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많다고 꼭 어른이겠나?

[권영철]

<손바닥 수필>

  
   - 나이 많다고 꼭 어른이겠나? -



                                                            권다품(영철)


후배들이 하는 말이 사무실 문밖에서도 들렸다.

"어이, 니는 와 000 형님한테 인사 안 하노?" 

"인사를 해도 안 받아주는 사람한테 미쳤다고 인사를 합니까? 나는 선배 대우 해준다고 몇 번이나 인사를 하는데도 받아주지도 않던데 미쳤다고 계속 인사를 합니까? 나는 그런 사람한테는 인사하기 싫습디다."

"이상하네? 분명히 니가 인사를 했재? 자기가 그래놓고 그 형님은 왜 그런 말을 하노?"

"그 사람이 뭐라 카던데요?"

"너거가 자기한테 인사 안 하더라고...."

"씨발, 무슨 개소리를 하고 있어? 나이를 쳐먹었으면 나이 값도 하면서 살아야지. 원장님은 우리가 인사를 하면 꼭꼭 받아주신다고. 우리가 미쳐 못 보면 원장님이 먼저 인사를 하신다고. 그런데 그 사람은 우리가 인사를 해도 받지도 않으면서 나이 대우는 받고 싶은가배? 씨발, 그런 개소리 하다가 나한테 한 번 당할 때가 있을 겁니다."

"내가 있는 한 그렇게까지는 하마 안 되고... 그 형님이 니한테 무슨 말 하기전까지는 그냥 있거라. 내하고 원장 형님하고 알아서 할테니까. 내가 생각해도 니가 형님들한테 인사 안 할 친구는 아인데, 우째 그런 말이 나오는공 했다. 밑에 사람이 인사하는데 안 받아주면 뻘쭘하기는 할 끼다."

밖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밖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후배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렸다.
후배들에게 그런 말을 들은 한참 후 어느 날 술집에서, 인사를 안 받는다는 그 사람이 어느 후배에게 이르듯이 말을 했다.

"테레비만 개판인 기 아이라, 요새 보마 우리 여기도 개판이라."

"형님 와예? 뭐 안 좋은 일 있었습니까?"

"자네가 물으이끼네 하는 말이지만, 어이, 나이 적은 놈이 인사를 먼저 하는 기 맞겠나, 아이마 나이 많은 내가 동생들한테 먼저 인사하는 기 맞겠나?"

"아~, 그 문제예? 누가 형님한테 인사를 안 하던 동생들이 있습디꺼?"

그 친구는 이미 그 후배에게 들은 말이 있으면서도 그렇게 묻고 있었다.

"누구라고 딱 이름을 대기는 그렇고, 여기 애들이 다 그래. 내가 알기로는 내가 분명히 지보다 나이가 많아도 한참 많은데도 본 척도 않는 놈이 있더라고. 옛날 성질 같으면 그런 놈은 벌써 빼마리를 눈까리 빠지도록 때려뿠을 낀데, 나이먹어가면서 동생들 앞에서 그럴 수도 없고...."

그 말을 듣고 있던 나는, '과연 저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후배들이 인사를 하는데도 받아주지도 않고, 심지어 눈길도 주지않고 딴 짓을 하지 않았던가!
나도 그러는 걸 몇 번이나 봤다.
또, 그 사람은 나보다 나이가 적은데도 나한테 먼저 인사를 한 적이 없다.
항상 내가 먼저 인사를 했다.
그런데,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내가 먼저 인사를 하는데도 인사는 안 받고 전혀 엉뚱한 말만 한다.
못 들은 것도 아니다.
나는 속으로 '자기 아버지나 엄마에게 가정교육을 잘못 받았나 보다' 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벌써 몇 년째다.
또, 술자리에서 다른 사람 험담을 잘 하는 걸로 봐서, '마음을 나누며 속에 있는 말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이니겠구나' 싶었다.
그 사람이 하도 후배들이 하는 인사를 분명 들어놓고도 쳐다도 봐주지 않길래, 민망하겠다 싶어서 "0사장 귀가 좀 어둡는교? 00 씨가 인사하거마는 못 들었는가배요?" 하면, "안 들리기는 와 안 들려요. 아직 귀먹을 나이는 아이지...." 한다.
그렇다면 더 이상하지 않은가?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대우를 해서 인사를 하면 받아주는 게 가장 상식적이겠다.
"어. 왔나?" 하며 한 번 웃어주면 되겠다.
나는 동네에서 안면이 있는 사람이면 내가 먼저 인사를 하려고 노력을 한다.
그런데, 나보다 나이가 몇 살 많아 보이는 주동산 사무실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내가 인사를 하는데도 받아주는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자존심도 상하고 기분도 나빠서 인사를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 사람과 정면으로 마주치거나, 같은 식당 옆자리에 앉아서 나를 쳐다보는데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
그런 사람에게는 인사를 할 필요가 없겠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더이상 무안을 당하고, 자존심도 상하기가 싫었다.

"혹시, 동생들이 형님한테도 인사를 안 합니까?"

"나한테는 깎듯이 인사를 잘 하는데? 그런데, 0사장도 누군가가 인사를 하면 좀 받아주소. 인사를 하는데도 안 받아 주니까, 뻘쭘하고 민망하다 아인교?"

"아, 씨바 그러마, 새카만 후배 새끼가 인사한다꼬 일일이 다 받아줘야 되는강? 그냥 눈으로 봐주마 되지. 그라고, 나는 인사는 어른이 받아주든지 안 받아주든지 지가 해야할 인사는 하는 기 맞다고 보고, 그렇게 배웠다고."

"0사장은 동생들한테만 그라는게 아이라, 내가 인사를 해도 아무 말이 없더마는.... 그래도 내가 0사장보다는 나이가 많은 줄은 알지요?"

"아, 눈으로 보마 그기 인사지, 꼭 인사할 때마다 일일이 다 받아야 됩니까? 꼭 그래 햐야 된다 카마 그래 할 끼고."

옆에서 듣고있던 후배가 한 마디 했다.

"형님이 서운하실 지는 모르겠는데, 원장 형님이 말씀하시이끼네 드리는 말씀입니다마는, 형님은 버릇이 돼서 못 느끼시는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봐도 형님이 그런 기 좀 있습니다. 그라고, 동생들 하고의 문제는 형님이 직접 해결하는 기 맞겠네예. 저는 직접 본 것도 아인데, 동생들이라도 말을 할라카이 좀 그렇네예."

그 사람은 그 자리외에도 여러 사람들에게 이르듯이 그 말을 하는 걸 들었다.
나는 속으로 '야 이 인간아, 그러면 후배들이 인사할 때 받아주면 인사를 잘 할 꺼 아이가. 그라고 니는 니보다 나이 많은 사람한테는 인사 안 하면서, 후배들이 인사 안 하는 것만 기분나쁘나?' 싶었다.
후배들에게는 대우를 받고 싶고, 선배들에게 대우를 해주기 싫고, 에라이....
요런 싸가지 없는 인간을 후배들은 모를까?

나는 나이가 많든 적든 사람을 보면 먼저 보는 사람이 인사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가끔 동생들이 "아이구 형님, 미안합니다. 제가 먼저 인사드려야 하는데..." 하는 착한 동생들도 있다.

어이, 인사는 먼저 보는 사람이 먼저 인사하는 기 안 맞겠나?
그라고, 꼭 나이 많다고 어른이겠나?
어른 짓을 하는 사람이 어른 대우를 받아야 되는 기 안 맞겠나?





2924년 8월 2일 저녁 8시 1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