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 시민불복종 행동으로 전장연 활동가 47명에게 총 5,12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되었습니다. 하루 10만 원 노역 기준으로 512일에 달하는 이 무게를 함께 덜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연대 덕분에 2박 3일간의 노역만 하고 9월 23일 서울구치소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큰 힘이 되었고 든든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어제는 전장연이 서울역에서 진행한 장애인권리입법 선전전에 참여한 뒤 하루 쉬었습니다. 서울역에서 시민들을 만나 장애인 권리를 외칠 수 있어, 서울구치소에 시체처럼 누워 있어야 했던 때보다 백만 배 행복했습니다. 무엇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만나는 분들 모두가 정말 반가웠습니다.
제가 30년 동안 가장 밑바닥의 투쟁 현장에서 버틸 수 있었던 힘은, 전장연의 장애인운동이 장애인을 분리하고 차별하는 현실에 맞서 싸운다는 자긍심이었습니다.
짧은 2박 3일 동안 거의 하루 종일 2평도 안 되는 좁은 독방에서 하얀 천장만 바라보고 있자니, 시간이 1983년 경주 토함산 행글라이딩 추락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된 뒤 1988년까지 5년간 혼자 방구석에 틀어박혀 지내던 때와 이어지더군요.
저는 43년 전, 스물넷의 푸르던 청년 시절에 다쳤고 그때부터 장애인으로—젖꼭지 아래는 감각이 없는 하지마비 장애인으로—살아왔습니다. 두 발로 걸어온 시간보다 휠체어를 타고 살아온 시간이 더 깁니다. 24대 43의 시간입니다. 이제는 꿈속에서 걷는 제 모습보다, 휠체어를 탄 채 지하철 승강장에 내팽겨져 경찰들과 서울교통공사 보안관들 사이에 둘러싸여 강제퇴거를 당하지 않으려고 버티는 모습이 더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5년 동안 집구석에 틀어박혀 천장만 바라보며 기다린 것은 자살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장애인이 된 제 모습을 인정할 수도, 또 인정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이라면 거리의 작은 턱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휠체어를 타고 이렇게 흔들리며 살아갈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가득했습니다.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하루 종일 바라본 하얀 천장은, 비장애 중심주의로 구축된 공간에서 겪는 ‘이중 처벌’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구치소는 철저히 비장애 중심으로 구축된 처벌의 공간입니다. 구치소에 오게 된 이유와 기간은 제각각이지만, 하루의 처벌 무게는 같아야 합니다. 그러나 제가 견뎌야 할 구치소 공간은 장애로 인한 ‘이중 처벌’의 공간이었습니다.
구치소에서 욕창 때문에 침대나 매트가 필요하다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습니다. 하루 종일 누워 있기 어려워 휠체어에 앉게 해달라고 했으나, 개인 휠체어는 흉기가 될 수 있다며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공용 휠체어도 면회 등 공무에만 써야 한다며 개인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몸을 일으켜 제대로 앉아 있을 수 없는 장애가 있기에, 하루 종일 모포 두 장을 깐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있어야 했습니다. 밥은 작은 일회용 판대기에 숟가락 하나와 함께 나왔습니다. 앉을 수 없어 누운 채로 먹어야 했고, 젓가락도 없는 데다 얇은 숟가락과 손가락으로 반찬을 집어 먹어야 했습니다. 비장애인이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대소변 문제조차 모두 장벽이었고,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로 인해 감내해야 했던 무너짐은 짐승과 같았습니다.
제가 겪은 ‘이중 처벌’은, 반드시 싸워 바꾸고 싶은 과제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전장연은 형식적인 법률로 탄압하고 처벌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 나갈 것입니다. 전장연은 그렇게 세상을 바꾸어 왔고, 앞으로도 ‘시장중심’의 세상에서 ‘권리중심’의 땅을 개척해 나갈 변화를 한마음 가득 품고 있습니다.
저에게 하루 종일 천장만 바라보며 지냈던 ‘자살’의 시간은 어느새 ‘분노’로 바뀌어 왔습니다. 그 세월을 견디며 살아남기 위해 저는 싸워 왔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지만, 전장연이라는 진보적 장애인운동 조직 또한 장애인 차별에 맞서 싸워 왔습니다. 국가 보조금 형식으로 연결된 수천 개의 장애인 관련 조직들과 달리, 전장연은 보조금에 의지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싸워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싸울 것이라 믿습니다. 저는 전장연을 희망의 진지라고 생각합니다.
”시민이 되고 싶습니다. 이제 시민이 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전장연이 2021년 12월 3일부터 4년 10개월 동안 서울교통공사 보안관들에게 짓눌린 채, 지하철 승강장에 드러누워 간절히 외쳤던 말입니다. 저는 마지막 선을 넘을 때, 그때 저는 어디에 있을지 자주 생각해 왔습니다. 그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지하철 승강장에서 지금처럼 장애인 분리와 차별에 맞서 드러누운 채 그 선을 넘을 수 있다면 참으로 행복할 것 같습니다.
512일의 벌금노역에 함께해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으로, 전장연이 지속 가능한 운동으로 남을 수 있도록—아래로부터의 물리적 희망의 진지가 될 수 있도록—함께해 주십시오. 전장연과 함께 (후원)회원으로 동참해 주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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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