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 빚 갚아라" 황당한 상속 피해사례
상속포기 증가..가계부채 급증도 연관
회사원 김모(35)씨는 몇 달 전 신용카드회사로부터 ‘6개월 전에 사망한 삼촌 명의의 대출금 1천만원을 갚아라’라는 독촉장을 받았다. 사촌 형이 2명이나 있어 삼촌의 채무가 자신에게 상속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김씨는 뒤늦게 사촌들이 이미 상속포기를 했고 채무가 자신에게 승계된 사실을 알게 된 것. 부랴부랴 법원을 찾았지만 상속포기 신청기한인 삼촌 사망 후 3개월이 이미 지난 상태였다. 삼촌이 남긴 재산은 통장에 남아 있는 50만원이 전부였고 상속재산 한도 내에서만 채무를 변제할 수 있는 한정승인 역시 고려기간인 3개월을 넘겨 버려 결국 김씨는 빚을 내 1천만원을 갚아야만 했다.
최근 상속포기가 늘고 있는 가운데 상속을 둘러싼 황당한 피해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5일 대구가정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상속포기 신청 건수는 모두 1천832건으로 전년도 1천716건에 비해 6.8%가 늘었다. 상속포기 관련 문의도 하루 평균 20~30건에 이르고 있다. 부모나 배우자 등의 사망으로 상속받는 재산이 드러난 채무보다 적거나 혹시 숨겨진 채무가 밝혀질 것을 우려해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법원의 분석이다.
민법상 상속은 죽은 자의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 4촌 이내의 방계혈족 등의 순으로 승계되기 때문에 선순위 상속자의 상속포기에 따라 후순위의 상속자가 자신도 모르게 채무를 승계하는 경우가 가능한 것. 최근 빈발하는 상속포기는 가계부채 증가 등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구.경북지역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는 2004년 말 13조9천976억원, 2005년 말 15조8천억원, 지난해 말 18조2천936억원으로 최근 2년 사이 4조원 이상 급증했다.
대구가정법원 차경환 판사는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이라는 제도 자체를 몰라 고려기간인 3개월이 지난 뒤에 신청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며 “상속 포기 신고를 할 때는 처음부터 순위에 포함된 모든 상속인들이 한꺼번에 가정법원에 상속포기 신청을 하는 것이 채무상속으로 인한 피해를 막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끝)
참으로 ‘황당’스러운 기사다(왜 '황당'스러운지는 뒤를 읽어 보시면 이해될 것이다). 사실 남의 일이 아니다. 가계부채의 급증으로 인하여 누구나 가깝게 접해 볼 수 있는 사례다. 하지만 이 기사는 아쉬운 점이 많다. 내용 구성에서부터, 참고 인터뷰까지 말이다. 차판사님도 그것을 모르시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핵심 부분이 빠져 있는 기사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998.8.27 헌법재판소는 민법 제1026조 제2호의 규정에 대하여 헌법 불합치 판결(96헌가22,97헌가2·3·9,96헌바81,98헌바24·25 병합) 을 내렸고, 이 법률조항은 입법자가 1999.12.31.까지 개정하지 아니하면 2000.1.1부터 그 효력을 상실하도록 하였다. 더불어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위 법률조항의 적용을 중지하여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이 민법 제1026조 제2호의 규정이 바로 단순승인에 대한 규정이다. 그 전문을 한 번 살펴보자.
민법 제1026조 (법정단순승인)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 <개정 2002.1.14>
1.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
2. 상속인이 제1019조제1항의 기간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아니한 때
3.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한 후에 상속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때
제2호는 ‘상속인이 제1019조제1항의 기간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아니한 때’라는 규정이다. 이 기간을 민법은 3개월을 잡고 있다. 즉, 상속포기나 한정승인(받은 상속재산의 범위 내에서 빚을 갚겠다는 법원에 대한 의사표시)을 할 수 있는 기간이 피상속인이 죽은지 3개월 안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불합치 판결이 난 이유는 이것이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까지 빚더미에 올라앉게 하여 인생을 불행하게 살아가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여 지난 2002. 1.14에 민법이 개정되었다. 이 개정은 민법 제1026조에 대한 개정이 아니라 다른 조항을 손대어 헌법재판소의 판결취지를 살렸다. 그 조항이 바로 다음 조항이다.
민법 제1019조 (승인, 포기의 기간) ①상속인은 상속개시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단순승인이나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간은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이를 연장할 수 있다.<개정 1990.1.13>
②상속인은 제1항의 승인 또는 포기를 하기 전에 상속재산을 조사할 수 있다. <개정 2002.1.14>
③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상속인은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없이 제1항의 기간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제1026조제1호 및 제2호의 규정에 의하여 단순승인한 것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 <신설 2002.1.14>
여기서 제3항 부분에 단순한 기간 경과로 인하여 자기가 상속인이 된 사실도 모르면서 얻게 되는 불이익을 법적으로 막을 방도를 두고 있는 것이다. 풀어 쓰면, ‘상속인은 상속으로 인하여 갚아야 할 빚이 받게 되는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없이 피상속인이 죽은지 3개월 안에 알지 못하고 그 기간을 지나버린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안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이다.
왜 위 기사를 ‘황당’스러운 기사라고 표현했는지 이제사 이해가 될 것이다. 위 기사는 오히려 위에 설명드린 내용으로 마무리 되어야 할 기사라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일을 당하면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라고.
따라서 다음 행동원칙을 따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첫째,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평소 사업 등으로 인하여 채무를 많이 지고, 빚쟁이들이 자주 들락거렸다. 장례식 때 빚쟁이들이 찾아 왔고, 또 ‘내 돈 내놓아라’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물려주신 재산은 없다. 이때는 당연히 기사에서 인터뷰한 차판사님 말씀대로 법원에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 신고를 하시라.
둘째, 그렇지 않고 뜬금없이 돌아가신지 3개월이 지나서 엄청난 부채가 존재하는 사실을 알게 된 때나 일가친척 중 누가 죽어서 그 자손들이 상속포기를 하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채권자에게 듣고 빚을 갚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때나 그래도 법률상식이 있어서 자손들의 상속포기로 자신이 상속인이 된다는 것을 아는 때에는 즉시 한정승인 신고를 하여야 한다. 할 때는 마찬가지로 자신만 하지말고 가족들이 같이 하여야 한다.
참고로 어렵겠지만, 이와 관련된 판례 두 개를 같이 붙여준다. 어려운 내용도 읽으실 수 있는 분은 참고하시라. 아래에서 ‘상속개시의 원인이 되는 사실의 발생을 안다’는 것은 ‘피상속인이 죽었다는 사실을 안다’로 읽으시면 될 것 같다.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상속의 포기를 할 수 있는바(민법 제1019조 제1항), 여기서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이라 함은 상속개시의 원인이 되는 사실의 발생을 알고 이로써 자기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을 말한다고 할 것인데,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상속이 개시되고 상속의 순위나 자격을 인식함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통상적인 상속의 경우에는 상속인이 상속개시의 원인사실을 앎으로써 그가 상속인이 된 사실까지도 알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나, 종국적으로 상속인이 누구인지를 가리는 과정에 사실상 또는 법률상의 어려운 문제가 있어 상속개시의 원인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바로 자신의 상속인이 된 사실까지 알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러한 때에는 법원으로서는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을 확정함에 있어 상속개시의 원인사실뿐 아니라 더 나아가 그로써 자신의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안 날이 언제인지까지도 심리, 규명하여야 마땅하다.(대법원 판결 2005. 7. 22. 선고, 2003다43681 판결)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상속의 포기를 할 수 있고(민법 제1019조 제1항), 상속인이 무능력자인 때에는 위 기간은 그 법정대리인이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기산되는 바(같은 법 제1020조), 여기서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이라 함은 상속개시의 원인이 되는 사실의 발생을 알고 이로써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을 말한다.
한편, 선순위 상속인인 피상속인의 처와 자녀들이 모두 적법하게 상속을 포기한 경우 누가 상속인이 되는지는 상속의 순위에 관한 민법 제1000조 제1항 제1호, 제2항과 상속포기의 효과에 관한 민법 제1042조 내지 제1044조의 규정들에 따라서 정해질 터인데 일반인의 입장에서 피상속인의 처와 자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피상속인의 손자녀가 이로써 자신들이 상속인이 되었다는 사실까지 안다는 것은 이례에 속하므로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피상속인의 손자녀가 상속인이 된 경우에는 상속인이 상속개시의 원인사실을 아는 것만으로 자신이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알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따라서 이러한 때에는 법원으로서는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을 확정함에 있어 상속개시의 원인사실뿐 아니라 더 나아가 그로써 자신의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안 날이 언제인지까지도 심리·규명하여야 마땅하다.)(대법원 판결 2006. 2.10. 선고, 2004 다 33865,33872)
첫댓글 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어지간하면 빚은 지지 말고 살다 가야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