만큼 ESG의 전반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세가지 역량을 모두 높이기는 어렵습니다. 농협은 농업·농촌 발전에 기여하는 데 사업 목적이 있고, 장학금 등의 사회공헌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 비춰보면 농협은 ‘사회(S) 발전’에 기여할 부분이 많고, 가장 잘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김해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