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연의에 나오고 이후 두고두고 후세에 회자되는 유명한 일기토들이 몇 있지요.
사실 중국 삼국시대만 해도 이미 장수들이 맞장 떠서 전투의 승부를 내는 석기시대 같은 전투방식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말이 안되잖습니까? 다만 전쟁 이야기를 전하는 이야기꾼들의 입담과 전쟁 구경조차 해 본 적 없는 문인들의 상상력이 결합하여 그런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전해진 것이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싸움터의 특성상 의외로 실제 일기토가 벌어진 적도 있긴있고, 또 일기토는 아니더라도 필요에 의해 장수 개인의 무력에 의존한 전투도 분명 있었습니다(ex, 장료의 합비전투, 조인의 남군성전투 등). 제가 지금 자료는 없지만 생각나는대로 정사에 근거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유명 일기토의 진실 혹은 거짓을 정리해봤습니다. 또 거짓이더라도 그 픽션의 근거가 되는 정사상의 기록도 간단하게 적어봤습니다.
물론 여기 삼도분들이야 대부분 아시는 내용이겠지만, 그래도 아직 정사를 접하시지 못한 분들께 약간이나마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초급자용 자료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1. 관우 vs 화웅(거짓) : 유관장 삼형제가 동탁토벌전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허구이지요. 요즘엔 많은 분들이 마치 손견이 화웅을 죽인 것으로 알고 손견의 무력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도 기록에 의하면 손견군과 화웅군의 전투중 화웅이 전사를 한 것이지, 굳이 둘이서 일기토를 벌였다는 증거는 없는 것으로 압니다.
2. 여포 vs 유관장 삼형제(거짓) : 위와 같은 이유로 역시 허구입니다. 너무나 유명한 일기토여서, 삼국지를 소재로 한 게임의 오프닝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이 정도면 허구라도 대성공한 허구라 할 수 있겠죠. 이 이야기를 창조한 작가로서는 뿌듯해할만 합니다.
3. 조운 vs 문추(거짓) : 조운의 무력과 함께 꽃미남 소년 장수의 이미지를 확립시킨 일기토입니다. 사실 안량과 문추는 원소군의 간판 장수이긴 했지만, 공손찬과의 전쟁을 비롯, 북방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어떤 활약을 했는지는 정사에 전혀 기록이 남아 있지않습니다. 조운이 이 시기에 공손찬에게 귀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역시 어떤 전공을 세웠는지는 알 수 없죠.
4. 여포 vs 하후돈,하후연,이전,악진,전위,허저(거짓) : 비록 도망치긴했지만, 여포의 무용에 독자들이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드는 장면이죠. 조조의 6맹장에게 둘러싸여 죽지 않은 것만도 대단하죠. 하지만 안타깝게도...허구!
5. 손책 vs 태사자(진실) : 예. 이 두 젊은 멋쟁이 장수들의 일기토는 사실입니다. 정찰을 돌던 양측 장수가 우연히 맞부딪쳐 격투가 벌어지죠. 연의에서는 창과 칼이 부러지고 갑옷이 찢어지는 등 다이나믹하게 묘사가 되어 있습니다만, 실제로도 두 사람이 서로의 투구와 무기를 빼앗을만큼 치열하게 싸웠으니 정말 그랬음직도 합니다.
6. 관우 vs 관해(거짓) : 관우의 청룡언월도를 무려 80여합에 걸쳐 받아냄으로서 일약 황건군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관해! 실제로는 공융을 포위하고 있던 관해군은 태사자가 유비의 구원군을 데려오자 포위를 풀고 철수해버립니다.
7. 관우 vs 얀랑(진실) : 조조의 참모들은 유비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항상 관우의 용맹도 덧붙여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제 생각에 그건 아마 관우가 안량을 죽이는 것을 목격한 이후 그 인상이 강렬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말한마리, 칼한자루에 의지한채 홀홀단신 원소의 1만대군 속으로 들어가 안량의 목을 마치 잃어버린 물건 찾아오듯 따온 관우의 용맹은 정사에도 기록되어 있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8. 관우 vs 문추(거짓) : 안량에 이어 문추조차 관우에게 목이 따이는 것로 묘사되었지만, 실제로 문추는 유비랑 같이 왔다가 조조와 순유가 이끄는 부대와 전투를 벌이던 중 계략에 말려들어가 전사하고 말죠. 창천항로에서 매우 재미있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관우는 이 전투를 틈타 몸을 빼내어 유비에게 돌아갔다고 합니다.
9.관우 vs 하후돈(거짓) : 오관참육장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화려한 일기토! 장료가 중간에 말리는 바람에 무승부로 끝났지만, 유비와 조조 양 진영을 대표하는 에이스 장수들의 일기토는 잠시나만 짜릿했습니다. 다만 관우의 오관참육장 자체가 허구이기 때문에 이 싸움 역시 허구죠.
10. 관우 vs 황충(거짓) : 유비가 형주4군을 얻은 후 한현과 함께 그 밑에 있던 황충이 유비의 부하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과정은 정사에 생략되어 있습니다. 관우와 황충의 멋쟁이 수염쟁이들의 대결은 아쉽게도 허구! 참고로 한현은 실제로는 곱게 항복을 했고, 위연이 한현을 죽였다는 등의 이야기 역시 픽션입니다.
10. 허저 vs 마초(거짓) : 유비군이 관련되어 있지 않은 일기토 중 가장 인상깊은 이 싸움. 허저가 웃통을 까고 마초와 싸웠던 이 엄청난 격투는 비록 허구이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정사에 의하면 마초,한수와 조조가 단독 회담을 할 때, 마초는 자신의 무력으로 조조를 죽여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러나 그순간 조조의 뒤에 버티고 서 있던 허저와 눈이 마주쳤고, 허저의 위세에 눌린 마초는 본래의 계획을 접을수밖에 없었습니다. 눈싸움에서는 일단 허저의 승리였습니다^^
11. 장비 vs 마초(거짓) : 삼국지 전체를 통틀어 무력순위 5위안에 드는 두 인물의 일기토. 실제 마초가 서량에서 박살이 난 후 잠시 장로에게 몸을 맡겼다가 유비에게 귀순한 건 사실이지만, 곱게 귀순했을 뿐이고 유비군과 전투를 벌이거나 하는 과정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만화 창천항로에서도 이 좋은 아이템을 그냥 버리긴 아까웠는지 나중에 두 사람이 맞붙는 장면을 끼워넣기는 했습니다.
12. 황충 vs 하후연(거짓) : 사실 연의에서도 하후연이 하도 어이없이 죽어 일기토라고 부르기엔 좀 뭣하죠. 정사의 전투기록에 의하면 당시 유비군 대장은 유비 자신이었고, 선봉을 황충에게 맡겨 하후연의 진을 공격하도록 지시하여, 전투중에 하후연이 전사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굳이 황충이 직접 목을 베었을런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랬다면 틀림없이 기록에 분명하게 남았있으리라고 보아야겠죠. 하여 일단 거짓이라고 봅니다.
13. 관우 vs 방덕(거짓) : 우금과 방덕이 관우에게 패한 후 두 사람 모두 사로잡혔고, 우금은 항복하고 방덕은 항복을 거부해 참수당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일기토 기록은 없습니다.
14. 관우 vs 서황(거짓) : 방덕과 마찬가지로, 관우군과 서황군의 전투는 있었지만 일기토 기록은 없습니다. 이렇게 보니 유난히 관우의 일기토가 많네요. 역시 삼국지연의의 사실상 주인공이 관우라는 이야기가 나올법도 합니다. 조자룡의 인기가 만만치 않지만, 나관중 선생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창조해낸 캐릭터가 관우라는 이야기에는 저 역시 동감하는 바입니다.
15. 조운 vs 한덕 패밀리(거짓) : 조모씨의 한씨 일가족 몰살 사건. 갑자기 늙어서 등장한 노장 조운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만, 한덕이란 장수 자체가 조운의 무력을 돋보이기 위한 가상의 장수입니다. 이 한덕이 영화 "용의부활"에서는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면서 부활했습니다만...임팩트는 별로였다죠.
이 정도를 일단 살펴보니, 손책과 태사자의 전투는 소규모 정찰부대끼리의 우연한 마주침으로 인한 격투였으니 일단 제외하고, 군대와 군대와의 전투에서 장수와 장수가 맞부딪쳐 싸운 것은 관우의 안량 참수가 유일하군요. 사실은 이마저도 두 장수가 각자 앞에 나와 맞장을 뜬 것이라고 보긴 어렵죠.
하지만 실제 기록만을 보면 밋밋하기 그지없는 전투기록에다가, 일기토라는 가상의 전투방식을 덧붙여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 고대의 이야기꾼들과, 이러한 이야기를 정리해낸 나관중의 상상력과 창조력에는 분명 경의를 표할만합니다. 그들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아직도 삼국지를 재미나게 읽고 또 무력 순위를 매기면서 게임도 할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첫댓글 구체적인 전투하나하나의 일기토 진실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장수들끼리 맞짱뜨는 석기시대같은 전투방식은 없었다고 말한 사람은 그 시대적인 포괄적 배경을 도외시한 것 같다. 당시엔 용병에 적잖은 의존을 한 시대였고(쉽게 말하면 처음부터 특정한 한 군주아래서 녹을 먹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일기토 방식에 의해 장수가 군의 사기를 높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지. 그랬기에 이러한 방식의 선호도는 수천년의 역사를 보내면서 부침을 겪은 것일뿐, 시대가 지났다 해서 구식으로 치부해야 한다는 점이 일기토의 반박논리가 되기엔 매우 빈약해.
그런데 삼국시대때도 용병들이 주로 쓰였나?? 저때는 징병제 아니었음?? 그렇지 않고서야 대군끼리의 격돌이 거의 불가능할테넫..흠...
국가의 구분이 매우 뚜렷하지 않은 시대에는 제도적 징병제의 활용유무와는 관련없이 용병이 더 각광받을 수 밖에 없어. 그리고 조조의 경우에는 대놓고 황건적의 잔당을 이용해서 쏠쏠한 재미도 적잖이 봤고. 좀 재밌는 상황으로 설정해 보자면 네가 일본어와 중국어 그리고 영어에 매우 능통해. 즉 통역사 수준이면서 동시에 정치적 경험도 적잖히 있어. 근데 중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이 모두 다중국적 허용상황에서 동시에 모두 대통령 및 총리의 유고사태와 같은(혹은 그 이상의) 정치적 혼란기에 있다고 생각해봐. 물론 북한도 마찬가지 상황. 이거 한 개인이 살면서 겪어볼 수 있는 최대의 로또거든. 어떻게 해볼래?
뭐 연의 자체가 대부분구라인데. 그래도 재밋엇는데
수많은 모사와 장수를 진두지휘한 조조의 능력을 보기엔 진수삼국지를 보는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조조라는 인간을 봐보면 우리 인간사 혹은 인간이란 무엇을 위해 살아야 만족스러운가라는 질문을 던지에 참 좋은 것 같다. 역사적으로도 이런 인물들이 수없이 많았지. 이들이 오히려 종교에 관심이 없었는데, 만약 종교를 만들었으면 매우 재밌는 결과가 나왔으리라 본다. 문사철만으로는 볼 수 없는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매우 많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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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성안에 있으면 병사들의 사기가 소극적이 되지. 아무래도 바깥에서 둘러싸고 있는 병사들의 위세가 훨씬 기세등등 하니까. 둘째. 성안의 비축되어있는 식량과 물자는 한계가 있잖아. 그런데 성이 둘러쌓이면 어떻게 외부에서 보급받겠어. 셋째. 만약 성밖에서 안 싸워주면 성밖에 있는 주민들은 어떻게 하며 성밖에 있는 농지등은 모두 약탈로 황폐화가 되어버릴껄?
여포 대 곽사전이 빠졌네. 정사에 당당히 기록된 장수들간의 격투대목이거늘.. 근데 사실 일기토라는 발상이 상당히 말이 안되는 거이긴 하지
여포가 모로 찔러서 곽사가 도망갔다는 그 기록 넣을까 말까 하다가... 연의에서 정말 비중이 없는 일기토라서 그냥 안 넣었어...
연의의 허구가 아니라 둘 사이의 맞짱은 실제 기록에 있는 사실임. 이각,곽사 연합군이 왕윤군을 대상으로 장안성 인근에서 전투중 곽사가 여포를 도발하여 진중으로 끌어내서 싸우다 유인책에 걸려든 여포군 좆망크리
알아 실제로 있었던 일기토인지 안다고. 그래도 워낙에 비중이 없는 일기토잖아. 위에 나와있는 일기토는 존나 쟁쟁한 일기토들이고
일기토라는 게 당시 병사들의 사기를 높히기 위해 많이 사용되던 방법이라고 알고 있었는데.흠.
그리고 삼국시대 당시에는 아직 군대 전체의 전략보다 한명 한명 장수의 무력에 크게 의존하던 시대였지. 장갑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보병 사이를 쓸고 다니는 완전무장하고 말타고 다니는 장수...
중국놈들 허세 쩐다 적벽대전만 봐도 알수있지
장수가 개돌할수없는게 화살이 장수만 피해가는것도 아니고 글고 리필되는 창병 5명이상에게 계속해서 포위당하면 제아무리 용맹해도 헛점을 찔려서 뒤진다
저런 명장들이 이런생각을 안할리없음
관우 정말 멋진 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