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화사하게 꽃을 밝히던 공원의 화분들, 초가을 노을에 쉬고 있다
영속과 지속이란 없다
모두가 찰라다
태양계 75억년,지구촌 41억년
님께서 찰라라 하셨다
나의 100년! 찰라다.
청춘의 꽃을 밝히던 시기. 무성하던 여름ㆍ장년의 나
지금의 노쇠한 사양길!
한 때 공원을 찬란하게 비추던 꽃을 안은 화분이
초가을의 노을을 만끽하며 쉬고 있다
걷고 놀고 쉬고 눕고 ㅡ노년의 권리다.
때가 되니 서녘으로 지는 해의 모습
ㅡ찬란하다.
뜨겁던 장년을 뒤로 하고 때를 알아 물러나는 노년의
자기인식, 지고의 아름다움이다.
옛날을 들먹이겠다고?
옛날! 모두가 찬란했고 화려했다
노을에 누운 화분한테 왜 옛날의 영화를 지속하지
않느냐 하면 우문이다.
때를 알아 쉬고 노는 자의 자유
방선이라 하고 틈새의 해탈이라 할 것이다.
세상사는 남 탓할 1%의 건덕지도 없다
무덤을 팠다면 내가 판 내 무덤이다.
자기반추,자기 관조
ㅡ체로금풍, 가을 찬 바람에 내 홀로 벌거벗고 서다
온전한 자기의식의 집중,자기살핌의 고도화
ㅡ그리고 요동치고 흔들리는 밖을 향한 원망이 아닌
스스로의 반추의식속에 빛나는 나의 영롱한 금빛 삼매
ㅡ스스로의 서러움이지,밖이나 남이 결코 나의 의식을
좌지우지 할 수 없으니, 님께서 '천상천하유아독존 '(천하에 나는 스스로 존엄한 가치다)이라 하셨다.
갈대의 순정
왜 갈대라 하랴?
때를 맞춰 순이 돋고 때를 맞춰 누런 잎으로 지니
곧 갈때를 아니 갈대다.
ㅡ들고 남, 그 때를 아니 노년이요,보살이다.
속상함과 서운함,미련과 애착이 우리 노년의 상징일진대
그 모든 감성을 안고, 노을에 누운 화분처럼, 때를 알아
지는 갈대처럼,내 보고 듣는 그 모두가 내 해탈의
살림이다. 취할 것 없고 또한 버릴것 없으니 따라서
더 구할 것 없고,더 원하는 바 없다. 나의 실존은 그대로
풍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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