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을 포스팅하다 갑자기 생각나서 하나 더 올립니다.
정말 뜬금없이 공포영화를 단체관람했습니다. 학교 수업을 하다 갑자기 5교시에서 마치더니 단체영화관람을 한다는 겁니다. 게다가 관람비는 며칠 뒤 언제까지 가지고 와라, 이러더군요. 그런데 더 뜬금없는 것은 왜 이 영화를 87년에 단체관람을 해야했느냐는 것입니다. 영화는 1980년 개봉작이었거든요.
오우, 영화와는 거의 상관없는 포스터의 압박이 보이는군요.
이 영화가 개봉되었던 1980년은 여러 실험적인 공포영화들이 등장했던 시기입니다. 동시에 그들은 각각의 전설을 이루어 시작을 알리기 시작했죠. 하이틴 호러와 하키 마스크를 썼던 살인마를 등장시켜 슬래셔의 천하 평정을 알렸던 <13일의 금요일>, 거대 사물 자체가 귀신이라는 혁신적인 생각을 했던 <데드쉽>, 스티븐 킹 원작으로 스탠리 큐브릭이라는 천재 감독이 연출했던 섬뜩한 사이코 영화 <샤이닝>등.
역시 1980년 한 해는 제이미 리 커티스를 호러 퀸으로 당당히 등극시킨 해이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이 해에만 에드가 앨런 포의 원작을 바탕으로 존 카펜터가 연출했던 <안개>, <졸업 파티>, <공포의 수학열차>를 개봉하는 저력을 발휘했죠. 그러나 죄다 할로윈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안개>는 나름 퀄리트를 가진 공포영화로, <졸업파티>는 정말 싸구려틱한 저예산 영화로 최근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할로윈>이 얼마나 대단한 영화냐하면, 32만5천 달러의 제작비로 전세계 7500만 달러라는 흥행수입을 기록했고 무려 7편의 시리즈가 생겨난 뒤 다시 리부트 되어 2011년 할로윈3가 개봉될 예정입니다. 리부트 된 작품 역시 박스오피스 1위와 함께 흥행성적이 대단한 편입니다. 마이클 베이가 다시 리부트한 <13일의 금요일>, <나이트 메어>에 비할 바가 아닌 것 같습니다. 할로윈은 실로 전설을 만들어가는 중이네요. 게다가 리부트 했던 <할로윈>의 살인마는 FBI가 제시했던 연쇄살인마의 성장기를 정확히 그려내어 사실성을 강조했습니다.
다시 공포의 수학열차로 돌아가자면
이 영화는 왕따가 관련되어 있고, 열차여행이라는 도망갈 수 없는 제한적 공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젊은이들'이라는 구세대를 거부하지만 구세대를 따를 수밖에 없으며, 혁신은 없어 그저 적당히 살아가며 흥청망청 마지막 젊음이 될 여행을 즐기는 무기력한 표상들이 등장하죠. 이것은 어디서나, 또 어떤 때에나 '젊은이들'의 비겁한 표상으로 한치의 오차없이 세대를 관통하며 나타나는 특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것들은 이제 적당한 설정이 힘들 때, 그대로 가져오기만 하면 되는 공식이 되었죠.
이들의 일탈을 이제 살인마가 헤집고 다니겠죠. 그러나 그 헤집기까지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섹스신 대신 과감히 마술쇼를 보여줍니다. 바로 이 마술사가 후에 전 세계를 호령하는 마술사가 되는 카퍼필드입니다.
제이미 리 커티스의 호러퀸으로서의 명성은 이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됩니다만, 영화 전체를 보자면 공포영화로서 평작입니다. 혹자는 이 영화를 살린 것은 제이미 리 커티스의 열연과 카퍼필드의 마술이었다고 평했더군요. 동감입니다.
저는 사실 이 영화를 본 뒤 평생 각인된 한마디 대사가 있습니다. 살인자가 나체의 여신에게 손을 대자 그 여인은 자신을 탐하려는, 또 점찍었던 남자인 줄 알고 거침 없이 유혹의 대사를 날립니다.
"손이 차가운 남자는 심장이 뜨겁대."
곧바로 그녀의 심장, 도려내지죠. 와, 잊을 수 없는 대사와 장면이었습니다.
제가 자주 언급하는 호러 영화 공식 있잖습니까.
유혈낭자, 대량살인, 사지절단 이 적절히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당시는 제법 호기심과 공포를 섞어 보았습니다만, 역시 추억이겠죠. 지금 본다면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을 겁니다.
공포의 수학 열차 (1980) Terror T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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