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울산 농수산물 도매시장 이전 부지 선정과정을 이번 주 중 공개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달 말 울주군 청량읍 율리 일원이 부지로 선정되자 경쟁에서 탈락한 남구와 북구가 선정과정을 공개하라고 요구한 것을 감안하면 올바른 결정이다. 울산시는 그 동안 평가ㆍ선정 과정을 밝힐 경우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하지만 거부한다고 해서 반발이 끝날 것 같지 않다. 사실 그대로 밝히는 정공법이 오히려 더 유효할 것이다. 경쟁 탈락지역들의 반발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이들의 주된 요구는 후보지 선정 기준에서 봤을 때 도대체 다른 곳에 뒤질게 없는데 탈락했으니 선정 과정을 공개하라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대로 농수산물 도매시장 이전부지 평가위원회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다소 의아한 점이 없지 않다.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 12명이 11월 28일~29일 1박 2일 동안 현장실사를 거쳤고 이를 바탕으로 전체회의와 개별 평가를 통해 후보지 7곳을 평가했으며 가장 우수한 후보지 1개소를 선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후보지 7곳을 어떻게 이틀 동안 모두 훑어 볼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12명이 단체로 여러 곳을 훑어 봤다면 어떻게든 그런 모습이 외부에 노출됐을 텐데 그런 정황이 거의 없다. 게다가 평가위원회가 이전 추진위원회에 보고한 구체적 평가 내용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대로 두면 정당한 평가ㆍ선정이 자칫 오도될 수 있다. 전문가 12명이 달라붙어 결정한 것이라면 선정에 나름대로 정당성이 없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혼란이 우려 된다`며 덮으려하다간 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뿐이다. 지난해 8월 기공식을 가진 울산시립미술관 건립이 좋은 예다.
2016년 부지 선정위원회가 기준에 따라 중구 옛 울산초등학교 자리를 골랐으나 지역 문화예술인 일부가 이에 반대하는 바람에 2년여를 허비했다. 그러나 결국 당초 결정에 따라 옛 울산초등학교 자리로 확정됐다. 이러는 통에 시간과 시민혈세만 낭비됐다. 결정된 정당성이 여론에 호도된 결과다.
확정된 농수산물 도매시장 이전 부지가 다소 결함을 내포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를 번복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크다. 이미 확정된 상태에서 이전 부지가 다른 곳으로 변경된다면 울주군 율리 유치를 주장했던 주민이나 단체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결국 각 지지체간 대립과 갈등만 증폭되고 자칫 이전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보다는 선정 과정을 공개해 타당성을 확보하고 반발 여론을 무마해야 한다. 또 이를 근거로 반발하는 탈락 지역이 이를 수용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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