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재판결과 삼촌은 유죄를 선고 받으셨습니다. 사람좋아 보이던 판사님께서 삼촌의 유죄를 선고하는 순간 어찌나 야속하고 밉던지... 청렴하고 공정한 공직생활을 평생의 자랑으로 여기신 삼촌의 인생이 부정되는 것 같아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삼촌은 몇 년 전 숙모를 만나기 전까지 서울의 13평 전세집에서 혼자 사셨습니다. 만일 삼촌이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볼 마음이 있었다면 그렇게 힘들게 사시지 않았을 것 입니다. 게다가 3억원을 빌린 친구의 경우 차용증도 썼으며 갚기로 예정된 날짜가 되지도 않았는데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하였으며, 청탁을 위해 1억원을 삼촌집에 두고 갔다는 사람은 서랍이 있지도 않은 탁자를 서랍이 있어 거기에 두었다고 주장하고 돈을 준 날짜, 돈을 넣은 봉투 등을 기억을 못하거나 중언부언하고 하였습니다. 지위를 이용하여 미술품을 강매한 혐의는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앞의 3억원 빌린 것과 받지도 않은 1억원은 결국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판사님은 과연 진실을 아셨을까요? 만일 아셨다면 사법고시를 통과할 당시 품었던 청운의 꿈과 심한 괴리를 느끼시지 않으셨을까요? 거대한 힘앞에 무너진 소신일까요? 그 힘에 편승해서 기꺼이 따른 결정이셨을까요? 실망감을 더 이상 느끼기 싫습니다. 그냥 그 판사분께서 삼촌의 결백을 제대로 몰라주셨다고 생각하고 싶네요.
"23살에 행정고시에 합격해 26년 간의 공직생활을 하면서 부끄럽지 않도록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이 자리에 서 있는 현실이 참담합니다. 삶의 전부인 공직생활을 알지도, 하지도 못하는 누명으로 인해 굴복할 수는 없었습니다. 국세청장이 후배들을 위해 나가달라고 했다면 나갈 수 있었어도 하지도 않은 일로 억울하게 물러날 수 없어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을 각오를 감수하고 녹취를 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전체가 모조리 부인되는 것 같아 비통합니다. 그 동안 행위나 의지와 상관없이 곤혹을 치른 처와 주위사람들을 보면서 고통을 느꼈고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 뿐입니다. 존경하는 판사님 저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1심에서 삼촌의 최후변론입니다.
삼촌은 기소당하기 전 협박이 외에도 회유도 받으셨습니다. 퇴직하는 조건으로 삼화왕관이란 회사의 C.E.O자리를 권유받기도 하였습니다. 수년간 수억의 연봉이 보장되는 그 자리를 마다한 것은 털 끝만큼의 가책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본인의 떳떳함에 금이 가기 때문입니다. 삼촌은 재판결과에 불복하여 현재 고등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계시며 아래는 삼촌이 고등법원 최후 공판 때 말씀하신 최후 변론입니다.
"평생을 몸바쳐온 국세청에서 저를 지난 정부 사람으로 몰고, 국정 최고 책임자의 뒷조사를 한 사람으로 누명을 씌워 사퇴하라고 온갖 압박을 할 때도 직업공무원에게 지난 정부, 현 정부가 있을 수 없기에 법과 절차에 따라 거취를 정하고자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개인적인 억울함을 밝히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국가기관에서 지방청 국장의 신분이던 저 한 사람을 내보내기 위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온갖 불법을 자행하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본분에 충실한 2만명이 넘는 유능한 국세공무원들이 몇 사람의 사욕에 본의 아니게 동원되는 결과를 낳는 작금의 현실을 알고 제 일신의 안위만을 챙기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지인들에 대한 걱정은 청탁을 받은 것으로 변질되고 마치 짜 놓은 각본에 맞춘 듯 허위 증언이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문제는 자신에 대한 사퇴 종용을 넘어 민간인에게까지 허위진술을 하도록 압박한 정부당국의 믿을 수 없는 행태입니다. 현직 국세청 직원들과 국세청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납세자들의 입장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가슴으로는 원망스럽고 안타까운 게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조차 제가 살아온 날들의 조각들이므로 다 수용하고 오히려 제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고자 합니다. 가족 및 세상과 떨어져 낯선 곳에서 생활한 지 벌써 1년이 되어갑니다. 구름이 해를 영원히 가리지 못하며 태양은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법인데 진실도 이와 같습니다."
재판결과는 10월 8일에 나옵니다. 과연 진실은 거대한 힘앞에 승리할 수 있을까요?
글을 쓰는 동안 눈물이 하염없이 나옵니다. 제 감정에 북받쳐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불편하시지는 않을까? 너무 길어서 않읽으시고 넘기시진 않으실까? 논리적인 치밀성이 떨어져 앞뒤 연결없이 제 감정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은 글이 되진 않을까? 혹시라도 이런 글을 남겨 삼촌께 터럭만큼의 해가 되진 않을까? 수 많은 고민과 번뇌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갑니다.
삼촌이 총각일때 우리집에서 같이 살았습니다. 어린 저는 매일 같이 삼촌 배 위에서 잤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어린 저를 따뜻한 미소로 아버지처럼 보살펴주시고 안아주시던 모습은 사라지고 법정에 갈때마다 삼촌은 없는 죄를 쓰고 죄수복을 입고 재판을 받으십니다. 부디 다음 명절에는 삼촌과 같이 있고 싶습니다.
그동안 제 졸렬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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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koreapas.net/bbs/view.php?id=best&no=441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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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 정부가 끝난 후 터질 것이 한두가지가 아닌데(도곡동땅, bbk, 천안함, 쇠고기협상등등) 과연 얼마나 터질지 2년 후가 궁금하네요.
언젠가는 bbk도 터집니다. 권력을 장악해서 일시적으로 막을 수는 있어도 영원하지는 못합니다. 심지어는 박근혜가 잡아도 터질 겁니다.
이명박은 지금보다 퇴임한 후를 조심해야 하죠. BBK는 지난 번보다 훨씬 더 크게 진실이 밝혀질꺼고 도곡동 땅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는 순간 아마 파고들지 않을까 합니다. 거짓이 진실을 덮을 수는 없죠.
무서운 세상.. 아니 무서운 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