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와 성경 Ⅷ
-르네상스와 문학, 성경의 사본과 인쇄본의 비평본
에라스무스(1469-1536)는 네덜란드의 인문학자로 북유럽의 가장 위대한 학자이다. 그는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소속이며 라틴어, 히브리어, 그리스어에 능통하며 고대 로마, 그리스 문학, 구조학, 교부학의 문헌을 연구했다.
그가 활동했던 16세기 유럽은 중세에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로 말미암아 무기력하고 불안한 상황이었다. 유럽은 14세기와 15세기에 걸쳐서 흑사병으로 1/3 이상의 생명을 앗아갔다. 또 오스만트루크에 의해서 1453년 동로마 제국 비잔티움의 콘스탄티노폴리스가 멸망했다. 프랑스 왕권이 강해져 교황의 권위가 약화되면서 교황청을 프랑스 아비뇽으로 옮기는 사태(아비뇽 유수)가 벌어졌다.
유럽인들이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이 변화하는 여러 과정이 진행되었다. 다양한 과학적 발명과 기술 혁신, 실용적이고 과학적인 정신은 중세에 형성된 세계 이해의 방식을 변화시켰다. 사람들은 더 이상 전통적인 방식으로 종교적일 수 없었고 성경을 읽는 태도도 바뀌었다. 중세의 세계관과 신앙관이 어떻게 르네상스 시대에 변화하였는가 살폈으며 학문적으로 스콜라 철학은 그리스도교의 교리를 학문적으로 체계화하려 하였다.
그는 고전에 능통했다. 고대 로마와 그리스의 문헌 문학과 철학, 불가타 성경, 그리스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한 예로니모와 아우구스티노스 등 교부들의 문헌을 공부했다. 그래서 중세 스콜라 신학과 논쟁에서 벗어나 성경의 깊은 연구와 초대 교회 교부들의 신학에 대한 탐구를 강조했다. 그는 인문주의와 그리스도교 사상을 조화롭게 접목하는 것을 과업으로 삼았다.
에라스무스는 르네상스 시대의 인문주의와 그리스도교 사상이 상충되지 않는다고 했다. 양자 대결의 대상이 아니며 만남과 대화로 함께 성장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래서 그리스도교 신약 성경을 최초로 편집하였다. 성경뿐 아니라 교부학, 고전 문학 연구에 전념했다. 페트라르카의 문헌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그리스 신약 성경과 과거에 대한 역사적 비평적 연구의 토대를 마련했다. 르네상스를 거치고 계몽주의를 거치면서 본격적인 비평적 성경 연구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
에라스무스가 1511년 라틴어로 써진 대표작 <우신 예찬>의 작품은 어리석은 여신의 자기 예찬의 형식으로 가톨릭교회 성직자들의 부와 권력 제도와 관습을 풍자한 작품이다. 풍자의 대상은 교황, 돈, 향락에 취해 타락한 로마 교회 등이다. 그는 자신이 살던 시대의 모순과 부도덕을 신랄하게 풍자했던 인문주의자였다.
그의 안트폰테스(원천으로 돌아가기)는 중세에서 근대로 이끈 르네상스의 정신이었다. 그는 중세를 넘어 새로운 세계로 도약하기 위해 성경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15세기 오스만제국이 동로마를 멸망시키자 그곳의 학자들이 고전 문헌들을 갖고 서유럽으로 넘어가 여러 지역 언어로 저작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라스무스는 중세 라틴어로 번역된 성경만을 읽었는데 처음으로 그리스 사본을 보게 되었다.
인쇄술의 발달로 불가타 성경을 인쇄본으로 출판한 이후 에라스무스는 1516년에 신약 성경 인쇄본을 출판하였다. 인쇄본은 왼쪽 단은 그리스 본문, 오른쪽에는 라틴어 본문이었다. 그 성경 안에는 4개의 복음서, 사도행전, 사목 서간, 바울로 서간, 요한 묵시록의 사본들이 본문을 재구성하였다. 사본 중에도 용지에 따라 두루마리와 책의 형태인 코덱스로 분류했다.
에라스무스의 그리스 신약 성경은 역사적 가치가 있다. 어쨌든 그의 공헌은 새로운 성경 해석의 방법론을 제시했다. 예로니모가 번역한 불가타 번역에 많은 오류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에라스무스가 편집한 그리스도 성경과 함께 왼쪽과 오른쪽의 라틴어 번역본은 학자들이 성경 원문을 직접 읽고 연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종교개혁자들의 성경 해석 방법에 큰 영향을 미쳤다.
비평본은 여러 다양한 사본들을 방법론적으로 분석하여 그 방법론이 본문 비평 방법론이다. 오리지널 텍스트에 가장 가깝다고 여겨지는 본문을 재구성, 복원된 본문과 그 아래에 여러 다양한 사본들의 상황들이 제시된 ‘의무 장치’가 있는 구조로 돼 있는 것이 비평본(Critical Edition)이다.
2024. 10. 28. 앞산밑북카페 송창현 신부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