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승천대축일
어미 새의 사랑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우리 민족이 일체 치하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광복절이요 정부수립 기념일이면서 성모 승천 대축일입니다. 민족적으로는 우리나라가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며 교회적으로는 성모님께서 지상생활을 마친 다음 죽음을 거치지 않으시고 영혼과 육신이 함께 하늘나라로 올라가셨음을 축하하는 날입니다. 즉 죽음은 죄의 결과이기 때문에 원죄의 물듦이 없이 잉태하신 성모님께서 죄의 결과인 죽음을 거치지 않으시고 하늘나라로 들어가셨음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입니다. 이 성모 승천 교리는 초대 교회로부터 교부들의 가르침으로 전승되어 오다가 1950년 11월 1일 교황 비오 12세에 의해 믿을 교리로 선포되었습니다. “원죄 없으시고 평생 동정이신 성모 마리아께서 현세 생활을 마친 다음에 영혼과 육신이 함께 하늘에 올라가 영광을 누리신다는 것을 믿을 교리로 밝히고 선포한다.”고 공식 선언하신 것입니다. 이러한 교리는 4세기에 로마 가톨릭 교회와 갈라져 나간 동방 교회에서도 믿고 있습니다.
성모님이 이처럼 큰 영광과 은혜를 입을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예수의 어머니로서 엄청난 역할을 수행하셨기에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성모님이야말로 여린 중에 복되시며 하느님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심을 깨닫게 해주는 것은, 사랑하는 아들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고통과 괴로움을 받아들이셨고 온 생애를 심장이 칼로 찔리는 듯한 희생과 가시밭길을 걸으면서도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이신 데에 있는 것입니다.
차디찬 겨울철 영하의 날씨에 있었던 일입니다. 아파트에 사는 한 가정에서 새 한 쌍을 선물로 받아 매일 아침 신선한 공기와 햇빛을 받으라고 초롱을 베란다에 걸었다가 저녁이면 들여오곤 하였습니다.
그동안 새는 자라서 어미 새가 되었고. 어미 새는 어느덧 알을 품더니 두 마리의 예쁜 새끼를 갖게 되었으며. 그 새끼들은 초롱 속에 만들어준 둥지에서 자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베란다에 둔 것을 깜박 잊어버리고 영하의 날씨에 밤을 그냥 보내버렸습니다. 아침에야 새 초롱을 생각하고 허둥지둥 나가보니 아뿔싸 어미 새는 둥지에 몸을 덮은 채로 얼어 죽어 있었습니다. 인간의 실수로 인해 생명을 잃게 한 것을 생각하고 가슴을 치며 죽은 어미 새를 집었더니. 아. 거기 얼어 죽은 어미 새 밑에 한 마리의 큰새와 두 마리의 새끼 새는 그대로 살아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미 새의 지극한 헌신은 육체로 둥지를 덮어 얼어 죽으면서까지 남은 생명들을 사랑한 기막힌 얘기였습니다.
자신의 고통과 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희생적으로 마을 사람들의 목숨을 구한 어미 새의 모습, 이것은 바로 모든 생애를 아들 예수를 위해 바치고 희생하신 성모님의 모습과도 같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모님께서 영혼과 육신을 그대로 간직한 채 하늘로 올라가실 수 있었던 것은 그분께서 아드님 예수님의 영광에 직접 참여하도록 하느님으로부터 은총을 받으신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1독서인 묵시록에서 우리는 성모 마리아는 진정한 ‘계약의 궤’로 ‘태양을 입은 여인’이며 교회의 모상임을 알게 됩니다. 그녀는 온전한 인간으로서 하늘에 계시는 새 계약의 ‘표지요 도구’ 이십니다. 이 여인은 별이 12개 달린 월계관을 머리에 쓰고 나타나 일곱 개의 머리와 열 개의 뿔을 지닌 큰 붉은 용인 사탄과 싸워 승리합니다. 우리는 이 비유에서 마리아와 사탄과의 싸움에서 마리아의 승리, 독 죄와 죽음에 대한 마리아의 승리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사탄은 여인이 해산하는 아기를 삼키려고 했지만 탄생된 아기는 하느님과 그분의 옥좌가 있는 곳으로 들어 올려 졌고 그 여자는 광야로 도망쳤다고 했습니다.
마리아는 우리의 승리요, 우리의 모상입니다. 이 승리는 가브리엘 천사의 갑작스러운 방문과 예수 아기의 탄생 예고를 두려운 마음으로 받아들인 믿음의 승리요, 하느님의 뜻에 따른 순종의 승리입니다. “여인들 중에 가장 복되신 분”이라고 고백하는 엘리사벳은 마리아를 향해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라고 인사드립니다. 이 인사에 응답하여 마리아는 마니피캇(마리아의 찬가)을 노래하십니다. 이 노래는 바로 하느님의 뜻을 따른 가장 비천하고 보잘것없는 마리아의 승리와 가난한 자들의 승리의 기쁨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의 이 기쁨을 마리아와 더불어 노래하면서 우리 민족의 역사 안에 내려주신 하느님의 크신 섭리와 은총에 감사드려야 하겠습니다. 이미 지난 73년 전인 1945년에 우리 민족은 마리아의 승리와 더불어 민족 해방의 기쁨을 만끽하였고 70년 전인 1948년에는 자주적 정부 수립의 기쁨을 누렸습니다. 그러나 남북의 분단으로 인하여 그 기쁨은 완전한 것이 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같은 핏줄을 나누는 한 겨레가 촛불혁명의 결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정상이 두 차례나 만났고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이 만나서 비핵화를 지향하면서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어서 모두가 고무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종전선언을 앞두고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마리아의 승리를 노래하는 이 기쁜 날에 아직도 갈라져 있는 우리 겨레가 사상과 이념을 초월하여 상호 용서와 화해의 정신으로 민족의 승리와 기쁨을 노래할 수 있도록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두 손 모아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성모님의 전구에 힘입어 우리는 성모님처럼 하느님이 뜻에 온전히 자신을 내맡기는 신뢰와 순종의 자세로써 하느님의 자녀다운 착한 생활에 매진하고 우리 민족의 염원이요 과제인 남북한의 통일을 이루어 나가야 하겠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죽기 전에 어머니에게 남긴 유서를 읽으며 우리 신앙인은 지금 당장 무엇이 우리 뜻대로 되지 않아도 하나의 꿈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면 그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어머니, 이 세상은 이슬과 같이 허무합니다. 영원한 나라 천국에서 뵙기를 확신하며 기도드립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다 주님의 명에 달려 있으니 부디 마음 평안히 계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