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상소동 산림욕장의 독특한 돌탑들
5일 대전 동구 상소동 산림욕장을 찾은 시민들이 이국적인 돌탑 사이에서 사진을 찍으며 가을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대전 만인산과 식장산을 이어주는 자락에 있는 상소동 산림욕장은 가을 숲을 만끽하고픈 이들이 찾는 명소다. 이곳은 ‘한국의 앙코르와트’라고 불리는 곳으로 아름다운 숲길 사이사이마다 총 4백여개의 돌탑들이 서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독특한 조형미를 자랑하는 17개의 돌탑인데, 이 돌탑의 군락은 말 그대로 보는 이들을 순식간에 동남아로 옮겨 놓는다.
이 이국적인 모형의 돌탑 군락 앞에는 하나의 비석이 있는데, 비석에는 이곳에 있는 모든 돌탑이 한 개인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시민 모두의 건강을 기원하며 쌓아졌음을 밝히고 있다.
5일 대전 동구 상소동 산림욕장 돌탑 주변으로 단풍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다. /신현종 기자
이 탑을 쌓은 이덕상(1931년생)씨는 2003년 가을 부터 2007년까지 4년간 혼자서 돌탑을 완성했다.
이덕상씨가 처음 돌탑을 쌓기 시작한 건 젊은 시절 거주하던 부여군 은산면 내자리 안터마을에 484평에 이르는 대형 성터를 만들면서부터다. 농한기에 남들처럼 화투나 치며 허송세월을 보내는 게 싫어 뒷산에 널린 바위를 깨 쌓아 올린 것이 계기가 됐고, 5~6년 동안 만든 이 성터는 훗날 산사태를 막아 마을 주민들을 구하는 큰 역할을 했다.
자신의 작은 노력이 타인에게 도움이 된 걸 알게 된 이덕상씨는 무려 일흔네살의 나이에 다시 한 번 돌탑 쌓기에 도전했다. 대전 동구청이 2003년 상소동 산림욕장 내 돌탑 1,000개 쌓기 캠페인을 벌인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하고는 다른 이들을 위해 돌탑을 쌓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돌탑은 여느 돌탑과는 달랐다. 예쁘고 좋은 돌을 차에 싣고 와 지게로 날랐고 이왕이면 더욱 아름다운 모형으로 만들어 갔다.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부실하다 싶으면 부수고 다시 쌓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그렇게 완성한 17개의 돌탑은 이젠 대전의 명소가 됐다. 그는 이 돌탑을 ‘희망탑’이라 명명했다.
5일 산림욕장을 찾은 윤여민(36, 서구 둔산동)씨는 “가을 단풍을 만끽하고 싶어 나들이를 나섰는데, 아름다운 숲길 산책로 사이에서 갑자기 이렇게 이국적인 풍경을 만나니 즐길 거리가 너무 많아서 행복하다.”며 반가운 마음을 전했다. 갑작스런 사고로 많은 이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요즘, 오직 내가 아닌 남을 위해 생의 많은 시간을 바친 이덕상씨의 노고가 더욱 뜻깊다.
5일 대전 동구 상소동 산림욕장을 찾은 시민들이 이국적인 돌탑 사이에서 사진을 찍으며 가을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상소동산림욕장 돌탑 주인공 이덕상 할아버지/ 대전시 제공
상소동산림욕장 돌탑 주인공 이덕상 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