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에 성완종·이완구 넘쳐나는 이유는?
부패 사건 뇌물 혐의자 리스트가
한국 정계에 지진을 일으키다.” “한국의 뇌물 명단이 청와대 고관을 포함한 정계의 ‘큰호랑이(大老虎)’들을 끌어내다.” “한국
관원들의 부패 사건 발효(發酵)… 전 대통령 비서실장 뇌물 수수를 부인.” “권력과 돈의 어두운 거래(權錢黑色交易)는
성완종뿐인가.” “한국 중요 혐의자 성완종 자살… 죽어서 비밀을 말하다.”
바이두(百度)를 비롯한 중국의
인터넷 검색엔진 온라인 뉴스에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과 성 전 회장이 돈을 준 고위 관료와 정치인 리스트가 폭로된
사건이 온라인 공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살아서는 중국 검색엔진의 인물 소개 대상에도 오르지 않았던 성 전 회장은 죽어서
검색엔진마다 마련한 별도 인물 소개란에 올랐다. 이완구 총리의 얼굴 사진도 중국 인터넷 공간 여기저기에 떴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운영하는 인민망(人民網)은 지난 4월 16일 베이징(北京)에서 발행되는 유력 일간지
신경보(新京報)의 보도를 인용해서 “한국의 한 기업인이 자살하면서 남긴 ‘뇌물 리스트 메모’로 총리가 공개사과의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상보(詳報)를 전했다. 신경보는 상하이(上海) 국제문제연구원 한반도 전문가 위잉리(于迎麗)의 말을 인용해서 “이완구
총리가 사직할 것인지는 사태의 진전을 보아야 하겠지만, 현재 그는 혐의를 받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무슨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불분명하며, 아직 사태가 총리가 사퇴할 정도로 발전하지는 않았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이와 함께 인민망은
“이 총리가 사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며, 한국의 정객(政客)들은 유사시 사직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고 이 총리는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또는 사건이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사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했다. 위잉리
연구원은 “한 장의 메모가 한국 정단(政壇)의 부패라는 고질병을 또다시 폭로했다”면서 “한국 대기업과 정치가들의
천사만루(千絲萬縷·천 가닥 만 가닥의 실이 복잡하게 얽힌 모습)는 늘상 역할을 바꾸어 가며 모습을 드러낸다. 이 관계를 끊기란
정말 어렵다”고 진단했다. 위잉리는 “한국에서 기업가가 경영을 잘하려면 정치가들의 지원을 받는 일이 필수적이고, 정치가들이
정치자금을 모으려면 재벌들의 지원이 필수적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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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조선일보DB
중국에서는 현재 시진핑(習近平)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반(反)부패 드라이브가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다. “호랑이든
파리든 다 때려잡는다(打老虎 打蒼蠅)”는 구호 아래 진행되는 시진핑의 반부패 드라이브는 시진핑이 당총서기로 선출된 2012년
11월부터 시작된 이래, 중국공산당 최고지도부인 9인의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한 명이었던 저우융캉(周永康), 군 최고지휘부인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쉬차이허우(徐才厚), 현직 당 통일전선공작부장인 링지화(令計劃) 등 세 마리의 호랑이를 때려잡았다. 현재는
다수의 ‘파리’들과 함께 외국으로 달아난 ‘새’들의 뒤를 쫓고 있는 중이다. 시진핑의 반부패 드라이브로 이미 중국 전역에서
60여개의 골프장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고, 지난 30여년 동안의 빠른 경제발전 와중에 생겨났던 호화판 VIP클럽(俱樂部)들도
부지기수로 문을 닫았다. 기업인과 관리들이 선물을 주고받지 않게 된 분위기 때문에 갖은 옥 장식물들과 그림 값도 폭락했다.
중국의 지식인과 지도층을 독자로 확보하고 있는 월간 ‘염황춘추(炎黃春秋)’는 지난해 11월호에서 한국경제 전문가
잔샤오훙(詹小洪)이 기고한 ‘한국의 부패와 법치(法治)’를 게재했다. 시진핑 총서기가 지난해 10월에 열린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18기4중전회)에서 당과 국가의 당면 정책 목표를 ‘의법치국(依法治國)’이라고 내건 사실과 관련 한국
정계의 부패와 한국의 법치 현실을 분석 진단한 논문을 게재한 것이다.
염황춘추는 우선 한국의 부패 수준이
반부패 국제 NGO인 TI(Transparency International) 평가 부패지수로는 1995년 이래 대체로 10점
만점에 4~7점 정도라고 소개했다. ‘중등 부패국가’라는 것이다. 하지만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에서는 대체로 22~24위를
차지하는 부패국가라고 아울러 소개했다. 염황춘추에 ‘한국의 부패와 법치’를 기고한 잔샤오훙은 한국 부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선거가 너무 많은 것’을 들고 “대통령 선거에 국회의원 선거, 지방의회 의원 선거 등 많은 선거에 선거자금을 모으는 것이 한국
부패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잡지는 “한국에서 부단하게 발생하는 기업인들의 정계에 대한 뇌물 공여는 기업들이
정치가들에게 돈을 주고 나중에 선거에서 당선되면 보답을 받는 ‘투도보리(投桃報李·복숭아를 선물하면 자두로 보답하는 것)’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염황춘추는 한국에서 부패가 만연한 두 번째 원인으로는
‘관수당(官手黨)’, 다시 말해 전직 정부 고관들이 자리에서 물러난 뒤 대통령이 인사권을 쥐고 있는 국영기업에 낙하산으로 투하되는
현상에 있다고 진단했다. 전직 정부 고관이 대통령이 인사를 장악하고 있는 국영기업에 회장이나 사장으로 낙하산처럼 투하되는 관수당
현상은 “현재 한국 사회가 끊지 못하는 심악통절(深惡痛絶)의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한국에서 정치
민주화가 이루어진 이래 7차례의 대통령 선거를 하는 동안 6번을 특정지역 출신 인물이 당선되면서 각종 인사를 혈연과 지연,
향연(鄕緣), 학연으로 하는 병폐가 생긴 것이 한국 사회에 부패가 조장된 세 번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한국 연구에 비해 한국의 중국 연구는 수준이 낮다는 것이 한국 학계의 대체적 평가다. 중국이 한국에 대해 알고 있는 정도는
한국이 중국에 대해 알고 있는 정도보다 상세하고 넓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부패의 원인이 많은 선거와 전관예우,
그리고 연고에 의한 인사에 있다는 지적이 그렇다. 복숭아를 주면 자두로 보답하는 ‘투도보리’의 병폐가 한국에 깊어졌음을 중국
지식인과 지도층들은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한국 지도층이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