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302) - 대세로 떠오른 황혼의 사랑
평년보다 높은 기온의 봄볕이 제법 따갑다. 산책코스 푸른 길에 매화와 산수유가 활짝 피고 교회 가는 길의 개나리도 곧 노란 물결로 흐드러질 낌새다. 계절의 입맛을 돋우는 아침 밥상의 쑥국이 별미로세.
지난주에 빛고을 노인건강타운 공연장에서 아내와 함께 4년 전에 개봉된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관람하였다. 3년 전 이맘 때 롯데시네마에서 동년배의 지인들과 감명 깊게 본 적이 있는데 세월이 지나 다시 보아도 여전히 뭉클한 감동을 안겨준다. 각기 홀로 사는 칠순의 우유배달 이순재(김만석)와 또래인 폐지수거로 생계를 잇는 윤소정(송이뿐)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인데 절절하면서도 순박한 황혼의 로맨스가 가슴을 울린다. 새로운 사랑에 앞서 극심한 고통을 묵묵히 견디며 안타깝게 사별한 아내의 무덤을 찾아 양해를 구하며 예의를 차리는 이순재의 처신이 반듯하고 황혼에 찾아온 사랑의 기회를 소중히 간직하려는 윤소정의 간절한 염원이 절절하다. 주차경비원 송재호(장군봉)와 치매를 앓고 있는 김수미(조순이)의 애틋한 사랑이 눈시울을 적시게 하고 마음은 그렇지 않으련만 자식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노부모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젊은 세대의 각박한 현실이 마음 아프다.
때마침 MBC의 주말극, '사랑해서 남주나'에서는 인생의 황혼기에 새로운 로맨스를 꿈꾸는 전직 판사(박근형)와 반찬가게 주인(차화연)의 사랑이야기가 나이든 이들뿐 아니라 젊은 세대들에게도 황혼의 사랑이 가져올 감정의 기복과 이에 따른 여러 문제들을 실감나게 묘사한다.
지난번 글에 3년 전 북아프리카 여행 때 룸메이트였던 동연배의 여행가가 KBS TV 아침마당의 '당신의 두 번째 짝을 찼습니다.'에 나온 이야기를 언급하였는데 짝을 고르는 후속장면이 지난주 한 시간 동안 방영되어 이를 흥미 있게 지켜보았다. 몇 주 전에 방송된 이 프로그램을 통하여 그분의 짝이 되고자 하는 여성들 중 세 명이 후보자로 출연하였는데 상당한 수준의 조건을 갖춘 이들이 상대방을 향하여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모습이 당당하고 솔직하여 보기 좋았다. 3행시로 읊는 구애의 메시지에 구김살이 없고 상대방의 선택에서 탈락한 후에도 담담한 표정이 유쾌하다. 그러나 한 남자를 두고 세 여성을 후보로 등장시키는 프로그램의 구도가 약간 씁쓸한 느낌을 준다. 나만의 느낌일까, 여성시청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하다.
수십 년 간 양로원의 어른들을 지켜보며 나이 든다고 사랑의 감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자주 목도하였다. 그 중에는 90세 할아버지를 수십 년 세월 변함없이 연모하는 순애보 할머니도 있고 서로 마음이 맞아 8순이 지나서 새로 짝을 이룬 어른도 있다. 약간의 치매증세가 있던 할머니는 아들보다 더 젊은 후원자를 짝사랑하여 그 소문이 주변에 파다하게 퍼져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얼마 전 KBS 1TV 주말프로 '강연 100도C'에 출연한 70대의 이혼경력이 있는 노익장이 아들의 적극적인 권유로 파트너를 찾아주는 미팅에 참여하여 몇 년 전 남편을 사별한 연상의 커플을 만나 서로를 감싸며 재미있게 사는 모습을 소개한 적이 있다. 이제 황혼의 로맨스도 꺼리거나 감출 것이 없는 세태가 되었다. 초등학교에 갓 들어간 손자의 여자 친구는 오래 만에 찾아온 친구를 반기며 하트모양의 예쁜 그림과 함께 'OO아 널 사랑해!'라는 깜찍한 문구를 카드에 새겼다. 어쩌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사랑하는 이가 없으면 살맛이 없지 않을는지. 서로를 애타게 그리는 이들이여, 주변에 휘둘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사랑하시라.
* 아내는 주말 인기프로 '불후의 명곡-이미자'편에서 조장혁이 부른 '사랑했는데'가 매혹적이라며 컴퓨터에 앉아 다시보기로 이를 재음미한다. 나이 들어도 식지 않는 아 아 사랑의 멜로디여!
사랑했는데 서로가 좋아서 아 아 사랑했는데
어이 혼자 울어야 하나 아 아 여자의 눈물
그 팔에 안기어 꿈꾸던 창가엔 시들은 장미꽃 이 마음 따라 우네
사랑했는데 서로가 좋아서 아 아 사랑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